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미리미리 계획하는 남편과는 달리
마눌은 뭐든지 즉흥적이죠.
그렇다고 계획을 하나도
안 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계획을 했다고 해서 꼭 그걸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요리에 관해서는 말이죠.
가끔 미룰 수 없는 요리들이 있을 땐
후다닥 할 때도 있기는 하죠.
http://jinny1970.tistory.com/3341
매일 남편에게 갖다 바치는
“오늘의 점심 메뉴”도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날 오전에 장을 보러 갈 때까지도
나는 “오늘 점심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하죠.
내일 혹은 모래 점심 메뉴까지
미리 생각해서 요리 준비를 하시는
시어머니와, 남편은 절대 이해 못할
저만의 “한끼”입니다. ㅋㅋㅋ
저는 그냥 장보러 가서 눈에 띄는 것 사고,
그걸로 뭘 만들지를 결정하는
즉흥적인 요리를 주로 합니다.
그날도 장을 보러 가기 전날
남편의 한마디가 귀에 박혔습니다.
“지하실에 오이 피클 대용량으로
사놓은 거 빨리 먹어 치워야지”
김치를 담는 용도로 사용하려고
평소에 우리가 사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의 오이 피클을 샀었죠.
오이 피클을 사긴 했는데,
나는 평소에 안 먹는 종류여서
지하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남편이 한 잔소리입니다.
개봉한 상태로 오래 두면
곰팡이가 생기고 할 테니
가능한 빨리 먹어 치워야 하는데,
마눌이 전혀 안 먹으니
신경 좀 쓰라는 이야기였죠.
그 다음날 장을 보러 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생 소시지”
뭘 해도 대용량으로 하는
내 눈에 와서 박힌 건
생 소시지 12개가 들어있는 포장.
시어머니는 요리를 하실 때
전날이나 전전날 당신이 하실
요리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십니다.
“내일은 닭 구이를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아들내외에게 당신이 우리에게
주실 점심메뉴를 말씀하시지만,
뭘 해도 즉흥적인 며느리는
예고 같은 건 없습니다.
뜬금없이 점심 시간에
수제 햄버거를 접시에 담아서
들고 오기도 하고,
빵을 구웠다고 접시만 얼른 놓고
가기도 하죠.
이날도 시부모님께도 드리려고
12개가 들어있는 포장을 사왔는데,
두 분은 이미 식사를 하셨다고 하니
12개중 6개는 냉동실에 넣어버렸죠.
내가 사들고 온 생 소시지는
“Bratwurst 브랏부어스트”용.
오스트리아/독일의 거리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소시지 구이죠.
보통은 프라이팬이나 그릴에
소시지를 골고루 잘 구워서
사우어크라우트(절인 양배추)와 빵
혹은 으캔 감자와 먹는 요리용 소시지인데
나는 이걸 다른 용도로 해 보려고 샀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엊저녁에 남편이 했던 말!
“지하실에 오이피클 빨리 먹어 치워야 해!”
나는 소시지 구이용 소시지에
다진 오이 피클이 들어가는
아메리칸 핫도그를 만들 생각을 한 거죠.
이것도 슈퍼마켓의 냉장 코너를 돌다가
소시지를 보면서
생각한 “오늘의 점심”이었죠.
애초에 핫도그용 소시지도 아니고,
핫도그용 빵도 유럽에서는
아무 슈퍼나 가면 있는 종류는 아닙니다.
그래서 대충 슈퍼에서 파는 빵 중에
“핫도그”를 만들만한 빵을 골랐죠.
하나는 곡물 빵이고
또 하나는 브레첼 스타일의 빵.
둘다 핫도그용으로 적합한 종류는 아니지만,
비주얼은 핫도그로 사용이 가능하니 합격!
그렇게 저는 생 소시지를 사면서
점심메뉴를 결정했고,
빵도 거기에 맞게 골랐죠.
애초에 소시지도 빵도 미국식 핫도그와는
거리가 먼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니
미국 정통의 그 핫도그 맛이 나지는 않겠지만!
내가 해치워야 할 오이 피클을
왕창 사용할 수 있는 요리이니 합격!
그렇게 남편에게 갖다 바친
아메리칸 스타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핫도그 완성.
양파도 다지고, 지하실에 있던
오이 피클도 다지고!
혹시 맛이 없을까 싶어서
케첩과 마스터드 소스도 팍팍!^^
배달된 핫도그 2개를
깔끔하게 해치운 남편.
뭘 갖다 줘도 궁시렁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인데,
평소에 먹는 것과는 다른 스타일이어서
이번에는 조용하게 다 먹었습니다. ^^
남편의 점심 식사 배달이 끝난
이후에 갖는 나만의 점심시간.
다져놓은 양파와 피클을 넣고
일단 남편에게 갖다 준 스타일로 먹어보니
먹는 동안 다져 넣은 양파/피클들이
너무 흘러내려서 먹는데 불편!
그래서 두번째는 그냥
길게 썰어 넣고 만들었죠.
우리가 아는 그 핫도그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색다른 점심 한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요새 이렇게 아주 짧은 시간에
메뉴를 선택하고 또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남편이 맛있게 먹는
성공한 요리가 탄생하고,
또 어떤 날은 남편이 접시 째
반납 해 오는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내가 한 맛없는 음식을
내가 다 먹어 치워야 해서
배 둘레에 햄이 더 쌓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음식을 버리면 벌 받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아낙이라
맛없는 음식도 어찌 어찌 소생시켜
나만의 한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세상이 빨리 종식되어야
삼식이 남편을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남편이 출근하는 그날을 꿈꾸면서
저는 매일 남편의 끼니를 챙기고 있습니다.
나처럼 삼식이 남편을
집에서 키우고 계신 주부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남편이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지 싶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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