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을 가면서 그라츠에 있는 친구,
A네 하룻밤 신세를 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A는 내 친구는 아니고..
남편의 대학 후배이면서 전 직장 동료였고,
우리 결혼식의 증인이기도 하죠.
나와는 결혼식 날 처음 만났으니
나와도 15년이 되어가는 사이지만,
내가 A를 남편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따로 A와 연락할 일은 없다는 것?
나는 A를 만나면 반갑고,
혼자 사는 노총각이니 챙겨주고 싶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A랑 남편을 앞에 놓고
남편 험담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
A는 우리가 뉴질랜드 길 위에
살 때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으니
6년도 넘게 혼자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사실은 맨땅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니
“수리”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주택의 벽만 나두고 그 안에 벽들을
다 허물어내고 하나하나
혼자서 만들어 가고 있죠.
쌍둥이 동생이 시간이 날 때
도와주러 온다고 하지만,
주말, 휴가를 다 집 짓는데 쏟아 붓는
A를 보면 짠할 때도 있습니다.
“그 집 완성하면 꼬부랑 할배 되겠다” 싶죠.
“마누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꾸역꾸역 혼자서 집을 짓냐? 싶기도 합니다.
1층만 대충 공사를 끝내놓고
이사 와서 살고 있는 A네 집에
운동장 만한 거실에 우리 차에서
꺼내온 매트리스랑 침낭으로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죠.
그전에도 공사 현장인
이 집을 몇 번 보러 왔었지만,
이사까지 와서 살면서는 처음 하는 방문이라
가기 전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사 선물은 아시죠?
세제, 휴지 종류죠.
세탁용 세제 2가지랑
주방용 세제도 사고,
화장지도 10개들이 한 봉지 챙기니
선물로는 안 예쁘다는 남편 말에
휴지 4개만 챙겨서 완성한 집들이 선물.
원래 2층이 A의 침실인데,
일단 공사가 끝난 1층에 임시로
그의 침실을 마련했고,
2층은 아직도 공사현장.
몇 년씩이나 혼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아직 침실, 주방, 거실에 제대로 된
가구가 거의 없는 상태지만,
목공을 취미로 하는 친구이고,
목공소였던 농가를 산 덕에
가구를 만들 재료나 기계는 있으니
앞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가겠죠.
A네 가면서 내가 선물로
챙겨갔던 것은 “사과 잼”
마당에서 난 유기농 사과로
설탕도 소량만 넣고 만들었는데..
내 입맛에는 잼으로도 충분한 단맛이지만,
남편 입맛에는 따뜻하게 해서
디저트로 퍼먹으면 딱 좋을 정도의 단맛이라
남편에게는 “사과 무스”라고 하죠.
사과 5kg정도를 만들다 보니
사과 껍질을 까고 써는 작업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단 먼저 썬 것을 조리고,
나중에 썬 것을 추가로 넣다 보니
사과 조각들이 있는 사과 무스가 완성.
마당에서 나온 사과로 만들었으니
시부모님도 드릴까 했지만,
올해는 사과가 풍년이라 사과 쥬스,
사과 무스등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
많으시다는 시부모님.
슈퍼에서 파는 패스츄리 반죽에
내가 만든 사과 잼을 고르게 펴서
구워 놓으니 정말로 만난
사과 파이가 완성됐습니다.
시부모님께 갖다 드린 시간이
두 분이 카드놀이를 하시는 시간이라
출출하셨는지 갖다 드리자 마자
두 분이 한입씩 베어 드시는 걸
보고 나왔었는데..
나중에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네 아빠가 뭐래는 줄 아냐?
왜 당신은 이렇게 못 만들어 하더라.”
아이고, 이렇게 칭찬 들을만한
정성을 들인 것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으시는
시어머니께 한마디.
“엄마, 그건 사과 자체가
시고 단맛이 강해서 맛있는거예요.
나는 사과에 설탕 넣고 조리기만 했어요.”
그렇게 칭찬을 들었던 사과 파이도
A를 위해서 싸갔었습니다.
시부모님이 다 맛있다고 하고,
남편도 맛있다고 하니 혼자 사는
A에게도 맛 보여주고 싶었죠.
남자 혼자 살면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먹지도 않고,
또 케익을 굽는 일 또한 없을 테니
누군가가 만든 케익 한 조각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싶었죠.^^
저녁에 그곳에 도착해서는
내가 가져간 이사 선물과 함께
사과 파이를 꺼내 놓으니
남편이 한 쪽 먹고 나머지는 A가
다 먹은 걸 봐서 꽤 맛은 있나보다 했죠.
내가 가져간 사과 잼을 꺼내 놓으며
해 먹을 수 있는 모든 종류를 나열했습니다.
“패스추리 반죽에 이걸 고르게 펴고
구우면 내가 가져온 사과 파이가 완성되니
사과 파이로 구워 먹던가
빵에 발라서 잼으로 먹거나
남편처럼 데워서 사과 무스로 먹어.”
크로아티아에서의 1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찾은 A네집.
남편이 나에게 테이블 위에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리키면서 하는 말.
“저거 A가 당신한테 주는 거래.”
A가 나에게 주겠다는 건
신상 갤럭시 버즈 이어폰.
아니 고가의 이어폰을 왜 나에게?
주면 고맙다고 하는 것이 정답인데
A에게 내가 한 말은..
“이걸 왜 나 주는데?”
고가의 새 이어폰을
왜 나에게 주는공?
내가 뭐 이런 비싼 물건을
받을 (예쁜) 짓을 했다고?
세제 몇 개를 새집 입주 선물로 줬고,
사과 잼과 사과 파이를 챙겨갔을 뿐인데..
이걸 금액으로 따지면 한 20유로 되려나?
선물을 주는데 “왜 주냐?”고
물어보니 무덤덤한 A의 한마디.
“나는 필요 없어서”
자기는 사용 안 하니 나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그렇고
일단 챙기고 나니
왜 이리 좋노~~”
왜 뜬금없이 A가 나에게
이어폰을 주나 했었더니만,
나중에 하는 남편이 한마디.
“내가 A한테 당신이 쇼핑몰 벼룩시장에서
블루투스 이어폰 사서 팔아 먹은 거
이야기 했거든.”
내가 팔아먹은 블루투스 이어폰 이야기는 아래에서
http://jinny1970.tistory.com/3512
원래 남자들이 친구랑 전화하면서
마눌 이야기를 잘 하나요?
제 남편은 오죽 친구랑 할 이야기가 없으면
마눌 이야기를 하나 싶을 정도로
남편의 통화 내용에 마눌이 이름인
“진”이 자주 등장합니다.
남편이 마눌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5유로에 4개씩이나 사서 그 중에 하나를
20유로에 팔아먹은 이야기를 했던 모양인데..
그럼 나도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다는 걸 알면서 왜 주노?
나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연결을 해야 하고,
또 이어폰 2개를 연결하는 전선이 있어서
쪼매 불편 했었는데..
최신 이어폰을 주시니 감사하게 접수 ^^
갤럭시 버즈는 받자마자
바로 사용했습니다.
남편과 차로 이동중에 한쪽 귀에 넣기만 하면
바로 스마트폰과 연결이 되니
남편 모르게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 만족 대 만족!
내가 A에게 이런 비싼 선물을 받을만한
예쁜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는 건 감사하게 받았으니
다음에 A네 집에 갈 때는
전기 포트 하나를 사갈 예정입니다.
A네 머물면서 차 마실 때마다
냄비에 물 끓이는 불편함이 있어서
전기 포트 하나 있었으면 싶었거든요.
A가 나에게 준 선물 액에 비하면
턱없이 저렴한 제품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내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는 괜찮을 거 같아서
“선물 아이템”으로 찜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A에게 한 조그마한 선물들이
이런 고가의 선물을 부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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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포스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A네 집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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