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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요리에 아무말씀 안 하시는 시부모님

by 프라우지니 201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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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딴 살림)아래에 살기 시작하면서

며늘은 자주 음식을 들고 시댁으로 뛰어갑니다.

 

한국 음식일 때도 있고, 때로는 국적불명일 때도 있지만,

 

시부모님은 내가 가지고 간 음식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맛있다”고 칭찬하신 적은 없으십니다.

 

며늘은 단지 시부모님이 “이제 그만~”하시지

않는다는 이유를 위로 삼으며 ..

 

항상 음식을 들고 다녔습니다.

 

음식에 대한 칭찬이나 비평이 없으신데도..

자꾸 음식을 갖다 나르는 며늘의 의도를 물으신다면..

 

“한국 음식을 맛보셨음 좋을거 같아서인 적도 있고!

“방금한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으면 좋으니”여서 인 적도 있고!

“이 음식은 좋아하실까”하는 생각이였던 적도 있습니다.^^

 

 

 

 

그동안 시부모님께 갖다드린 음식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야채볶음밥을 해서 예쁘게

케챱 데코레이션까지 해서 드린 적도 있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맛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당에 심었던 사연 많은 아기 손바닥크기의 깻잎을 따서

참치김밥을 해서 갖다드린 적도 있습니다.

 

혹시나 간이 안 맞을까 싶어서

신 김치도 접시 한쪽에 널어서 드렸습니다.

 

(김밥 옆에 놓아드린 김치도 남김없이 다 드셨지만

맛있다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이쯤되면 이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음식이 맛 없어서 말씀을 안 하시는 모양인데,
왠만하면 그만 하지?”

 

하지만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라~^^ㅋㅋㅋㅋ

 

 

 

신김치와 간고기를 볶아서 김치주먹밥과 참치주먹밥을

아기주먹만하게 해서도 갖다드렸습니다.

 

저는 많이도 안 드립니다.

 

제가 먹기에 딱 1/2 인분!

두 분이 맛만 보시라고 갖다드리는 거죠!^^

 

 

 

가끔씩은 이렇게 사과를 썰어서 설탕에 졸인 후에

파이를 만들어서 드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제가 음식을 들고 뛰어가는 시간이

항상 저녁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오후 4~5시에 이미 가벼운 저녁을 드신 시부모님께

7~8시경에 며느리가 들고 뛰어가는 음식들은

 

“엄마,아빠, 뜨거울 때 드셔야 맛있어요.”라는 말과는 상관없이

항상 그 다음 날 아침메뉴로 결정이 됩니다.

 

며느리가 심하게 재촉하는 날에는 음식을 정말

아주 조금 맛만 보시는 정도이신지라,

 

며느리가 드린 음식은 항상 그 다음날이 되어야

두 분의 위장속으로 사라집니다.

 

한동안은 그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내가 한 음식이 정말 맛이 없어서 아무 말도 안하시나?”

 

“음식에 대한 말씀을 안 하시면 내가 지쳐서 안 가져올까 생각하시나?”

 

 

 

이 무렵에 우리 집에 대대적인 공사가 있었습니다.

 

2014/10/17 - [일상이야기] - 우리 집 재난사

 

우리 집 재난사

저희부부가 시댁에 들어와서 산지 3달이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평소에 비어 있다가 주말이나 명절 때나 이용하던 곳(남편과 시누이의 침실이 있는 건물)이였는데, 지금은 저희부부가 일상을 살

jinny1970.tistory.com

 

같은 단지에 살고계신 아빠의 동생이신

시삼촌도 아빠가 하시는 공사를 도우러 오셨죠.

“며느리가 되어서 같이 흙을 파서 나르지는
못 할 만정 두 분의 간식이라도 해 드리자”

 

라는 생각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서

냉동피자 도우 위에 재료들을 줄줄이로 널어서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혹시나 이런 피자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훈제 고등어 피자”ㅋㅋㅋ

 

이름만 들으면 엄청시리 비린내가 진동하고 맛 없을거 같죠?

 

훈제고등어 피자의 사진은 없어서..

 

피자 위에 어떤 모양의 훈제고등어가 누웠었는지

보여드리는 차원에서 준비했습니다.^^

 

훈제고등어 피자라는 이름답게 피자에는

훈제 고등어가 후추를 이불삼아서 누워있었구요.

 

그 외 잘게 썬 고추 피클(아빠가 담으신 완전 작은 고추피클)과

컬리 플라워(플라워라고 해서 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죠?^^),

 

그 외 냉장고에 보이는 약간의 야채를

도우 위에 줄줄이로 널어서 구웠습니다.

 

 

 

“그 이상한 이름의 피자를 시아빠께

갖다드리기 전에 당신은 드셔 보셨수?”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때 제가 사다놓은 훈제 고등어가 많았던지라,

이쯤에 우리 집 메뉴는 다 훈제 고등어가 들어간 메뉴였습니다.

 

물론 훈제고등어 피자는 저도 먹고, 남편도 먹었는데,

남편이 맛 없다고 안 하면 맛있다는 뜻입니다.

 

훈제고등어 피자를 두 분이 일하시는 옆에

놓아드리고는 딱 한마디 했었습니다.

“따뜻할 때 드세요~”

 

그날 저녁에 외출하셨다 돌아오신

시엄마께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엄마, 제가 두 분이 일하시는데 간식하시라고
고등어 피자 구워서 갖다드렸었어요.”

 

그 말을 들으신 엄마가 대답을 하셨습니다.

 

“내가 그거 남은거 한 쪽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헉^^; 왠일로 엄마가 맛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다시 우리 집에 오신

시삼촌께서 저를 붙잡고 한참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네가 구워서 가지고 온 고등어 피자가 정말이지 맛있더라.

쪼매 매콤하기는 했지만 먹을만한 매운 맛이라 정말 맛나더라. 정말 잘 먹었다.

 

어떻게 훈제 고등어로 피자를 만들 생각을 했누?

 아이디어도 독특했지만 맛도 있는지라 정말이지 내 기억에 남을만한 음식이 됐다.^^”

 

 

오스트리아인인 시삼촌 입맛에도

내가 만든 개성 있는 피자가 입에 맞으셨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시아부지 입맛에도 맞으셨다는 이야기인디

아빠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이날 알았습니다.

우리 시부모님은 모든 음식에 대해서

칭찬은 잘 하시지 않으신다는 것을.

 

그래서 저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니가 한 XX가 맛있더라!”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말이죠!^^

 

(설마 제가 음식으로 시부모님을

고문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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