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지층 근무

by 프라우지니 2019. 11. 1.
반응형

 

 

유럽은 한국과 층을 세는 방법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2층이라 부르는 층을

여기서는 1층이라고 하죠.

 

그럼 한국의 1층을 여기서는 뭐라고 부르냐구요?

Erdgeschoss “지층”이라고 부릅니다.

 

건물 내에도 한국과 다른 것이 있네요.

 

한국은 F 라고 표시하는 4층,

여기는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4라는 숫자가 죽음을 뜻하지만

여기는 아니거든요.

 

얼마 전에는 왠지 으스스한 차

번호판도 만났더랬습니다.

 

노선버스의 번호가 444.

 

한국 같으면 쉽게 달고 다닐 수 없는 번호판인데..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달고

다니는 것은 다른 문화 탓이겠죠?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닌디..

지층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너무 머얼리~ 갔네요.^^;

 

우리 요양원에는 지층(한국의 1층)과

1층 2층이 있습니다.

 

지층에는 11 분의 어르신들이 계시고,

1층에는 19 분(인가?), 2층에는 27 분(인가?)

 

11분이 사시는 지층은 직원 하나가 근무를 하고,

1층과 2층은 3~4명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죠.

 

층에 인원이 적다고 해도 중증 장애로

손길이 많이 가는 분들이 계시기에,

 

1층과 2층에서 하는 일들은 거의 비슷하고,

일의 강도도 비슷한 편이지만!

 

지층근무는 혼자 해야 해서

다른 직원들이랑 같이 근무할 때보다

저는 더 힘든 편입니다.

 

11분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아침에

간병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라,

그렇다고 일이 편한 것은 아니거든요.

 

내가 지층 근무를 힘들어 하는 이유는 이래서입니다.

 

 

 





1층이나 2층에서 근무를 하면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면서

평균적으로 15,000보를 걷습니다.

 

하루 종일 각방에 계신 분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참 많이 걷습니다.

 

1,2층은 오후에 한 곳에 어르신들이랑

같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도,

실제로 근무하면서

하루에 10km이상은 걸었네요.

 

하지만 지층근무를 하게 되면

다른 층보다 5천보 정도를 더 걷습니다.

 

하루 종일 근무하면서

2만보를 걷게 되는 날이죠.

 

솔직히 말하면 지층은 편하려면

참 편할 수 있는 층입니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거동을 하시니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죠.

 

하루쯤 씻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르신이 “싫다!”고 하시면..

 

“어르신이 씻는 것을 거부하셨다.”

라고 기록을 하면 되죠.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없으니

하루종일 일 안하고 구석에

짱 박혀 있어도 아무도 모르죠.

 

정말 이렇게 근무하는 직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 지. 만!

저는 지층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이 방, 저 방을 누비고 다닙니다.

 

 

 

어르신이 “씻기 싫다”하시면,

살살 달래서 손잡고 화장실로 모시고 가서

씻겨드리기도 하고, 

 

정색을 하면서

“거절”을 하시면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다시 찾아가서 씻겨드리기도 하죠.

 

“거절”을 얼싸 좋다고 반기는 직원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시도는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 잘한다는건 아닙니다.

그저 내가 돈 받는만큼 양심껏 일한다는거죠.^^)

 

바쁜 오전근무가 끝나고 조금 한가한

오후 시간에도 각방을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혹시 뭐 필요한 것은 있는지..”

“오늘 날씨도 좋은데..
오늘 나랑 밖에 공원 한 바퀴 돌 의향이 있으신지..”

 

한가한 오후에는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은

흡연실에 가서 짱 박히기도 하는데..

 

나는 담배를 안 피니 그 곳에 갈 일은 없고!

 

 

지층 어르신들은 1,2층처럼 같이 모여

계시지 않으니 한 곳에 같이 앉아있는 것도 힘들고..

 

이래저래 나만

이 방,저 방을 누벼야 하죠.

 

 

 

즐겁게 각방을 누비고 다니는 것까지는 좋았는디..

 

지층 근무시 이상하게 오후가 되면

다리가 풀리는 증상이 있습니다.

 

내 몸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래서 지층 근무가 반갑지는 않지만..

 

한 달에 2번 꼴로 나에게 주어지는 날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오늘 퇴근을 하면서 2층에 올라갔었는데..
K할배가 수염이 더부룩한 상태로 앉아계셨습니다.

 

가끔 할배가 “폭력적”이 되시면
씻겨드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 비주얼이었죠.

 

얼굴도 꾀죄죄에 수염도 숭숭난 얼굴!

 

2층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K할배가 오늘 화가 나셨었냐?”고 물어보니
나름 “상냥했다”고 대답을 합니다.

오늘 2층에 근무한 직원들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거죠.

 

지난 월요일에 내가 K할배를 목욕시켜드렸었는데..

할배는 그 날 이후 3일 동안
면도를 전혀 하시지 못한 상태였던 거죠.

 

K할배를 보니 참 씁쓸했습니다.

 

오늘 근무한 직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서 수다로 보냈던 거죠.

그러니 할배를 면도 해 드릴
시간이 전혀 없었던 거죠.

 

 

내 한 몸 조금 피곤하면 하루가 참 뿌듯한데..

 

그것보다는 대충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근무를 하는 직원들!

 

“이왕 하는 일, 다른 직원이 (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이왕 하는 일 즐겁게 하자!

 

이것이 내 근무에 대한 자세입니다.

 

그래서 지층에 걸릴 때마다

다른 층보다 조금 더 힘들지만,

 

내 작은 손길에 “큰 감사”를 표현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나름 보람 있는 하루입니다.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어서..

가능하면 지층이 조금 덜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

이제 10월도 지나고 11월이 코앞에 있습니다.

요즘 우리동네 날씨는 어떤지 영상하나 업어왔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