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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 마음속의 작은 갈등, 병가

by 프라우지니 201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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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인 나는  8시간이 아닌 10시간이 하루 근무입니다.

 

하루 일과에 따라 이어지는 일상 같은 근무, 10시간!

 

거의 매일 비슷한 일을 하는 10시간이지만.. 어떤 직원과 일을 하는지, 몇 명이 근무하는지에 따라서 일이 참 쉬운 날도 있고, 하루 종일 뺑이 치는 날도 있죠.

 

직원에 실습생도 한둘이 끼면 내가 할 일이 줄어드니 근무가 편해집니다.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날로 먹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

 

보통 근무에 들어가면 제일 바쁜 시간은 오전시간.

아침 식사가 끝나는 8시경부터 점심식사가 나오기 전인 11시30분 전까지 병동의 모든 어르신들을 씻겨드리고, 옷까지 갈아 입혀드려야 합니다.

 

내가 목욕탕에 들어가면 3~4분의 어르신을 책임지고 목욕시켜드리고, 머리 말려드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드린 다음에 점심을 먹게 될 각자의 테이블 앞에 모셔다 드려야 하고!

 

목욕탕을 들어가지 않는다면 각방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정도에 따라서 때로는 3~4분을 때로는 10분 이상을 바쁘게 다니면 씻겨드려야 하죠.

 

내가 “날로 먹는다”고 생각되는 날은..

제일 늦은 출근인 9시 근무를 들어가면서 달랑 한 분 정도 씻겨 드릴 때!

 

직원이랑 실습생이 부지런히 일을 해서 9시에 출근하는 내가 할 일을 팍 줄여놓은거죠.

이렇게 운이 좋은 날이 아주 가끔씩 있습니다.

 

반면에 3명 근무인데 그중 한 명이 “병가”를 냈고, 대체할 직원이 없는 경우!

그러면 2명이 하루 종일 빠진 한명 몫까지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달랑 주/2일 일하는 저는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날은 웬만하면 꼭 출근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정말 아파서 힘든 경우는 미리 전에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알려서 대체근무자를 구할 수 있게 하구요.

 

요새는 직원들이 전보다 팍 줄어서 근무가 힘든 상황인데..

제가 퇴근하고 주방에서 저녁을 보내다가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의자에 올라가서 창문에 모기장을 치고 방바닥에 발을 딛는다고 디뎠는데..

바닥이 아닌 신발 위였나 봅니다.

 

불을 켜놓으면 모기가 들어오니 주방 불을 끈 상태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죠.

 

발바닥에 쪼매 아프다. 하고는 정신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여전히 아픈 내 발바닥.

 

무슨 일이 있나하고 신발을 봤더니만..

슬리퍼에 피가 묻어있습니다.

 

발을 디딘 곳이 신발 위 인건 알았고, 신발에 뭐 뾰족한 것이 있나? 했었는데..

고리 쪽에 상당히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네요.

 

이곳에 발바닥이 베였던 모양입니다.

일단 소독하고 반창고를 바르고는 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작은 상처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걸을 때 마다 발바닥 아래쪽이 아파옵니다.

 

이틀 후에 다시 근무를 들어가야 하는데..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프면 하루 10시간 근무는 힘들죠.

 

상처는 크지 않는데, 발바닥이 조금 아프니 괜히 땡땡이 치고 싶어지는 마음.

“내일도 아프면 가정의한테 가서 이틀 병가 써달라고 할까?”

 

앞으로 3번만 일하면 “안녀엉~”인데 그중 2번은 병가??

 

마음의 유혹이 일었습니다.

발바닥은 살짝궁 아프고, 피도 조금 베어 나오는 상태.

 

내일은 어떤 상태가 될지 잘 모르겠는 지금.

 

“그냥 병가 이틀내고 나머지 하루만 근무하고 요양원과 작별을 할까?”

“그렇다고 내가 병가를 내면 나머지 직원들이 힘들 텐데..”

 

아프다고 최소한 하루 전에 알려준다고 해도 요새는 아픈 직원도 많고, 휴가 간 직원도 있고, 휴양을 간 직원도 있어서 인원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대체근무자를 구하라는 법도 없는디..

 

눈 감으면 이틀간 병가는 낼 수 있지만,

내 양심은 “가능하면 출근해야 한다” 외쳤습니다.

 

아픈 발바닥에 반창고를 떼어내고, 소독도 하고, 상처가 아물 수 있게 오후시간에는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내 발은 많이 호전된 상태.

 

발바닥에 아직 핏자국이 보이고, 누르면 아프지만 걸을 때 지장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출근은 할 수 있는 거죠.^^

 

페이스북에서 캡처

 

페이스북에서 간병(요양보호사)쪽 직업 단체에서 올린 포스팅이 딱 지금의 현실입니다.

 

“직원 2명은 병가를 냈고, 한명은 휴가를 갔고, 오늘도 (직원의 수가 적으니) (근무)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고, 지난 며칠 동안 직원이 부족해서 계속 뺑이 쳤는데...”

“잠시 ”그냥 병가를 낼까?“ 생각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머지 직원들의 근무가 더 힘들어지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데...”

 

그래도 이 직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도 견뎌내자.

뭐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입니다.

 

위의 내용처럼...

어제 분명히 멀쩡하게 근무한 직원이 다음날 “병가”라고 통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진짜로 아픈 것인지 아님 일하기 싫으니 가정의한테 가서 “병가확인서 하나 써 달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인성이 거시기 한 직원 같은 경우는 후자이지 싶습니다.

 

근무 개판으로 하고 출근해서도 일보다는 수다를 더 많이 떠는 직원들은 유난히 병가도 잦더라구요.

 

일하는 시간보다 담배 피러 가서 안 보이는 시간이 더 많은데 어디가 그리 아픈 것인지..

 

발바닥은 약간 따끔거리지만 걸을 때는 지장이 없으니 저는 출근을 합니다. 병가를 내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나 대신에 뺑이칠 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히 불편하죠.

 

저는 출근해서 내 몸은 조금 고되지만 마음은 편한 쪽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근무는 3번.

이틀 연속 근무하는 2층은 중증 장애를 가지고 계신 거대한(뚱뚱?)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내 몸은 조금 고되겠지만, 출근해서 왔다~갔다~하다보면 하루 10시간은 금방 지나는 것이고~

 

이왕에 하는 일 즐겁게 해야 나의 하루도 신이 나는 법이니..

 

내일 일하면 남은 근무는 2번.

저는 줄어가는 근무날을 손꼽으며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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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근무를 끝내고 온 저녁.

내일 출근해서 일하면..전 이제 딱 하루의 근무만 남게 됩니다.^^

 

오늘 퍼온 영상은..

"우리부부가 사는 법"입니다.

 

언젠가 제글에도 등장했던 "팁 받는 아내" 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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