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인 나는 요양원에 사시는 여러 어르신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직원인 내가 더 관심이 가고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어르신이 계신가 하면,
그냥 직원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만 해 드리는 어르신들도 계시죠.
아마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어떤 직원은 더 정이가고 사탕 하나라도 주고 싶고,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싶은!
그분들이 저한테 표현하는 것들이 그저 하는 인사치레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표현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저 립서비스로 “감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일부러 당신 방에 불러서 사탕을 쥐어주면서 감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뭐 주면서 하는 감사가 오히려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사탕이나 하나라도 일부러 챙겨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더 진심 같죠.
나에게 시시때때로 사탕을 챙겨주시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759
그래도 감사한 일들
별로 비싸지는 않는 사탕 한 봉지를 당신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은..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딸에게 부탁을 하거나, 딸과 같이 장보러 가야하죠.
그렇게 나를 주려고 B부인은 매번 사탕을 챙겨두시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한 달 전쯤 간만에 근무 들어가서 그 방에 갔더니 내 주머니에 찔려주셨던 사탕 한 봉지. 이것이 당신이 주시는 마지막 사탕인줄은 몰랐었습니다. ㅠㅠ
B부인은 요양원에 사시기는 하지만 혼자 다하시는 분이었죠.
단지 아픈 무릎에 오일이나 연고를 바를 때만 직원의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분답게 환상을 보시고 환청을 들으시는 B부인.
B부인의 방에 들어가면 시시때때로 당신의 상상 속에 있는 남자 이야기를 곧잘 하셨죠.
말을 더듬으시고 입안에서 웅얼거리듯이 말씀을 하셔서 말씀하시는걸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헬무트“라는 이름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신경 써서 들어야 합니다.
B부인이 “헬무트“이야기를 하신다면 ..
어디가 안 좋다는 말씀이시니 직원들이 신경을 썼었죠.
‘헬무트가 밤새 내 옆에서 떠들어서 잠을 못 잤다.“
“헬무트랑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나보고 돈 내라고 해서 내가 다내야 했다.”
“헬무트“라는 인물은 B부인이 젊은 시절에 옆집에 살았던 이웃이였던거 같은데..
도대체 어떤 인간성이였길레, 치매를 앓으시는 B부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심폐소생술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하지 말라는 신호인 나비모양.
간만에 근무를 들어갔던 지난 금요일.
1층에서 근무를 하고 저녁 8시에 철야 근무자에게 근무인계를 하고 있을 때,
2층에 근무했던 직원이 B부인이 “Palliative 팔리아티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팔리아티브“는 죽음이 목전에 있다는 뜻.
너무 정정하셨던 분이시라 믿지기 않아서 내가 해야하는 1층 근무인계를 마치고,
2층 근무자가 근무인계를 하는 동안에 얼른 B부인의 방에 가봤습니다.
원래 살이 없으셨는데 얼굴에 살이 더 빠져서 홀쭉해지신 상태.
그래도 말씀도 하시고, 창문도 닫아달라고 하셔서 “설마..”하면서 퇴근을 했습니다.
보통 팔리아티브는 숨이 넘어가고 있는 상태인데..
B부인은 살은 많이 빠지셨지만 의사표현도 정확하게 하셨거든요.
다시 출근한 화요일.
나는 B부인이 월요일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뵈었던 B부인이었는데, 그사이 하늘로 가셨다니..
이미 90대 중반이라 연세는 많으셨고, 무릎이 아프셔서 휠체어에 앉으신 상태로 생활을 하셨지만, 그래도 직원 도움 없이 사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셨네요.
우리 직원들은 이것도 “복”이라고 표현합니다.
타인이 씻겨주고, 먹여주고, (궁디) 닦아주는 도움 없이 끝까지 스스로 하는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노후의 마지막이라고 우리 전문인들은 말합니다.^^
금요일에 뵈었는데, 월요일 저녁에 돌아가셨다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가실 수 있는 것인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에 계셨던 분들도 이렇게 빨리 가시기는 않는데..
내 질문에 간호사가 대답을 합니다.
역시나 살 의지를 놓으셔서 그렇게 빨리 가셨나 봅니다.
치매를 앓는 육신에서 벗어나 말도 더듬지 않고,
환상 속 헬무트도 없는 세상으로 가셨겠지요?
B부인, 이번 생 사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당신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당신이 날 위해 챙겨주신 사탕 한 봉지가 당신이 주신 마음이신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드시는 사탕을 아껴서 나에게 주셨던 그 마음.
당신이 나에게 하셨던 가장 큰 감사 인사였죠.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외국인 직원이라 더 버벅이고, 더 서툴렀을텐데도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시고 (일하는 모습이)예쁘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uf wiedersehen 아우프 비더제엔.
이 인사는 헤어질때 하는 "잘가라"는 독일어 인사인데..
합성어인 두 단어를 쪼개면 wieder(비더/다시)sehen(제엔/보다)
다시 만나자는 뜻이 담긴 작별인사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요. 그래서 "굿바이"보다는 "비더제엔"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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