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사직서

by 프라우지니 2019. 7. 18.
반응형

 

 

오스트리아에 와서 살면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가져봤습니다.

 

제가 다녔던 첫 번째 회사는 그라츠의 한 레스토랑!

독일어 초보시절에 시작했던 레스토랑의 새벽 청소일.

 

나름 승진(?)해서 했었던 주방 보조(라고 쓰고 설거지라고 읽습니다.^^;)

이 레스토랑에서 총 1년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두 번째 다시 오스트리아에 돌아와서는 우리가 세 들어갔던 집.

그 집 계약하러 얼떨결에 취직이 됐죠.^^

 

http://jinny1970.tistory.com/149

나이 마흔에 들은 소리

 

그곳에서 1년 8개월 일을 했습니다.

 

회사가 우리 집 바로 아래여서 다니기도 편했고, 사람들도 좋았죠.

그곳을 그만 둘 때는 감동까지 받았던 잊지 못할 내 직장 중에 하나입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596

날 울린 꽃다발

 

이번이 세 번째 직장이었네요.

 

근무는 2년이 약간 넘는 기간이지만, 실습생 시절 2년을 보냈으니 4년이 넘는 기간.

 

전에 다녔던 직장들은 “그만 두겠다.”는 말로 해결(?)을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사직서” 라는 걸 써봤습니다.

(사실은 인터넷에서 컨닝했습니다.)

 

마눌에게 시험(?)이 닥치면  절대 쉽게는 도와주지 않는 남편.

 

“그냥 가서 그만둔다고 말하면 안 돼?“ 냐고 했더니만..

“안 돼, 사직서를 써서 제출해야지!”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마디.

“빨리 가서 사직서 써!”

 

내 참~ “초급 독일어회화” 생존하고 있는 마눌에게 그 어려운 “사직서”를 쓰라니..

너무 큰 걸 요구하시는 남편님이십니다.^^;

 

마눌이 독일어 공부 안 해서 독일어 엉망이라고 요새는 시시때때로 잔소리를 하시면서!

당근 마눌의 수준이 사직서를 쓸 수준이 안 되는 건 아실텐데...

 

“개인적이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뭐 결론은 이렇게 써야하는데 이것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서류상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조금 다르죠. 못 한다고 “배 째라”는 마눌에게 남편이 던지는 한마디.

 

“인터넷 검색해~”

 

아니, 그리 좋은 방법을???

 

 

구글에서 캡처

 

검색창에 Kuendigungsscheiben (쿤디궁스슈라이벤/사직서)하니 뭔가가 나오기는 합니다.

 

검색된 것중 제일 긴 걸로 골라서 워드 작성 끝!

이걸 남편에게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모든 걸 본인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의 성격이지만, 마눌의 일은 일단 마눌이 하도록 놔두는 “호랑이 훈육법”으로 마눌을 단련(?)시키는 남편입니다.^^;

 

마눌은 인터넷에서 본걸 그대로 옮겨 쓰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단어도 있습니다.

 

내가 독일어로 누구에게 “유감스럽다”라는 말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펜으로 하는 “유감스럽다”의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5개월 “무급 휴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오스트리아에 다시 돌아와서 5년 근무하고 받아낸 성과 아닌 성과네요.^^

 

남편은 무급휴가를 받을 경력과 연차(거의 20년)가 되지만..

나는 경력도 연차도 없어서 “무급휴가”를 신청해도 안 되죠.^^;

 

그래서 저는 사직서를 써야합니다.

회사에서 혹시나 “언제 다시 오니? 기다려 줄께!”할 수도 있지만..

 

이마져도 ‘언제“라고 단정을 짓지 못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남편이 무급휴가를 더 연장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내 인생에 처음으로 작성한 사직서입니다.

 

완성작은 다 남편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마눌이 주렁주렁 써넣은 너저분한 문장 빼고, 깔끔하고, 간결하게!

 

내용은..

“언제 입사했고, 언제 그만둘 예정이고, 그동안 나를 이끌어주고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고,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그만두지만, 앞으로 이 회사가 더 번창하기를 바라며, 내 근무에 대한 “긍정적인( 일 잘 했다는) 근무(추천)확인서”를 써 주십시오~“

 

이걸 들고 오늘 요양원에 다녀왔습니다.

 

“9월 말까지 일할 예정이고, 남은 4주는 9월에 휴가로 쓸 예정이다.“

 

이 말에 (직원의 관리하는)간병책임자는 조금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는 요즘 요양원 상황!

 

직원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전에는 4명이 일하던 것을 3명 혹은 2명이 다 처리해야하니 일이 더 빡셉니다.

 

요양원 사정이 그런 건 알지만, 나에게는 내 개인사정이 더 중요하죠.

그래서 9월말까지만 일하는 걸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 주에 요양원 원장이랑 9월에 가는 “4주 휴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자고 하네요.

“휴가는 정해진 기간만큼 “휴가”로 가는 것이 원칙이고, 돈으로 환급이 안 된다.“

 

제가 알고 있던 휴가의 원칙인데, 오늘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은 휴가 기간을 돈으로 계산 해 줄 테니 9월에 일해라.”

 

직원이 심하게 딸리니 한 달에 달랑 8~9일 일하는 시간제 근무 직원도 간절한 요즘.

 

모른 체할 수가 없어서 가능한 요양원의 편의를 봐줄 생각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