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리부부는 가능한 외출도 삼가했고,
국경을 벗어나는 여행도 안 했었죠.
남들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운 성격의 남편이라
올해도 국경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거 같았는데
남편이 뜬금없는 크로아티아 이야기를 합니다.
작년 코로나 초기, 유럽 여러 국가들이
국경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사람을 헷갈리게 할 때도 휴가를 갈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가면서 잘 다녔고!
올 여름에도 내 동료들을 보니
참 다양한 나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등.
“도대체 코로나가 안 무섭니?”
하고 묻고 싶을 정도였죠.
자기 차를 운전해서 국경을 넘는 건
그나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니
안전하다고 해도 항공편으로
여행을 다니는 건 아직은 불안한데..
우리는 작년 가을에 오스트리아
국내 여행을 짧게 다녀오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 했었고,
올해도 당일치기 여행으로
잘츠캄머굿 호숫가만 기웃거렸었는데..
내가 사용하지 않았던
(작년) 보너스 시간(이라나?)을 사용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나에게 생긴 3주간의 시간.
남편도 이 기간에 휴가를 가겠다고
일단 시간을 내기는 한 모양인데,
남편이 이번에 가겠다는 휴가지는
“크로아티아”
남편이 크로아티아 휴가 이야기를
하길래 한마디 했습니다.
“부모님도 모시고 갈까?”
남편의 계획에는 부모님이 안 계셨는지
한동안 말을 안하던 남편.
“지난번에 우리랑 같이 크로아티아 휴가를
다녀오신 것이 마지막이니
이번에 가시겠냐고 물어보자.”
코로나로 우리도 꼼짝 안했지만,
시부모님도 거의 집에서만 계신 시간이었죠.
크로아티아는 시부모님이 운전하고
가시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 아들 내외가
휴가를 갈 때 모시고 가는 것이
두 분의 “크로아티아 바다 휴가”죠.
두 분과 함께 했던 여행이 궁금하신 분은…
http://jinny1970.tistory.com/413
부모님 모시고 가자는 이야기에
남편이 바로 반응을 안한 것은
이해를 합니다.
솔직히 우리 둘만 떠나는 휴가와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휴가는 차이가 크죠.
며느리인 나도 시부모님과 함께 하는
휴가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들인 남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함께 식사를 하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남편은 코 박고 밥만 먹습니다.
부모님이 뭘 물어 오시면
“예, 아니요”로 짤막하게 대답만 하죠.
남편은 시부모님과 대화를 거의
안하는 타입이라 휴가기간내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편하지는 않은 사람이죠.
며느리인 나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휴가가 편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며느리라 아침에 빵을 사러
동네 제과점에도 다녀와야 하고,
아침 상도 차려야 하고,
저녁에 고기라고 구워 먹으면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다 해야 하죠.
휴가 오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차려놓은 상에 오셔서 식사를 하시고
설거지를 도우시려는 제스처만 취하십니다.
며느리가 항상 괜찮다고 하시니
이제는 더 이상 설거지를 도우시지는
않지만 말이죠.
남편도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휴가가
마냥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불편해서
죽겠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죠.
아들 내외가 모시고 가지 않으면
두 분이 이 멀고 먼 크로아티아까지
휴가를 가실 일은 없고,
아빠는 좋아하시는 바다 수영도 못하시죠.
마당에서 만난 아빠께 며느리가 여쭤봤습니다.
“아빠, 며칠 후에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가는데 함께 가실래요?”
아빠의 성격상 싫으시면
단번에 말꼬리를 잘라 버리시는데
이번에는 가실 의향이 있으신 듯 합니다.
“엄마랑 상의 해보마.”
우리 둘만 여행을 가면 별도의 예약없이
캠핑장에 자리를 잡으면 되지만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캠핑장내에
“모터 홈”이라고 불리는 붙박이 캠핑카를
숙소로 잡아야 하니
미리 예약도 해야 하고
많이 번거로워지지만
그래도 가신다고 하시면 모시고 가야죠.
늦은 오후에 마당에서 만난 엄마가
며느리의 질문에 대답을 하셨습니다.
“이번 휴가는 너희끼리 다녀와라,
우리는 못 갈 거 같다.”
“왜요?”
“진통제가 필요한데 내 가정의가
휴가를 갔다가 목요일에 온단다.”
“그럼 목요일까지 기다려서
진통제 사가지고 가면 되잖아요.”
“그래도 안갈란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일단 생각 해 보세요.”
부모님이 딱 잘라서 “안 가”하시지 않고,
아빠는 “네 엄마가..”하시면서 미련을 보이시고,
엄마도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하시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들도 며느리도 둘만 달랑 떠나는 여행이
더 편하고 더 힐링되는 여행 일수 있겠지만,
부모님이 여행을 다니실 수 있을 때
함께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죠.
남편은 부모님이 안 가신다고 하시니
당장에 차 안에 캠핑용으로 만들어 놨던
마루를 집어넣는 작업을 하자고 하지만
나는 일단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캠핑용 마루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에서..
http://jinny1970.tistory.com/2766
시아버지가 아파서 아들 내외의 휴가에
함께 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코로나로 또 휴가를 꿈도
꾸지 못한 시간들도 있었으니
가능하다면 이번에는 모시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분께 생각할 시간을 드린 이유가
가능하다면 함께 가고 싶다는 아들 내외의
마음이라는 걸 두 분도 아실 텐데..
끝까지 거절하실 지 아니면
못이기는 척 하시면 따라 나서실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으실 때쯤에
우리는 크로아티아의 바닷가에 있겠네요.
너무 자주 다녀서 동네가 익숙한 곳으로의
휴가라 별로 새로울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는
휴가지이지만..
가능하다면 그곳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휴가를 떠났는지도
그때쯤 알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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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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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는 이야기라 제가 가지고 있는 비키니 소개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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