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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슬픈 코미디

by 프라우지니 2016.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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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새 매일매일이 코미디입니다.

 

좋게 생각하자면 암환자들에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 하는 것이니 즐거운 일이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외국인 실습생의 독일어 발음 때문에 병실이 웃음바다가 되는지라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저는 참 많이 슬픕니다.^^;

 

상상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서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나라 병실에 외국인 실습생이 와서 식사주문을 받는 중에 일어나는 상황인거죠.

 

“점심메뉴는 4가지이니  하나를 선택하세요. 댄당찌게, 보끄밥, 돼지부고지.”

 

뭐 대충 이렇게 상상하시면 병실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동일합니다.^^;

 

 

신문 Heute에서 발췌

 

믿음을 주는 직업군에서 Krankenschwester간호사는 의사를 제치고 당당이 2위입니다.

 

사진을 잠시 설명 드리자면..

 

1위 소방관 93%, 2위 간호사 90%, 3위 응급요원 88%, 4위 약사 87%, 5위 선생 85%, 6위 의사 84%... 그리고 정치가들은 19%만 믿네요.^^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눈에 띄게 안 띄게, 대놓고 은근히 등등의 아주 다양한 인정차별을 당해봤지만, 제가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독일어 발음도 조금은 어색한 외국인이고 간호사도 아닌 실습생임에도 그들은 저를 믿어주고,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저를 존중 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었답니다.

 

저를 존중 해 주는 환자들임에도 어김없이 웃는 시간은 바로 이 “식사 주문시간!”

 

사실 제 독일어 실력은 오스트리아 5년차 (중간에 떠났던 시간들은 다 빼고) 치고는 꽤 훌륭하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의견입니다. 발음도 나쁘지 않고, 어휘력도 훌륭한 편인디...

 

한 가지 문제라고 한다면 제가 말을 아주 빨리 합니다.

 

독일어라고 해서 예외는 없는 거죠. 나는 발음을 또박또박 말해야 하는 외국인인데, 말을 후다닥~ 하다보면 중간에 발음이 빠지기 일쑤이고, 거기에 발음을 버벅이기까지 합니다.^^;

 

나만의 변명을 해보라고 한다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들 중에는 제가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메뉴들도 적지 않고, 아는 메뉴인데도 발음이 어정쩡한 것들도 꽤 있는지라, 4가지 메뉴를 이야기 할 때마다 한 번씩 듣게 되는 소리.

 

“뭐라고요?”

“그거 있잖아요. 감자를 으깨서 둥글게 해서 튀긴 거...”“
"아하~ XXXX."

 

역시 제 발음과는 아주 조금 다른 원어민발음이 바로 나옵니다.^^

 

환자가 한명이나 두 명 있는 병실 같은 경우는 내가 아무리 웃긴 발음으로 이야기를 해도 대놓고 웃는 환자들은 없는디... 4인 병실에 들어가면 항상 벌어지는 웃음바다!!

 

하루는 제가 주문받고 있는 병실에 간호사가 들어왔다가 환자들이 내 발음 때문에 배꼽 잡는 광경을 보고는 제 어깨를 툭 치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아픈 환자들은 웃기는 것도 너 재주다!”

 

환자들이 많이 웃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내 발음 때문에 웃는 것이 저에게는 참 많이 슬픈 코미디입니다.

 

저 이러다가 병원서 코미디언 실습생으로 이름을 날리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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