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가끔 시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네 남편 필요한 것이 없다냐?”
아들에게 선물하실 아이템을
찾지 못하실 때 며느리에게 가끔 묻기도 하셔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고 남편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말씀드렸죠.
“당신 아들 속옷이 필요해요.”
한동안은 장보러 갈 때마다
속옷을 한두개씩 사서 마눌에게
핀잔을 들었었는데,
더 이상 속옷을 사지는 않는 남편.
그래서 그런지 조금 해진 것도 있고,
또 버려야 할 시점에 온 것도 몇 개 있는데,
남편은 그냥 입습니다.
왜?
세탁을 해서 속옷 서랍에 넣어놓으면
남편은 그걸 입고,
빨래할 때해진 것을 봤지만
일단은 세탁을 해야하니
세탁해서는 다시 남편 서랍에 넣어놓고,
남편은 또 그것을 입고..
이것이 반복되고 있죠.
남편에게 선물을 사시려면
“속옷”을 하시라고 말씀드렸더니만
시어머니의 말씀.
“속옷은 선물하는 거 아니다.”
아무거나 필요한 걸 해주면 되지
거기에 왜 속옷은 포함이
안되는 것인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개개인의 차이가 있는 거니
“왜”하면서 토를 달지는 않았습니다.
속옷은 선물하는 거 아니라고 하니
그런 가부다 했는데..
장보러 가셨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뭔가를
살짝 쥐어 주십니다.
“이거 네 남편꺼다. 네 아빠 몰래 샀다.”
장보러 가서 계산대에 올리면
다 보셨을 텐데 아빠께는
비밀이라는 시어머니.
가정의 지출 중 식료품을 책임지고 있는
시어머니시라 장을 보러 가시면
지출은 다 시어머니 몫이시죠.
식료품을 사시면서 속옷이 필요하다는
아들의 물건을 하나 사셨나 봅니다.
남편(시아버지) 속옷은 안 사면서
아들내미 속옷은 챙겼으니
남편은 섭섭해할수도 있겠지만,
시아버지 속옷이야 당신이 알아서 사시겠죠.
뜬금없이 엄마가 산 속옷이라며
마눌이 팬티 한 박스를 내미니
남편이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한마디.
“엄마한테 당신이 뭐라고 했는데?”
“엄마가 당신이 뭐가 필요하냐고
하시길레, 선물을 사시려면 속옷으로
하시라고 말씀드렸지,
그런데 그걸 아무 날도 아닌
오늘 사 오실 줄은 몰랐지.”
괜히 마눌한테 짜증을 내고 사라지는 남편.
http://jinny1970.tistory.com/2349
마눌이 남자 팬티 입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닌디..
열 받으면 그 팬티 내가 입어버릴까부다.
엄마가 사오신 속옷을 남편은
그렇게 짜증을 내가면서 접수를 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마당에서 만난
시어머니가 속옷 이야기를 하십니다.
“내가 지난번에 네 남편 속옷을 살 때
내 것도 샀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조금
안 맞는 거 같더라. 너 줄까?”
“사이즈가 안 맞으면 바꾸시면 되잖아요.”
“내가 이미 세탁을 해서 환불은
힘들 거 같고 너 입을래?”
엄마랑 나랑 사이즈도 안 맞는데..
싶으면서도 도대체 어떤 것을
며느리 주신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보여달라고 말씀드렸더니만..
제법 예쁜 속옷을 보여주십니다.
엄마는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삶듯이 세탁을 하셔서 레이스 달린
속옷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레이스 달린
속옷을 사셨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안 맞는데 절 주신다는거예요?”
“레이스가 자꾸 말려서 내려간다.”
허리춤에 레이스 부분이
허리에 붙어 있지않고 자꾸 내려가니
불편하다는 말씀이시죠.
세탁을 해서 입었는데,
불편하니 깨끗하게 세탁을 해서
며느리에게 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팬티가 내 사이즈보다는
조금 크기는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옷에 내 몸을 맞추는
인간형이라 다 가능합니다.
엄마는 안 입는다고 하시니
누군가에게 주기는 해야할 거 같은데..
딸내미와 며느리가 비슷한 체형인데
멀리 사는 딸보다는 옆에 사는 며느리에게
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하긴 딸내미는 준다고 해도 거절했겠네요.
보기에는 분명히 M사이즈인데
본인은 S라고 믿고 있고,
옆으로 살이 삐져 나오거나 말거나
오직 S만 입는 사람이 있죠.
시누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맞는거 같은디…)
시어머니가 며느리 주겠다고 하신
속옷은 사실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당신은 마음먹고 사신 가격이
약간 있는 속옷이었습니다.
그래봤자 개당 10유로 남짓이니
럭셔리는 아닙니다만,
알뜰 하신 시어머니는
간만에 쓰신 돈이죠.
비싸게 샀는데, 당신에게는 불편하니
“이 아까운 것을 며느리에게
줘야겠다.”싶으셨던거죠.
나는 속옷이 많다고 몇 번 사양을
했음에도 자꾸 “너 입어라~”하시니..
느낌상 이건 꼭 내가 받아야 하는 거죠.
시어머니는 아들내미한테만
속옷 선물하니 며느리가 섭섭해할까봐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신 것인지
아님 정말로 당신에게 불편해서
며느리에게 주신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접수 완료.
그렇게 시어머니가 주신 것을
“선물”로 감사히 받았는데..
문제는 나에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팬티가 조금 크기는 해도 “편안하다”
우기면서 입을 수는 있겠는데,
시어머니가 말씀하신 "레이스가
돌돌 말려서 내려간다”는
불편함이 나에게도 있네요.
그렇다고 시어머니께 “나도 불편해요.”
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신 선물이니 “감사”하게 받았고,
내가 입기는 불편해서 서랍에
잘 모셔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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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어머니 관련 포스팅이라 시부모님이
등장하는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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