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이스북에 있는
중고 매매 사이트를 곧잘 봅니다.
이곳을 통해서 물건을 산적도 있고,
팔아본 적도 있죠.
100%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사용할 만 합니다.
이번에 내가 내놓은 것은 “팔 물건”
가격이 싸다고 4개씩이나 사놓고 보니
과해도 너무 과한 물량.
http://jinny1970.tistory.com/3488
나는 이제 하나를 사용하고 있고,
아직 3개는 새 제품.
3개중 2개는 포장지를 까서 버려 버렸지만,
혹시나 싶어서 포장까지 완벽하게
남겨두었던 하나는 팔아 버리기로 했습니다.
친구도 없고, 인맥도 형편없는 내가
물건을 팔만한 장소는
바로 페이스북 중고장터.
내가 산 가격은 5유로의 헐값이었지만,
이 제품의 정가가 39,99유로라고 하니
양심껏 반 후려쳐서
20유로에 내놨습니다.
20유로에 안 팔리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15유로로 내려보고, 그래도 안 팔리면
10유로에 팔겠다는 대충의 계획도 세웠죠.^^
20유로에 팔리면 내가 산 4개값이
한 번에 계산되니 나는 나머지
이어폰 3개를 공짜로 얻는 것이고,
10유로에 팔아도 어차피
나에게는 남는 장사.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물건을 내놓고 1주일이 넘도록
아무도 문의를 해오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 날 뜬금없는 문자 한통.
페이스북은 나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누군가 싶어서 내 이어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을 확인 해 보니 일단 외국인.
외모를 보아하니
아프가니스탄 쪽에서 온 난민입니다.
난민으로 오스트리아에 들어온 사람들은
“난민 인정”을 받기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핸드폰 비용까지 내준다고 하던데..
일은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비자가 필요한 일 말고,
새벽에 신물 배달이나,
개인 사업 같은 건 해도 된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난민 청년들은 하루 종일
시내의 공원이나 배회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시간이 많다 보니 여러가지 범죄에 연류가 되고,
특히나 마약에 관련된 일이나 여자들을
강간하는 일들이 그 중에 가장 빈번하죠.
나에게 이어폰을 사겠다고
연락을 해온 상대가
아프가니스탄쪽의 난민인 거 같아
살짝 두려웠지만 그래도 물건은 팔아야 하니
대화를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 페이스북의 사진은 얼핏 보면
30대처럼 보이는 얼굴이라 지금
이 청년에 나에게 수작을 거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보면 50대의 펑퍼짐한 아줌마라
상대방이 놀랄수도 있는디…
페이스북의 내 사진만 보고는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내가 팔겠다고
내놓은 물건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의심을 해봐야죠.
오스트리아에 사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난민”이라는 존재는
“가능한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할 사람들”
괜히 알아봤자 나에게 도움보다는
해를 끼칠 수 있으니 가능한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는 애초에 만나지 않는 것이 좋죠.
난민도 상대방의 출신 국가와
성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아낙이라면
그리 위험한 상대가 아니지만 상대가
나이 어린 청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시간은 많고 성욕만 충만한 청년 난민이
일으키는 사고 중에 가장 으뜸이 바로
“강간/살인 사건”이거든요.
이 구매자가 난민 일수도,
아니 남민 출신이라는 것이 확실하니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남편에게도 말을 했었죠.
물건을 사겠다고 연락을 해온
구매자가 난민 청년 같다고!
며칠간의 걸쳐서 청년은 나에게 계속
문자를 보내와서 내 물건을 살
의향이 있음을 보였죠.
청년은 순수한 마음에
내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겠다고
해온 연락 일수도 있는데..
나는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대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 문자를 받았죠.
청년은 내 주소와 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 문자를 받자마자 들었던 생각.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건 큰일날 일인 거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난민에게
우리 집 주소를 알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죠.
이건 우리 집에 털러 오세요~
하는 초대일 수도 있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청년에게
우리동네 쇼핑몰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니 청년이 연락을 해오면
나는 3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죠.
청년에게 내가 지정한 장소에 가서
문자를 보내면 물건을 가지고
바로 가겠다고문자를 보내고는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청년이 보내온 건 자신의 사진.
이걸 받고 띄웅~ 했습니다.
중고 매매를 하면서 상대방이 입은 옷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자신의 사진을
떡 하니 보내온 경우는 처음이라 쪼매 당황.
자신은 내가 만나자는 곳에 이미 와있다고 하니
나도 물건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사실 쪼매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하릴없이 방에서 빈둥거리는
남편에게 말을 걸었죠.
“나 이어폰 팔러 나가야 하는데,
상대가 난민 청년이라
쪼매 무서운데 같이 갈래?”
평소에 마눌의 안전에 엄청 신경 쓰는 듯한
남편이 이때는 관심이 없는듯 한마디.
“안 나가면 되잖아.”
“만나자고 했고, 이미 그곳에 왔다고
하는데 안 나가면 웃기지.”
마눌이 난민을 만나러 간다는 데도
끝까지 쿨한 태도로 마눌을 따라
나서지 않는 남편.
혹시 걸어서 갔다가 집에 오는 과정에
내 뒤를 밟을 수도 있으니
비는 살짝 오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쇼핑몰 도착,
매매를 위해 만나자고 했던 2층 영화관
매표소에서 사진을 보내온
청년을 만나기는 했는데,
청년은 나를 만나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자신의 언어로 대화를 합니다.
이때 들었던 생각!
“이 근처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고기(=나?)가 걸렸다고 연락을 하는 건가?”
전화를 끊고 나서는 내가 가져간
박스를 뜯으려고 하는 청년.
“물건을 뜯기 전에 돈을 먼저 줘야죠.”
새 물건인데 돈도 안주고
내 물건을 뜯으면 안되는 거죠.
내 말에 씩 웃던 청년이 주머니에서
20유로짜리 지폐를 꺼내서 내밉니다.
그리고는 박스를 뜯어서
물건을 확인하는 청년.
이때 들었던 생각
“설마 이 20유로짜리가 가짜 지폐는 아니겠지?”
물건을 뜯어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면서 시간을 끄는 거 같은 청년.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 거죠)
얼른 이어폰을 켜고 끄는 방법과,
스마트폰에 연동하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황급이 그곳을 탈출.
그리고는 잰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부지런히 걸어서 쇼핑몰 탈출.
쇼핑몰을 탈출했다고 끝이 아닌 거죠.
세워둔 자전거에 올라 타고는
페달을 겁나 빠르게 밟았습니다.
달리는 도중에 혹시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는지도 확인을 했습니다.
다행히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고,
내가 청년에게 받았던 20유로 지폐는
다음날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용했는데
소액이어서 가짜 지폐인지
확인을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가짜 지폐인지 확인하는 기계가
없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동네이니 가짜 지폐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중요한 건 아무 문제없이 사용했다는 것!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에서는
가짜 지폐가 종종 나옵니다.
20유로, 50유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종류 중에 하나죠.
오스트리아에서는 50유로짜리
지폐를 내면 카운터에서는
그 지폐가 가짜인지 확인하는
기계가 있는 경우도 있고,
기계가 없는 경우에는 카운터의 직원이
자신이 받은 지폐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합니다.
나중에 그 지폐가 가짜인 것이
밝혀졌을 때 담당자가 그 돈을 물어내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죠.
거래를 하기 전에는
정말로 물건을 팔기 위해서
만나야 하나 약간의 고민을 했었고,
물건을 팔러 가는 길도
살짝 겁나는 마음을 안고 갔었는데..
물건도 잘 팔았고,
받은 지폐도 잘 사용하고 나니
상대가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겁을
먹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 앞으로도 이런 지나친 조심은
계속 이어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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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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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내가 이어폰을 샀던 그 쇼핑몰 벼룩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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