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날 대충 일어날 일들은 예상했습니다.
생일(30,40,50,60)을 맞은 직원에게는
나이에 해당하는 현찰 선물을 받고,
또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현찰 선물도 받게 될 거라는 걸!
보통은 생일이 지난 직원이 출근하는 날
선물을 주고, 축하도 해 주는데..
(이렇게 되면 그날 출근을 한 직원들이 해주는 조촐한 축하죠.)
나는 생일이 지나고 하는 출근이 아직은 없고
직원 회의차 참석하는 오늘이 생일 후에 처음 가는 날이라,
이 날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걸 알았죠.
저는 일(병가/휴가)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 직원들은 제외한
전 직원에게 생일 축하를 받게 됐습니다.
사람들 다 모아 놓고 일종의 선물 증정식을 한다는 이야기죠.
생일날도 조용히 집에서 하루를 보냈었는데..
생일도 지났는데
이렇게 거창한 축하가 살짝 부담은 됐습니다.
생일 파티를 하려고 해도 부를 사람도 없고,
또 이제는 “생일 잔치”를 하는 것도 귀찮은 나이고,
거기에 남편과 나 둘 다 감기로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라 조용히 보냈거든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그냥 왕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직원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7시에 시작하는 직원 회의가 막 시작 하려는데..
인사 부장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날 앞으로 오라고 부릅니다.
나보다 어린 인간이 이러면
“죽을래?”싶지만..
나보다 어른이니 부름에 응해야 하는 거죠.
내가 앞으로 나가니 작년과 비슷한 선물을
나에게 내밀면서 한마디 합니다.
“생일 축하해!”
나를 꼭 안아주고, 양 볼을 엇갈리게 대고는
입으로 “쪽“소리를 내는 ”Bussi부시“를 하는 인사 부장.
50살 생일에 준다는 현금 선물은
요양원에서 주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요양원에서 주는 선물은 축하 카드에 초코렛이었네요.
직원회의 하려고 모인 직원들에게 이 초코렛 상자를 뜯어서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이 초코렛이 생일 선물이라는 걸 아는 직원들이
하나씩 집어 들면서 또 해 주는 축하.
이날 원 없이 Bussi 부시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준다는 현금 선물은 안 주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근무하나 햇수가 짧아서 안 주나?”
아주 잠시 잠깐 이런 생각까지 했었는데..
직원 회의가 끝나고 나중에 받았습니다.
현금 선물은 회사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 노조에서 주는 선물이었나 봅니다.
월급의 1%를 노조 회비로 내야 한다는 노조가입.
나는 하지 않았습니다.
동료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입 안 한 사람들도 많고,
또 남편에게 물어보니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고 하길레 안 했거든요.
노조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월급에서
소소하게 노조로 빠지는 금액이 있기에..
노조원은 아니지만 노조에서 주는 선물은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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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생일 선물의 하이라이트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현찰 선물”.
난화분에 돈을 감아서
“돈나무”로 주는 건 아닐까?" 했었는데..
저는 다행히 돈 나무는 아니라
자전거 타고 집으로 오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돈나무”대신에 내가 받은 선물은 “목베개”
거기에 직원들이 모은 돈다발.
직원들의 주머니를 터는 건 솔직히 많이 불편했는데,
받고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
동료 직원들의 생일이나 출산에
나도 돈을 내고 카드에 사인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카드를 받을 때 이런 기분이었네요.
나를 위해 돈을 내고 이곳에 이름을 남긴 직원들 이름입니다.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적었습니다.
이 직원들에게 행사(생일/출산)가 있으면
저도 빼 먹지 않고 챙겨줘야지요.^^
우리 요양원 원장님의 이름도 보이고..
우리 병동의 청소부도 작년에 50번째 생일이라고 해서
친하지는 않지만 빼 먹지 않고
돈을 내고 카드에 이름을 적었었는데..
자기 생일때 챙겨줬다고 내 생일을 챙겨주네요.^^
평소에는 나에게 참 불친절한 청소부 아낙!
몇 년 째 그리 무뚝뚝하더니만,
갑자기 친근하게 굴어서 “웬일?”했었는데..
그 시기가 자기 생일이 지난 다음부터 인 것 같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봐도 날 투명 인간 취급하고,
나는 “좋은 아침,XXX"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데도,
무표정한 얼굴로 내 이름은 건너뛰고 “좋은 아침!”만 말하던 아낙.
갑자기 그 아낙이 인사할 때 날 쳐다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 놀랐었는데..
생각 해 보니 그 시기가 작년
그녀의 생일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녀의 생일에 내가 돈은 내고,
축하를 해 줬다는 것에 감동했던 모양입니다.
이 카드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서
내가 감동했듯이 말이죠.
10유로를 낸 사람도 있고, 5유로를 낸 사람도 있겠죠.
나보다 오래 근무한 사람도 있고,
나보다 늦게 입사한 동료 직원.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그런 사람도 있는데..
나와의 친분과 상관없이
내 생일을 축하를 해준 사람들께 감사했습니다.
받아온 선물 보따리를 주방에 풀어놓고 혼자 감동했습니다.
“내 식구 보다 나를 더 감동하게 만든 사람들”
저는 올해 부자 될 거 같습니다.
연초에 이리 돈이 많이 들어오니 말이죠.ㅋㅋㅋㅋ
노조에서 준 현금 선물 50유로에,
직원들이 챙겨준 현금 선물 162유로.
현금은 가지고 있으면 흐지부지 사라지는데..
날 감동 시킨 이것들로 잊지 못할 무언가를 사야겠습니다.
내 50번째 생일을 잊지 않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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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그로스글로크너 산악도로의 볼거리 3번.
작은 박물관에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어서 유익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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