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한국인 며느리인 제가 오스트리아 분들인 시부모님을 위해서 해드린 한국음식은 몇 가지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에는.. 식탁위에 전기그릴기를 올려놓고 고기 구워 쌈장 올려서 싸먹는 상추 쌈밥도 한번 드시게 해 드렸구요.
그 다음은..
꺼먼 중국간장 잘못 산 덕에 꺼먼 잡채 한번 해 드렸구요.^^;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음식은..신라면이였습니다.^^;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라~하지도 않은 며느리지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은 본인이 직접 해 먹는 조금은 독특하고 이상한 성격입니다.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살다보니 직접 해 먹는 것이 젤 저렴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시부모님과 한 지붕(다른 건물)아래서 살고 있는 지금은 점심때마다 시어머니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대신에 설거지 하나는 똑소리 나게 깨끗하게 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잘 못하면 딴거라도 잘해야 하니 말이죠!^^
요리도 신통치 않는 며느리가 하루 날을 잡았습니다.
“엄마,아빠! 베트남 롤(월남쌈) 아세요? 제가 그거 해 드릴께요!^^”
시부모님의 잘 모르는 요리를 언급하는걸 보니 며느님 본인이 먹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 며느리가 베트남 롤을 식당에서만 먹어봤지 한 번도 직접 해 본적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겠다고 일단 말을 꺼낸 며느리는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젤 중요한 베트남 젓갈은 며칠 전에 아시안 마트 갔을 때 겁나게 비싼 한국 고춧가루와 함께 장만했습니다. 중국 젓갈은 2~3유로인데, 베트남 젓갈은 짜지도 않고 풍미도 좋다나? 하는 설명이 이어지는지라 중국젓갈 가격의 곱빼기로 내야만 했지만, 진짜 베트남 롤을 먹을때 쓴다는 젓갈이라니 소스맛은 훌륭할 거 같습니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생각보다 돈은 꽤 들었습니다.
우선 오스트리아에서 비싼축에 속하는 해물중 냉동새우, 250g 들어있는데 4유로!
새우 2봉지에 색깔 별로 야채도 사고, 파인애플 캔도 사고!^^
시부모님을 해 드리기보다는 본인이 먹을 수 있어서 더 신나는 며느리였습니다.^^
식당에서 먹는 베트남롤의 양에 항상 불만이 있던 며느리는 양도 푸짐하게 담았습니다.^^
여러 가지 야채에 국수, 새우와 더불어 커다란 파인애플까지!
파인애플이 너무 커서 월남쌈이 터지고 난리가 났지만, 일단 맛있으면 장땡이니 패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베트남 롤은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부릅니다.(위대?)
먹고 돌아서면 또 배가 허전한거 같고 말이죠!
그래서 접시에 푸짐하게 담았습니다.^^
이왕에 먹는 거 배부르게 먹어야하니 말이죠!^^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소스는 베트남 젓갈을 넣은 소스와 와사비가 들어가서 코가 찡한 치즈까지 준비 완료!
그렇게 식사가 시작됐는데, 반도 안 먹은 남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나갑니다.
“어~ 밥 먹다 어디가?”
“나 다 먹었어.”
먹다가 나가는 걸 보니 맛이 떡 훌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맛없는 것은 절대 안 먹는 정직한 입맛을 가진 인간이거든요.^^;
남편이 그렇게 나가고 나니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한마디씩 하십니다.
“이거 양이 너무 많다! 한 접시에 두 개씩만 썰어서(그럼 4쪽?) 담았다면 딱 좋을 양인디..”
배 부르시다는 시부모님은 먹는 것을 중단하시고는!
“남은 것들은 낼 저녁에 또 먹자”
아니, 월남 쌈을 그 다음날 먹자니요?
안에 들어있는 것도 거의 야채라 배도 금방 꺼질텐데..^^;
식탁에서 월남쌈을 먹는 4명중 월남쌈을 만든 며느리, 저만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고, 남편과 시부모님의 월남쌈은 플라스틱통에 담겨져서 냉장고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원래 한 번 음식을 하면 많이 하는 편입니다.^^;
2 인분이나 4 인분이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니 한 번에 많이 해서 나중에 한 번 더 먹으면 되니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음식은 나중에 먹을 때 더 맛있는 것도 있고 말이죠!^^
냉장고로 들어갔던 월남쌈은 그 다음날 냉장고안의 온도 때문에 투명해야할 라이스페이퍼는 불투명해졌고, 안에 있는 쌀국수도 퉁퉁 불어서 시각적으로도 별로였지만, 며느리와 시아버지 그리고 그 다음날 집에 온 시누이까지 합세해서 나머지 월남 쌈을 먹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냉장고 안에 들어있어서 롤이 차가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 야채들이 아삭거려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월남쌈을 만든 며느리만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지도 않은 양의 월남쌈을 1박2일에 걸쳐서 먹고 나니 며느리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앞으로 시부모님을 위해서 음식을 할 때는 딱 1인분만 해서 두 분이 드시게 나눠드려야 할까요?
양이 작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양이 너무 많으면 배가 불러옴에 따라서 음식이 맛없어 지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한국 사람인지라 푸짐한 인심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음식양이 너무 작으면 인색한 거 같아서 싫거든요.
하지만!!
푸짐한 양은 한국에서나 적용하기로 하고..
앞으로는 음식의 양을 조금 적게 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안 그랬다간..
“손 큰 며느리”로 찍힐지 모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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