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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실습생인 나도 답답하게 만든 실습생

by 프라우지니 2016.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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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병원실습 2차 실습현장은 "비뇨& 종양학"과입니다.

 

1차 실습장 이였던 내과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환자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제가 이 병동에서 160시간 실습을 했다죠!

 

비뇨기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콩팥, 방광, 요도 등의 기관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하러 오는 경우이고..

 

종양학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암으로 "유방암, 피부암, 전립선암, 피부암, 혈액암 등등등"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이 잠시 입원을 해서 새로 들어가는 치료에 잘 적응하는지 보게 됩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환자들의 증상이나 상황들이 다 나와야 하니 대충 여기까지만...^^

저는“환자들의 정보, 기밀”을 지켜야 하는 의료인입니다.^^

 

제가 이 병동에 처음 실습을 온 날, 저보다 먼저 와서 실습을 하던 실습생이 중간평가를 받는 날 이였습니다.

 

실습 중에 평가는 2번 (중간, 말기)을 받게 됩니다.

실습의 중간쯤 되는 시점에서 그동안 일해 온 것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혹시나 부족한 점이 있음 남은 기간 동안에 이 부족한 점을 보안 해야 하는 거죠.

 

실습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실습 평가서”이고 이것 때문에 몸과 마음을 바쳐서 충성을 하는 것인디..이 “평가서”가 부정적이면... 다시 160시간 실습을 해야 합니다.^^;

 

실습생에게는 아주 무서운 것이 바로 이 “실습 평가서”인디..

나보다 먼저 왔던 실습생이 바로 이날 중간평가를 완전 “부정적”으로 받았습니다.

 

오늘 처음 온 병동인디...

실습생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건 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도 이 병동에서 평가를 받게 될 실습생인 말이죠.^^;

 

병동에 따라서 유난히 실습생에게 혹독하게 하고 심지어는 울리기까지 한다는 병동을 들어보기는 했었는디 이곳이 그곳인지도...^^;

 

중간평가도 담당 간호사 한 명이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근무한 간호사들이 총 출동해서 그 실습생을 앞에 앉혀놓고 평가 하는 것도 쪼매 으스스하고, 아무튼 초보 실습생에게는 전부 무서운 현실로 보였습니다.^^;

 

올 백점으로 내과 실습을 마쳐서 자신감 충만하던 제 의지를 한 번에 꺾어버린 이 무서운 병동.

 

병동에서 일하는 도우미에게 원래 이 병동이 이리 무섭고 살벌한 병동이라고 물어보니 의외의 답 한마디!

 

“아니야, 다들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한디...”

“근디..저 실습생은 뭐여? 왜 중간평가가 부정적이여?”

“저 실습생이 워낙 별다르거든...”

 

일단 제 눈에 보인 그 실습생은 잘 웃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외국인 아낙 이였습니다.

 

저보다는 나이가 더 많아 보이고, 뭔가를 읽을 때는 머리위에 올려놨던 안경을 얼른 내려서 보기는 했지만, 그 외는 나름 열심히 일하고, 환자들에게도 친절한 거 같았는디..

 

일단 다른 실습생의 평가는 접어두고서 일단 전 100% 완전하게 적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간호사들은 유쾌, 발랄이 지나쳐서 발칙하기까지 한 이 실습생(접니다.^^)이 처음에는 “웃긴다” 뭐 이런 반응으로 쳐다보는 듯 했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가니 그냥저냥 저를 받아주는 거 같았습니다.

 

일단은 병실에서 부르면 열심히 뛰어다녀서 자기네 일손을 덜어주고, 혈압이던, 체온이던 열심히 병실을 누비면서 재러 다니니, 독일어 서툴러서 버벅이는 것도 용서가 되는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2주정도 열심히 적응했더니 그들도 이제는 저를 동료로 받아주는 듯 보였습니다.

 

그 2주 동안에 그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실습생 아주머니랑 같이 근무를 하는 날도 있었던지라, 그녀와는 같은 팀으로 일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어떻게 근무하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환자들에게 친절하기는 했지만, 그 친절이 환자를 지나쳐 환자의 보호자들에게까지 아부하는 듯이 보였고,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여러 환자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줘야하건만 그녀는 오직 한 환자에게 집중해서 서비스를 하는 모습은 같이 배우는 처지인 실습생인 제 눈에도 조금 지나쳐 보였습니다.

 

사실 같은 실습생끼리는 정보를 공유하는지라 서로 조금씩 정보를 나누거든요.

제가 오지랖이 쪼매 넓은 편인지라 같은 실습생임에도 그녀에게 살짝 조언을 했습니다.

 

“내가 볼 때는 네가 환자들한테 친절하기는 한데, 한 환자한테 너무 시간을 많이 투자 하는 거 같아. 요양원 같은 경우는 한 분께 30분 이상을 투자해도 상관이 없지만, 병원은 다른 환자들도 봐야하니 한 환자에게 30분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모든 환자들을 한 번씩 돌아보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조금 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나의 이런 조언에도 그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래 나이가 들면 똥고집이 심해진다고 하지만, 고집도 부릴 때 가서 부려야지 병원실습은 그런 고집을 부릴 곳이 절대 아닌데 그녀는 조언을 해줘도 듣지 않으니..

 

그리고 왜 그녀가 다른 간호사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는지 조금은 알거 같았습니다.

내가 30분 만에 끝낸 병동의 환자 체온재기.

 

그녀는 2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합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놀러 다닌 것은 아니겠지만, 맡은 업무를 너무 늦게 끝낸 건 맞습니다.)

 

그녀의 실습 마지막 이틀은 우연치 않게 저와 같은 팀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녀는 4주차, 저는 2주차여서 저보다는 그녀가 훨씬 더 일을 잘하는 것이 정상인디..

그녀는 그 이틀 동안 제 뒤를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실습생임에도 저는 자주 했었던 “환자들의 병력상담”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떨렸고, 두서너 번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몰라서 떨었지만, 그것도 횟수가 늘어갈수록 능숙하게 환자들의 병력이나 신체적 변화, 혹은 병에 관련된 증상 같은 것도 묻고 노트북에 환자증상과 함께 전부 기록을 하게 되죠.

 

4주차인 그녀는 “환자들의 병력상담”조차 제대로 못하는지라..

같은 실습생이고 전 2주차임에도 제 뒤에 서서 어떻게 하는지 구경을 했죠.

 

환자상담은 그렇다 치고 환자들 몸을 씻겨드리는 것도 스스로 하면 되겠구먼, 제 뒤에 서서 제가 하는 것을 구경만 했습니다.

 

뒤에서 보는 것은 좋은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옆에서 거드는 것이 정상이건만 그녀는 이틀 동안 제 뒤에 따라다니면서 (구경을 하는 것인지 감시를 하는 것인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 실습 중에 그녀는 마지막평가를 받으러 갔습니다.

 

저는 그녀가 정말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녀를 볼 때마다 간호사들이 서로 눈짓 하는 것을 봤었거든요.

 

 

 

 

제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절망적인 점수(낙제)에서 1점을 더 얻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갔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평가서에 대해서 병동의 모든 간호사들이 회의를 했었다고 합니다.

 

합격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한 근무태도이고, 그렇다고 낙제를 시키기에도 그녀 실습시간(160시간)을 헛되이 하는 것이고...

 

결국 합격이기는 했지만 낙제 같은 합격으로 그녀의 근무태도가 평가가 된 거죠.

역시 병동도우미의 말대로 이 병동 간호사들은 정말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들이였습니다.

 

근무평가로 봐서는 낙제를 시키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실습생의 앞날을 생각해서 합격으로 마무리를 했으니 말이죠.

 

저도 그녀와 같은 외국인아낙이고, 저도 그녀와 비슷한 연배의 아낙이지만, 저는 "역시 외국인은 안 돼! 거기에 나이도 많으니...쯧쯧쯧"하는 눈빛으로 간호사들의 눈빛을 안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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