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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by 프라우지니 2019.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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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외국인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외모적으로 차이가 나는 동양인이나,

피부색이 다른 경우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지만,

 

같은 백인인 유럽 사람들은 발음에서

완벽 하다면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만,

 

발음에서 오는 원어민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굳이 묻지 않아도 외국인임을 구분하죠.

 

이것도 살다보니 생긴

노하우인거 같습니다.^^

 

다른 병동에는 외모적으로 구분이 되고,

발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외국인이 꽤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같은 요양보호사로는

나 말고는 아프가니스탄 남자가 있습니다.

 

그 외 가끔 바뀌는 청소부가 외국인이죠.

 

몇 달 전에 들어온 청소부는

루마니아 여자입니다.

 

평소에는 유니폼을 입고 병동의

이방 저 방을 쓸고 닦으러 다니는 그녀.

 

처음에 왔을 때는 다른 (요양보호사)

직원들한테 말도 못 걸더니..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대화도 하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직원“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잘 차려입고 와서 그녀를 보는 직원마다

”오~ 너무 달라보여.“ 했었습니다.

 

하이힐에 검정색 파티의상을 입고 왔었거든요.

 

평소에 청소부 유니폼만 입은 그녀를 봐온

직원들이 놀랄 말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보고 말한 직원들 중에는

비꼬는 뉘앙스로 말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 제일 말단직에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제일 근사하게 차려 입고 와?”

 

이렇게 시샘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는 그냥저냥 평범한 옷 입고 왔는데,

 

미모도 뛰어난 젊은 아낙이 삐까번쩍하게

차려입으니 완전 여배우 같았거든요.

 

그 파티 이후에 요양원에서 만나는

그녀는 항상 유니폼 입은 청소부.

 

외국인들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직업이 말이 필요 없는 “청소일”입니다.

 

저도 오스트리아에 처음 와서

한 일이 바로 청소였거든요.

 

 

 

얼마 전에 그녀에게 “직업교육”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소말고 직업교육 받아서 하임힐패(도우미)나
요양보호사가 될 생각은 없어?”

“그럴 생각은 있는데..”

“그럼 도우미 직업교육을 받아봐,

넌 이미 이 회사의 직원이니 직업교육을 받으면
청소가 아닌 도우미 일도 할 수 있을거야.

월급도 훨씬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고)..”

 

물론 괄호 안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외국인인 그녀도 알았을 겁니다.

 

외국인이여서 청소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직업교육을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길이며,

이 나라에 정착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같은 외국인으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한 번 해준 적이 있었죠.

 

오전 10시, 15분간의 휴식시간!

 

이 시간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는 시간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면 배가 고픈 시간이죠.

 

사무실에 간식을 챙기러 왔던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해옵니다.

 

 

 

아마도 현관에 붙어있는 5월의 회사 야유회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본 모양입니다.

 

“너 5월에 회사 야유회 가?”

“응”

“나도 가고 싶은데 래프팅 하는 건 무서워서,
그리고 내가 아는 직원도 없고.”

“내가 체스키 크롬로프 오가면서 그 강을 봤는데,
래프팅 할 정도로 센 물길이 아니야,

그냥 보트타고 물 길 따라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야.”

“나는 아는 직원도 없어서..
그래서 안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가라고 하네.”

 

외국인들의 특징입니다.

괜히 주눅이 드는 거죠.

 

가도 개밥에 도토리가 될 것 같고,

혹시나 못 어울리고 혼자 튈까봐 걱정도 되죠.

 

“야유회는 1년에 딱 한 번 갈 수 있고,
그날은 야유회를 가지만 일한 걸로 시간처리가 돼.

그리고 야유회 가면 점심 값도 따로 20유로 챙겨줘.
그걸 왜 안 가? 가야지.”
“그래도 모르는 직원들이랑 가는 것이...”

“야유회를 간다고 꼭 직원들이랑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어.”

“응?”

“나 작년 5월에 잘츠부르크 갔다 왔는데,
중간에 자유 시간에 나 혼자 돌아다녔어.”

“왜?”

“담배 피우는 직원들은 어울려서 담배 피우러 카페로 가는데,
담배도 안 피는 내가 거기 따라가서 간접흡연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랬어.

같이 갔다고 해서 같이 뭉쳐 다닐 필요는 없어.
그냥 너대로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그러는 거야?”

“네가 담배를 피우면 같이 어울려서 카페로 갈수도 있겠지.”

“담배 안 피는데..”

“그럼 그냥 자유 시간에는 너대로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야유회는 다른 지점의 직원들도
함께 가는 거라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야.”

“그래?”

“시간이 되면 굳이 빼지 말고 가!
나도 이번에 가니까.”

 

 

 

 

휴게실에 걸려있는 올해 야유회 일정을

그녀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에 있는 일정표보고 맘에 드는 야유회 신청해.

그런데 알지?
몇 달 전에 그날 야유회 가겠다고 일정표에 적어놔야
다른 (청소부)직원들이랑 겹치지 않고, 야유회를 갈수 있어.”

“그래?”

“그럼, 다른 직원이 그날 희망 휴무나 야유회를 가겠다고
이미 써놨으면 너는 기회가 없지.

그날 일을 해야 할 테니...”

“아, 그럼 빨리 확인해야 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5월 야유회가 안 되면 9월에도 있고,
12월에도 있으니 그날 야유회를 갈수 있게 미리 신청해.

“알았어. 고마워!”

 

그녀는 대화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챙긴 후

청소부들이 쉬는 곳으로 갔습니다.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그녀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외국인이여서!”

 

이런 생각으로 산 세월이 꽤 됩니다.

 

직원들과 일할 때는 내가 튀지 않고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배려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소심한 행동은 안하는 거 같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되는 것이고..

 

나랑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솔직히 야유회를 가도 나랑 취향도 안 맞는

직원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담배 피는 것이나,

뭐 사는 직원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내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고!

 

어떻게 보면 “독불장군”혹은

“나 혼자 산다.”식의 방식이 살다보니..

 

이것이 제일 편한 외국인이 살아가는 방식인거 같습니다.

 

나와의 대화가 그녀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처럼 “내가 외국인이여서”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외국인 직장인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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