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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과해도 너무 과한 그녀의 욕심,

by 프라우지니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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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는 100kg가 넘는 할매가 몇 분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직원들의 미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N 할매.

 

사실 미움까지는 아니지만,

그리 좋아라 하지 않죠.

 

어떤 분인지 궁금하신 분은 지난 포스팅을 읽으시라.

 

2019/04/06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나를 당황하게 만든 어르신의 발언

 

나를 당황하게 만든 어르신의 발언

우리 요양원에는 참 다양한 분들이 머물고 계십니다. 성별과 나이, 그리고 요양원에 머문 기간도 다양하시죠. 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오래 머무신 분이실수록 만만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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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동의 거구 할매 N부인.

 

직원이 하는 서비스를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명령하시는 분.

 

과일바구니에 과일이 담겨있으면

다 털어 가시는 분.

 

(그래서 이 양반이 오가는 시간에는

과일바구니를 장식장 위로 올려버립니다.)

 

그외 직원들에게 절대 “고맙다” 안 하시는 분!

 

얼마 전에는 그 방에 들어갔다가

제가 한 마디 했네요.

 

“N, 네가 쓰는 Muessen (영어의 must에 해당 ~해야만 한다) 명령하는 거 같아.

대신에 koennen(영어의 can~할 수 있다)로 해 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러면 최소한 내가 명령을 받는 느낌은 안 들거든.

그리고 직원이 뭘 해주면 고맙다고 하고!“

 

N부인이 직원들에게 명령을 하고,

절대 고맙다는 말을 안 한다!

 

이런 말들이 직원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방에 가기 싫어하는 직원도 있죠.

 

어르신들을 도와드려야 하는

직원들도 인간이라 감정은 있죠.

 

이왕이면 방에 들어가서 도와주고 나오는데

빈말이라도 “고맙다”고 하는 것이 더 좋죠.

 

사실 “고맙다”라는 말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혼자 못하는 일을 해결 해 주러 오니

고마운 일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나 냄새나는 화장실에 관련된 일을

하고 나면 더 해야 하는 인사죠.

 

 

 

N부인은 요양원 생활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그런 인사는 잊은 지 오래인 모양이십니다.

 

직원들이 당신의 똥꼬를 닦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직원들의 세심한 손길 "한 번 더"에 

당신의 똥꼬가 짓무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모르시는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겨!!

그만해!!

 

한동안 조용했던 N부인이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

 

당신이 매일 점심때 맥주 반잔을

나눠주시던 T부인의 손자한테 말이죠.

 

점심시간에 방문한 T부인의 손자가

식사하시는 할매 옆에 앉아있으니..

 

그 옆에 있던 N부인이 T부인의

손자에게 속삭이듯이 말을 하십니다.

“너희 할매가 나한테 20유로 빚졌거든,
그거 네가 나한테 주면 돼!”

당신 딴에는 직원들이

안 들리게 속삭이신 모양인데..

 

직원들이 다 들었습니다.

 

N부인은 T부인의 손자한테 돈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직원중 한명이 바로 N부인에게 물었죠.

 

“T부인이 왜 너한테 빚을 졌는데?”

“내가 매일 맥주 한 잔(150ML 정도) 주잖아.”

“그건 네가 주고 싶어서 준거잖아,
그래놓고 돈을 달라고 하면 안 되지.”

“......”

 

 

직원이 이렇게 말하니

더 이상 말하지 못하는 N부인.

 

그날 오후에 제가 N부인을

방으로 모시고 가면서 물어봤습니다.

 

왜 맥주 값을 달라고 했는지,

전에도 그런 적이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전에 T부인의 딸한테 20유로를 한 번 받은 적이 있어.”

아하! 돈 달라고 하니 줬던 모양인데,

그래서 이번에도 달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T부인이 맥주를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줘놓고는 돈 달라고 하는 건 아니죠.

 

직원이 N부인에게도 “네가 주고 싶어서 줘놓고

돈 달라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마라!”고 했고,

 

T부인의 손자에게도 “맥주 값을 줄 필요는 없다”

하면서 해결된 줄 알았었는데...

 

어제 지층 근무를 갔다가 T부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T부인은 중증 치매환자이십니다.

 

직원이 할매를 모시고 1층의 식탁에 앉혀드리고,

식사 후에도 모시고 다시 방에 가야하죠.

 

사족은 멀쩡하신데 정신을 놓으신 분이라

기저귀도 차고 계신 80대 할매이십니다.

 

T부인을 1층 식탁에 모시고 가서

자리에 앉혀드리는데 갑자기 하시는 말.

“내가 돈 지갑을 잊었어요.
가서 가지고 와야 하는데..”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돈이 필요 없고,

사실 돈이 없으신 분들도 많습니다.

 

뜬금없는 지갑 이야기를 하니 여쭤봤습니다.

 

“돈은 뭐하시게요?”

“내가 N부인한테 빚 진 것이 있어. 그걸 갚겠다고 약속을 했거든.”

“뭘 빚지셨어요?”

“내가 맥주 값을 빚졌어. 그걸 달라고 매일 이야기 하거든.”

 

“그건 안 갚아도 되는 거예요.
N부인이 그냥 주시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거 공짜가 아니라 N부인 아들이 사오는 거잖아요.”

"그래도 당신이 달라고 하신 것도 아니고
N부인이 그냥 주시는데 갚으실 필요 없어요.“

 

T부인과 이런 대화를 하고 돌아서면서 들었던 생각.

 

“얼마나 집요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중증치매이신 할매가 N부인을 만나는 점심시간에
돈지갑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알고 있는 뚱뚱이 N부인은

일찍 돌아가신 남편 덕에

“넉넉한 은퇴연금”을 가지고 계십니다.

 

오스트리아는 부부중 한쪽이 먼저 사망하면

나머지 배우자에게 70%(인가?) 연금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서...

 

은퇴 연금을 남편과 아내가 각각 1000유로씩 받는 가정에서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

아내는 자신의 연금 1000유로에 사망한
남편의 연금 70%에 해당하는 700유로를 더 받는 거죠.

이렇게 되면 합이 1700유로
(대충 이렇다고 주어들은 이야기입니다.)

 

N부인이 자신의 입으로 “넉넉한 연금”이 있고,

“아들이 그걸 관리 한다“고 했죠.

 

엄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넉넉하니

아들은 시시때때로 엄마가

“사오라는 맥주등 간식의 주문 전화”

군소리 없이 사다 주는 거죠.

 

자기 돈이 드는 것이 아니거든요.

 

100살까지 살고 싶은 욕심도 좋고,

하루 24시간 먹어대는 식탐도 좋지만..

 

자신이 주고 싶어서 줘놓고 나중에

그 값을 치르라고 하는 건 끝없는 탐욕 같습니다.

 

그날 오후에 중증치매

T부인과 잠시 대화를 했습니다.

 

“T부인은 맥주 좋아하세요?”

“점심때 매일 한 잔 하잖아요.”

“원래 맥주를 즐기셨어요?”

“아니, 처음에는 안 마셨는데,
매일 점심 식탁에 맥주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마시게 됐죠.”

 

 

이걸 노린 건가요?

 

안 마시는 사람에게 매일 맥주를 줘서는

이제는 조금 즐기게 되니 돈을 달라고!

 

맥주 한 캔에 50센트.

그중에 1/3을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한 20센트.

 

그걸 한 달 동안 계산 해 봐도

6유로정도면 되는 금액인데 ..

 

어떻게 20유로라는 금액이 된 것인지!

 

인간은 죽을 때가 되도

착해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아래의 포스팅에도  N부인이 살짝 등장하기도 하네요.

 

2019/08/13 - [내생각들] - 사람은 죽을 때가 되도 착해지지 않는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도 착해지지 않는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죽어서야 떠날 수 있는 곳, 요양원입니다. 인간이 삶이 끝나가는 지점쯤에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 생각했습니다.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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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장기가 노화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욕심은 한없이 성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N부인의 욕심만 풍선처럼 부푸는 걸까요?

 

직원들이 말려도 돈을 받겠다는

N부인의 마음은 변함이 없는 거 같습니다.

 

T부인의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안 되니,

 

결국 치매가 있으신 당사자한테

이야기 하신 걸 보니 말이죠.

 

N부인의 바람대로 할매가

돈을 받으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과해도 너무 과한 그녀의 욕심인거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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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그로스글로크너의 가장 멋진 풍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개속을 벗어나서 본 멋진 풍경과 웅장한 폭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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