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삶은 참 피곤합니다.
회사에서 일도 해야 하고, 집에 오면 살림에 아이들도 챙겨야 합니다.
한국의 워킹맘만 피곤할까요?
외국도 워킹맘의 삶은 고달프기만 합니다.^^;
외국인들은 남편이 잘 도와주니 워킹맘의 한국에 비해 조금 더 수월할거 같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는 환경입니다.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죠.
한국의 주부들은 남편의 월급을 몽땅 받아서 관리를 하지만 이곳은 아니거든요.
병원에 실려 간 다음날 내가 보냈던 문자
제 김치를 좋아해주는 라오스 출신의 동료가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갔었습니다.
바로 이 “워킹맘의 삶”에 지쳐서 말이죠.
간단히 이 아낙의 상황을 잠시 이야기 하자면..
주 30시간 일하고 있고, 첫 번째 결혼해서 얻은 첫째 아들은 올해 20살이 돼서 공익요원을 근무 중인데 집에서는 손 하나 까닥 안하는 형이고,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은 6살 딸은 이제 3살이 됐죠.
주 30시간(한 달에 한두 번은 철야 근무)일하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고 해서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일하고, 집에서 살림하고, 두 아이 건사하면서 운동하러 갈 시간이라니..
굉장히 투덜거리는 인간형인데, 이 아낙이 일은 또 잘합니다.
요양원 어르신이 3일 이상 변을 못 보면 들어가는 조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시는 물약이죠.
이걸 마시면 보통 반나절이면 소식(?)이 오는데 없다?그러면 두 번째 조치가 들어갑니다. 좌약을 뒷동네에 넣어서 해결(?)하죠.
변을 못 본 기간이 거의 1주일이다?
이렇게 되면 관장을 해야 하는데, 다른 간호사(특히 남자들)는 잘 안하죠.
하루 근무만 조용히 하면 되는데, 굳이 냄새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이기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요양원의 간호사들은 간병(씻겨드리고, 닦아드리고, 먹여드리는)을 하지 않습니다.
간호사에 따라서 바쁜 오전 시간에 어르신 한두 분의 간병을 해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안 해 준다고 해서 “왜 안 해줘!”할 수는 없죠.
그들이 한 팀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를 도와주는 차원이니 말이죠.
간호사가 하는 일은 하루 세 번 어르신들 약은 나눠드리고, 주사(당뇨)를 놔드리고, 어르신들의 상처 같은 걸 봐드리고 기록하는 육체적으로는 별로 무리가 없는 일을 합니다.
라오스 아낙도 처음에는 요양보호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2년 더 직업교육을 받아서 간호사가 된 경우입니다.
자기가 근무하는 날 1주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한 어르신이 있으면 투덜거리면서도 (냄새나도 더러운) 관장을 합니다. 그날 안 할수도 있고, 다음날 근무하는 간호사가 하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인데 말이죠.
입은 “짜증과 투덜”을 달고 살지만 일하는 데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인간형이라는 걸 알았죠.
이 아낙은 삶이 투덜입니다.
병원에 있는 그녀가 페이스북에 남긴 포스팅.
정신과 전문 병원에 며칠 입원했던 그녀의 병문안을 갔던 동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는 의사인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남편은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닭 안한다”고 말이죠.
투덜거리는 성격답게 바로 공격을 했던 모양인데 그때 남편이 했다는 말이..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잖아.”
풀타임은 주 38,5시간.
그녀도 주 30시간이나 일하는데..
그리고 집에 가서 쓸고, 닦고, 요리하고, 아이 돌보고 등등등.
더 중요한건 금전적인 문제.
이곳의 부부사이가 다 그렇듯이 남편과 아내가 맡는 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남편은 집에 관련된 것(전기/수도세, 집에 관한 세금 등등)을 부담하고, 아내는 식비를 책임지죠. 같이 살아도 주머니는 각자차고 사는 인생들입니다.
아내가 식비를 책임지는 건 좋은데.. “아이들의 생일 선물이나 가족들 선물, 남편의 일회용 면도기”까지 다 지출해야 한다는 아낙.
얼마 전에 그녀에게 살짝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주 30시간 일하는 15년 근무한 간호사의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
물론 그녀는 철야근무도 하고, 공휴일 근무도 하니 기본급보다는 더 받겠죠.
거기에 어린 아이가 둘이나 되니 아이수당도 받을테고..
이래저래 2,000유로는 넘는 실수령액입니다.
자신의 월급에서지출하는 (5인가족)생활비(식비)가 천유로나 된다고 합니다.
가족들 생일에 하게 되는 외식이나 선물도 자신이 부담해야하고, 일회용(한 달에 30개) 치고는 고가의 면도기를 사용한다는 남편의 면도기도 장보러 가면 자신이 내야 한다고..
이래 저래 남편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인데.. 남편이 알아서 주면 모를까 자신이 (식비용으로 돈을) 달라고 하기에는 구걸하는 거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그녀.
투덜거리면서 할 말은 하고 사는 인간형인지라 스트레스는 안 받고 사는 줄 알았었는데...
며칠 전 근무를 하다가 잠시 쉬는 휴식시간에 그녀가 터졌습니다.
처음에는 투덜거림으로 시작했죠.
집에 가면 살림도 해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아이는 유치원이 끝나는 정오면 데리고 와야 한다고..“
그녀가 페이스북에 한 포스팅.
퇴원후 자신의 예외적인 상황을 이해해주고 걱정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그녀의 인사.
집에서 살림이라도 남편이 조금 도와주면 수월할거 같지만, “난 풀타임”이라고 손하나 까닥하지 않는 다는 남편! 남편과 잠시 통화하는가 싶더니만 소리를 질러대는 아낙.
“난 그 여자가 내 집에 들어오는 거 절대 허락 못해!”
정오에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하니 남편이 “우리 엄마한테 부탁 해 보자“ 했던 모양인데.. 아낙에게 시어머니는 “그 여자”였고, “내 집에 들일 수 없는 불청객”이었습니다. (마음에 맺힌것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그 순간 “아니 왜?“ 싶었는데..
나중에 되짚어보니 대충 상황은 그려집니다.
“의사인 내 아들이 한번 결혼했던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니.. 그것도 예비 며느리는 백인이 아닌 (아무리 어릴 때와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한다고 하지만) 동양인.”
한국처럼 의사라고 해서 열쇠 3개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의사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한국못지 않지 싶습니다. 여기도 의외로 학벌을 엄청 따지거든요.
아낙이 “시어머니께 당한 일이 있으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인간“으로 분류했겠지요?
남편과 전화를 끊고는 울먹이면서 말하는 아낙.
“내가 이혼을 하려고 해도 두 아이(6살,3살) 때문에 못 해!”
혼자 벌어서 두 아이 키우면서 사는 삶이 쉽지도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이혼소송에서 “두 아이의 양육권”을 자신이 가져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처음에는 울먹이던 아낙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지금 근무 중이고, 오전에 잠시 쉬는 시간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자꾸 우는 그녀에게 다른 층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약 줄까?”했습니다.
요양원에는 “행복해지는 약”이 있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엄마 찾아 가야 한다는 (치매)어르신들의 행동을 자제할 때 쓰이는 약이지만, 근무하는 직원도 필요하면 복용이 가능하죠.
(단 간호사들만 취급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울던 그녀가 잠시 울음을 그치고 한마디.
“아니야, 내가 찾아서 복용할게”
그래서 금방 수습될 줄 알았었는데..
사태가 심각해져서 결국 그녀는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 함께 따라갔던 소냐가 병원에서 그녀의 남편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그녀 남편의 반응이 생각보다는 차가웠던 모양입니다.
마눌이 병원에 입원했다는데... 이날 남편에게 상황을 이야기 했었는데, 제 남편은 의사 남편과는 조금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005
내 생각보다는 나를 더 생각 해 주는 내 남편
이혼하고 싶어도 아이들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집에서 무료 가정부, 요리사로 일하면서 식비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녀.
며칠간 병원이 입원 후에 퇴원해서 지금은 병가중이고..
병가가 끝나는 시점에 휴가를 내서 7월 중에는 그녀를 볼 수 없습니다.
남편과 대화를 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밝은 얼굴로 다시 일터에 나오는 그녀를 기대 해 봅니다.
힘든 워킹맘의 삶은 국경을 초월하는 거 같습니다.
일 하고, 살림 하고, 아이 키우면서 식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곳의 아낙들!
한국과 비교해도 절대 쉽지 않은 여자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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