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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부자사이의 시집살이

by 프라우지니 201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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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부부가 남편의 근무처 때문에 당분간 시댁에 살게 됐다고 했을 때,

남편의 지인중 한 사람인 독일 사람이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네, 오스트리아에는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음~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하고는 어찌해도 껄그럽던데.. 괜찮겠어?“

 

자기는 남자이고, 결혼한 사이도 아닌, 함께 사는 사이인데도 여자의 가족들이 볼 때마다 불편하고, 볼 때마다 힘든데, 여자인 나는 오죽하겠냐는 것이 그 친구의 걱정이였습니다.

 

한술 더 떠서 그 독일남자의 여친인 오스트리아 아낙이 더 심하게 걱정을 합니다.

 

“너도 알지. 내가 한번 이혼한 적 있는 거!”

“응, 이혼한지도 한참 됐잖아! (독일친구랑 산지 15년이 다 되가니..)”

“내가 얘기했었나? 그 결혼생활 13년중에 8년을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다고?”

“엥? 그렇게나 오래 함께 살았었어?”

“응.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그래서 이혼했어.”

 

아하! 오스트리아도 이혼하는 이유가 시부모님 때문인 커플도 있군요.

한국만 시부모님의 간섭으로 힘들어 하는 커플이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남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저는 시부모님과 무진장 친합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가끔씩은 며느리인 내가 왕따를 당한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다른 자전거들은 다 앞쪽의 창고에 넣어두는데, 제 자전거는 뒤쪽에 창고에 있습니다.

 

앞쪽의 창고는 가끔씩 잠겨있어서 열쇠를 찾아서 열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어서 잠굴 필요없는 뒤쪽에 창고에 내 자전거가 들어있는 것이 편하지만..

 

이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며느리라고 차별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저는 두루두루 웃고 지내는 며느리입니다.

하긴, 힘없는 며느리가 인상을 쓰고 지내봤자 신경 쓸 시부모님도 안 계시지만 말이죠!

 

시집살이를 하면서 제가 눈치를 보는 것은 남편과 시아빠의 사이입니다.

 

우리 이삿짐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자꾸 시누이의 공간을 넘보는 남편이 가끔씩 아버지랑 말다툼 비슷한 것을 하는데, 그때마다 시엄니랑 제가 무지하게 불편해집니다.^^;

 

울 시아부지 버럭~을 조금 심하게 하시는 성격입니다.

그 버럭 때문에 며느리를 완전히 한번 울리신 경험도 있구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그 며느리는 접니다.^^;

며느리를 울린 시아부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집중하시라~^^

 

 

제작년에 남편먼저 뉴질랜드로 들어가고,

난 베를린에서 올 뉴질랜드 비자를 기다리며 시댁에 있었습니다.

 

시부모님은 두 분 다 은퇴하신 분들이라 아침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십니다.

어떤 날은 오전 9시, 어떤 날은 10시 또 어떤 날은 새벽7시!

 

아침을 먹으러 시부모님의 주방에 가야하는 며느리는 눈치가 보였습니다.

도대체 몇 시에 아침을 먹으러 가야하는지 감도 안 오고 말이죠!

 

어느 날 아침 9시에 가 보면..

두 분 다 주무시니 조용조용히 아침을 챙겨먹고 나와야 하고!

 

또 어떤 날은 아침 9시임에도 두 분 다 식사를 하시고,

며느리 아침 먹으라고 버터랑 쨈을 식탁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제가 아침 먹는 시간도 조용한 은퇴생활을 즐기시는 시부모님께는 스트레스일거 같다는 생각도 슬슬 들었습니다.

 

문제는 아침 먹는 시간뿐 아니라, 제가 먹는 아침이랑 시부모님의 아침메뉴가 틀리다는 겁니다. 시부모님은 빵에 버터, 쨈 발라서 커피랑 식사를 하시는 유형이시고..

 

저는 아침에 온갖 과일에 뮤슬리(눌린 잡곡에 마른 견과류, 마른 과일이 첨가된)랑 우유 혹은 요거트를 아침으로 먹습니다.

 

며느리가 아침에 과일 먹는 걸 아시는 시엄니가 사과랑 몇 가지를 사놓으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빵에 잼 먹는건 싫었습니다.^^;

 

시댁의 구조가 집 2채의 구조입니다.

시부모님이 사시는 건물과 시누이와 남편이 쓰는 건물이 다르죠!

남편은 또 다른 건물의 방 하나만 쓰고, 주방외 모든 것은 다 시누이가 썼었죠.

 

결국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시누이, 나 아침 먹으러 시부모님 주방에 가는데..  먹는 시간도 애매하고 나 때문에 두 분이 불편 하신 거 같아서 아침은 나 혼자 따로 니 주방에서 먹으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사실 더 중요한건 제 아침 메뉴를 편안한 시간에 먹고 싶었습니다.^^)

 

물론 시누이는 비엔나에 있고, 어차피 비어있는 주방인지라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무슨 시누이의 승낙까지 받아가면서 주방을 쓰냐 싶으시겠지만, 주방에 모든 것이 다 시누이것인지라 그녀의 허락은 필요하고, 서양인들은 자기 것을 허락없이 손 대는거 싫어합니다.)

 

시누이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시누이한테 전화해서 허락 받았거든요. 아침마다 아침 먹는 시간 때문에 두 분한테 귀찮게 해 드리는 거 같아서 아침은 제가 혼자서 먹기로 했어요.”

 

이 말 했다가 완전 날벼락 맞았습니다.

그것도 시엄마가 아닌 시아빠한테 말이죠!^^;

 

아침 따로 먹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그리 소리를 버럭 지르시고,

난리(?)를 치신 것인지 그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딸 바보인 아빠이신데..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내 바쁜 딸한테 귀찮게 전화해서 그런 쓸데없는 일을 묻고 난리야!”

 

그 날 아빠는 소리 지르시고, 며느리는 울고, 시엄마는 울고 있는 며느리 옆에서 눈가에 눈물이 고이셔서 달래주시는 이상한 장면이 시댁마당에서 일어났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시엄마는 “아빠가 (아침을 시누이 주방에서 혼자 먹는걸) 허락하셨다.”고 하셨고, 나중에 오신 시아빠는 한참 울고 난 며느리를 앉아주셨습니다.^^:

 

네! 저희 시아빠는 버럭을 조금 과격하게 하시고, 뒤끝도 없으신 화통하신 성격이십니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고 남편또한 시아빠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비슷한 성격의 남자가 둘이 만나면 뭔 일이 나도 나는 것이 정상이죠?

 

 

인터넷에서 캡처

 

이삿짐을 놓을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버지와 아들 둘 다 목소리가 높습니다.

두 사람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아시는 시엄마는 걱정을 하십니다.

 

“저러다 싸우고 집 나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물론 여기서 집 나가는 건 저희부부죠! 어차피 시댁에도 잠시 이사 온 상황이니 말이죠!)

 

시아빠의 버럭을 한번 당해봐서 너무도 잘하는 며느리는 아빠한테 달려갑니다.

 

“아빠, 화난거 아니시죠? 제가 당신 아들이랑 짐 놓을 장소에 대해서 잘 얘기해 볼께요.”

“아니야, 우리 싸운거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우쒸~^^; 안 싸운다면서 왜 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대화를 하냐구요?

 

평소에 엄마는 끔찍하게 챙기지만, 아빠는 “소 닭보듯이” 하는 남편.

 

자꾸 아빠랑 부딪히니 이러다가 싸우고 나가서 부자지간 인연이 끝날까봐 걱정스러운 지경인지라 시엄마한테 살짝 가서 여쭤봤습니다.

 

“엄마, 예전에도 당신 아들이 아빠랑 부딪힌 것이 있었어요?”

“그럼, 내가 얘기했지? 니 아부지는 아들을 중학교 졸업 시킨 후에 자기처럼 페인트공 시키려고 했다고.. 그때 니 남편이 자기는 공부 더해서 대학가겠다고 했을 때 집안이 난리가 났었다.”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시아버지랑 시할머니랑 제 남편을 중학교 졸업 시킨 후에 시아버지가 하시는 페인트 가게를 물려받아서 했음 하는 바람이 있으셨다고! 대학교 졸업 해 봤자 취직 못하면 말짱 황이니 그냥 기술 배워서 굶지 않고 사는 것이 좋다는 그분들의 생각에 따라서!

 

남편은 집안에 난리를 일으키면서까지 자기가 가고자 했던 대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까지 마친 후에 집안에서 젤 처음으로 이름 앞에 타이틀이 붙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대학원 졸업자는 Dl. 디플롬 엔지니어 혹은 Mg. 막이스터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고, 그걸 무지하게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서양인들 중에는 많이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학비나 용돈에 대해서는 집에 손 한번 벌리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지원으로 공부했습니다. 학비는 무료였고, 부모가 수입이 적은 경우에 나라에서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지급 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공부한 남편은 그래서 아빠한테 더 당당한 모양입니다.

 

남편이 대학 가겠다고 집안에 난리를 일으킨 나이를 생각 해 보니 15살이 채 안 된 나이인거 같습니다. 중학교 과정의 김나지움을 마치고, 고등학교 과정의 김나지움으로 진학을 준비하면서 집안에 일으킨 쿠데타였으니 말이죠!

 

그 어린 나이에 왕버럭이신 아빠와 전쟁(?)을 치뤘다니 남편의 성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참 어린 나이에 힘들었겠다..하는 생각에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지는거 보니 저는 역시 그의 마눌인 모양입니다.^^

 

언제까지 시댁에서 살게 될지 모르지만, 저는 힘든 부자사이를 왔다리~ 갔다리~줄타기하면서 시집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빠한테는..

“당신 아들이 원래 고집이 세서 그래요. 그래도 마음은 안 그런거 아시죠?”

(그럼 당신 자식인데 그걸 모르실까?)

 

남편한테는..

“아빠는 소리 지르실 때 뿐이잖아. 그러니까 노여워 하지마!”

(그럼 그 아빠 밑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걸 모를까?)

 

저처럼 이런 줄타기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가 또 있을까요?

시어머니도 제 뒤에서 함께 줄타기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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