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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날 울린 꽃다발

by 프라우지니 201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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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서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살고있지만,

살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 사는 곳은 같다”입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사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나와 똑같은 사람임을 느끼게 되니 말입니다.


아시는 분(=우리집에 자주 오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는 지난 5월31일자로 그동안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물론 2년후 쯤에는 다시 그라츠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남편은 2년간의 휴가를 받아서 2년 후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지만..

저는 회사를 퇴직했습니다.^^;


오전에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남편이 매일 노래를 부르던 “근무(태도)증명서(=추천서)”를 받으려고, 오후에 다시 회사로 갔습니다.

(제가 회사의 윗층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해야했구요.

 

회사내 여직원은 외국인인 달랑 저 하나에, 모두들 남자 직원이고,

 

대부분은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보스니아출신의 직원 한 명 빼고는 모두들 오스트리아 그라츠지역의 토박이 들이죠!)들이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너무도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줬던 오빠같은 분들이거든요.

 

이 지역 사투리로 말하면 제가 잘 못 알아들으니 저에게는 일부러 표준어로 말해주는 기본적인 서비스도 해 주셨구요. (이 사투리로 말하자면,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이 외국인에게 말할 때 사투리 못 알아들으니 서울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직 다른 직원들은 근무시간인데도, 제가 작업장으로 들어가니 직원들이 모두들 제 주위로 모였습니다. 그렇게 제 동료직원이 모이고, 사장님도 오시고, 사무실직원도 오시고...

 

저는 그런가부다..하면서 얼른 근무(태도)증명서를 받으려고 기다리면서 직원들과 얘기중이였습니다.


직원들이 제 주위를 둥그렇게 서고 나니...

사장님이 뒤쪽에서 꽃다발을 가지고 나오십니다.

 

이때까지는 직원들이랑 웃어대면서 슬슬 농담따먹기 하고 있었는디..

 

꽃다발을 들고 내 앞으로 나오시면서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근무 해 줘서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 여행하는 동안에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시는데..


저 그 꽃다발을 보면서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사실은 글 쓰는 지금도 눈물이 찔끔찔끔 납니다.^^;)

 

그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습니다.

이놈의 울음은 참으려고 해도 왜 안 되는지 원!

 

그래서 펑펑 울면서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제가 왜 울었냐고 물으신다면... 저 사실 감동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1년8개월을 근무하면서 그동안 회사에 감사한 일만 많았었는데..(근무태도 증명 안 되는 외국인을 덥석 회사에 취직 시켜주신 사장님이하 저를 너무도 예뻐 해 주신 모든 직원분들)

 

마지막까지 이렇게 저를 감동시키는 이분들을 제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큰 꽃다발을 받아보기도 처음이였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화려한 꽃다발을 받아보기도 처음이였답니다.

(제가 프로포즈 받을때도 들꽃 한송이로 소박하게 받아서리...^^;)


그 꽃다발이 어찌 생겼는디.. 이리 자랑을 늘어지게 하는것이여?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사진에는 작게 나왔는데,무지하게 큰 꽃다발입니다.)

 

 


아마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저를 감동시키는 꽃다발은 받지 못할거 같습니다.


저는 오스트리아에 살아가면서 점점 이곳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랑 다른 문화이고, 나랑 다른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이 얘기하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에서 놀랍고, 이곳 사람들도 “정”이란 것이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아마도 제가 이곳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모양입니다. )


떠나는 저를 위해 직원들이 준비한 카드를 여러분께만 살짝 보여드립니다.

 

 


미래를 위해

너의 새로운 여행길을 어디로 가던, 얼마나 멀리 가던, 우리들의 가슴에 너는 항상 가까이에 있어


저는 이곳에서 사랑받았고, 이곳의 사람들을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헤어지는 순간에 눈물이 났던 것 보니 말입니다.

 

(원래 잘 우는 것이 아니고??)

 

오늘은 사람사는곳은 어느곳이나 똑같다고 느끼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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