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건물은 40년은 족히 넘은 시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40대의 시누이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지금의 욕실 모습 그대로이고, 세탁기도 냉장고도 30년이 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구요? 제가 살고 있는 시댁의 모든 시설이 기본적으로 30년은 훌쩍 넘었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은 거죠. 오늘 제가 제 포스팅의 주인공도 이 연세가 많으신 시설 중에 하나이니 말이죠!^^;
저희는 지금 시댁에서 임시로 살고 있습니다. 옷가지와 주방에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모든 이삿짐은 포장을 풀지 않는 채로 지하실이나 빈 공간에 놓여있는 상태이고 말이죠.
시댁의 건물 2채 중에 저희는 남편과 시누이가 어릴 때 쓰던 건물(1층에 방하나(=남편방), 2층에 작은 방 2개(시누이 침실및 거실)에 욕실, 화장실, 주방이 있는 구조) 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이 건물에서 방 하나만 사용하면서 하루 세끼를 다 엄마가 사는 건물에 가서 먹었지만, 여자였던 시누이는 이 건물에서 요리도 하면서 생활했었죠.
대학을 졸업한 시누이는 직장을 찾아서 비엔나로 갔고, 그라츠에 살던 저희부부도 시댁을 방문할 때는 항상 하루 세끼를 다 시엄마의 주방에서 해결한지라 시누이가 사용하는 주방은 이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시누이가 비엔나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저희가 살고 있는 건물은 시부모님이 “시누이 몫의 유산”으로 이미 말씀 하셨던지라 지금은 저희가 임시로 살고 있음에도 이 건물의 주인은 시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죠.
시누이의 주방에는 아주 연세가 많으신 전기렌지가 있습니다.
“전기렌지가 뭐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나라는 가스렌지를 쓰고 있죠. 오스트리아는 전기렌지를 사용합니다.
다음에서 캡쳐한 이미지입니다.
사진으로 보시니 조금 더 이해가 빠르시죠?
전기렌즈도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최신식은 유리판으로 된 전기렌지여서 켜고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요리가 가능할 정도로 뜨거워지지만, 시누이의 주방에 있는 전기렌즈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이신지라 렌지를 켜고 한참 기다려야 서서히 뜨거워지시죠!^^
간만에 집을 방문한 시누이는 임시로 살고 있는 저희부부를 위해 기꺼이 주방 여러 곳의 수납공간을 비워주었습니다. (살림을 하지 않는 시누이지만 돌아가신 할매가 남기신 주방용품을 다 가지고 있는지라 저희보다 주방 살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주방공간을 비워주면서 뭔가를 발견한 시누이가 어떤 용도인이지와 사용설명을 알려줍니다.
“이건 전기렌지 닦은 약인데, 일주일에 한 두번 닦으면 돼!”
하면서 모든 전기렌지를 켜더니만 이 구두 약같이 생긴 것을 마구 문지릅니다.
그러고는 전기렌즈를 화력을 더 높게 켰더니만 주방에 난리가 났습니다. 전기렌즈에 발렸던 이 약들이 매케한 연기를 내면서 말라 들어가는데, 이 연기가 참 환상적입니다.
아마도 구두약을 발라서 불에 태우면 이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냄새가 워낙 고약한지라 별로 이 구두약으로 전기렌지를 닦고싶은 마음도 없고 하지도 않지만..
시누이가 온다는 연락이 오면 하루 전에 구두약을 바른 후에 전기렌지를 말립니다.
구두약(정말 구두용은 아니라는거 아시죠?^^)을 바른후에 화력을 높이면 이렇게 매케한 연기들이 주방을 가득 채웁니다. 냄새에 민감한 남편이 퇴근하면 바로 아는지라 되도록 창문을 열어놓고, 환풍기도 틀어놓지만 구두약을 바른 날은 여지없이 들킵니다.^^;
문제는 이 전기렌지 약을 바르고 말릴 때의 냄새뿐 아니라, 전기렌즈에 발려진 약은 까맣게 묻어납니다. 마치 구두약처럼 말이죠. 그래서 내가 이 약을 구두약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얀 행주도 전기렌즈 주변을 닦고 나면 숯검정이 되는지라 더 이상 사용 불가한 행주가 되죠.
냄비의 밑바닥도 까맣게 묻어나는지라 되도록 설거지할 때 박박 닦지만, 여기저기 전기렌즈에서 묻어난 검정 때문에 주방이 얼룩덜룩합니다.
도마가 전기렌지 위에 한번 넘어지기라도 하면 하얀 도마에 동그만 검정자국이 한 달도 넘게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박박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 때문에 말이죠.
이런 전기렌지약의 부작용 때문에 남편은 정말 질색하지만 그렇다고 시누이가 하라는걸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시누이의 주방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죠.
전기렌지약 바른 건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남편.
“또 전기렌지 약 발랐구나?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남편은 짜증을 내면 지대로 내는 스탈인지라 내가 애초에 기선를 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
“뭐시여? 지금 이 주방이 당신 것이여? 도리스(시누이) 것이자네. 도리스가 하라는 대로 해야 우리가 문제없이 이곳에서 살다가 나갈 수 있는겨? 도리스가 성질내면서 ”내 주방 쓰지 마!“하면 어떻게 할껀데? 그때 집 얻어서 나갈껀감?
문제 만들지 말고 그냥 주방에서 퇴장 해 주셔~”
마눌의 어름장에 남편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주방에서 퇴장했습니다. 정말로 시누이가 살지 말라고 할까봐 걱정이 된 것인지, 아님 마눌과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후 남편은 더 이상 전기렌지 약 바르는 것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이사를 나간다면.. 최신식의 유리 전기렌지 시설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더 이상 전기렌지 약을 안 발라도 되는 전기렌지가 있는 곳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전기렌지 약 바르고 묻어나는 검정 때문에 도대체 깨끗한 행주를 쓸수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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