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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날 피곤하게 하는 고객과의 심리전

by 프라우지니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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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심리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렇게 피곤하게 살기 싫거든요.

 

그리 많지는 않는 연애를 할 때도 좋으면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짝사랑은 못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해서

상대방이 받아주면 사귀는 것이고..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아도 일단

내 마음을 털어놨으니 만족했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놓고

혼자 하는 속앓이=짝사랑” 보다는...

 

차이더라도 내 속이 편한 것이

더 중요한 인간형이었죠.

 

나이가 든 지금도 “좋다”, “싫다”이지

상대방의 심리를 봐가면서

말을 바꾸는 이상한 심리전은 하지 않는데..

 

제 남편은 마눌과 하는 “심리전”이 재미있는지

시시때때로 날 피곤하게 합니다.

 

 

 

 

어떻게 마눌을 피곤하게 하냐구요?

 

마눌이 “착한마눌”모드일 경우에는

남편은 “발톱을 들어낸 호랑이“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마눌을 심리 상태에

상처 내려고 이리저리 시도를 하죠.

 

결국 마눌이 소리를 지르는

“못된 마눌” 모드로 한 번에 팍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남편이 “발톱 드러낸 호랑이“에서

”급 귀여운 고양이“가 됩니다.

 

마눌이 뭐라고 해도 눈 내리깔고는

“나 죽었소~” 하면서..

 

주인(마눌)의 무릎 위에 폴짝 뛰어 올라와서는

눈 내리깔고 쓰다듬어 달라고 엎드린

고양이 같은 행동을 취하죠.

 

마눌은 매번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 제발 편하게 살자! 왜 매번 내가 화를 내야
그렇게 ”착한 남편모드“가 되누?”

 

마눌의 감정을 이용하는 남편 때문에

심리적 안정이 힘든 내 생활^^;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다 내 남편같이

마눌의 기분을 이용한 심리전을 펼치지는 않겠죠?

 

 

 

 

“심리전”은 집에서 남편하고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디...

 

오늘은 요양원에서 고객과 이런 짜증나는

심리전을 해야 했습니다.^^;

 

제 글에 몇번 등장한 적이 있는

나를 천사라고 부르시는 96세의 K 할매.

 

오늘 K 어르신 부부가 목욕하는 날인데,

나랑 같이 근무를 하는 동료가 하는 말.

 

"나는 최소한 K부부는 안 맡고 싶어."

 

근무하는 직원중 P와 나, 둘중에 하나가

목욕탕 근무를 해야하는데,

 

P가 대놓고 K할매는 싫다고 하니 내가 당첨.

 

나를 "천사"라 칭하시는 K할매는

사실 직원들에게 눈총을 받는 어르신이십니다.

 

불평, 불만도 많으시고, 조울증이 있으신지

감정의 변화도 엄청 심하시죠.

 

특히나 다른 직원의 흉을 자주 보십니다.

 

내가 들어가면 다른 동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지 말씀(흉)을 하십니다.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는데,
당신 동료들은 다 불친절하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말씀을 들었는데, 

매번 부정적인 말이 계속 반복되니 싫었습니다.

 

 

 

내 스스로가 “부정적인 인간형”이라,

내 주변에 “긍정적인 말”을 하고

 

“긍정에너지”를 품어내는 사람들이

많았음 좋겠는데..

 

그리고 내 동료직원이 어떤지는

할매보다 내가 더 잘 알죠.

 

같이 근무하는 동료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은 나니까 말이죠.^^;

 

내 동료들 중에 일을 못하는

인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동료의 흉을 매일 듣는 것이

사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내 동료들 중에는 대놓고

K할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쫌 있습니다.

 

P도 그런 부류여서 대놓고 할매를

목욕시켜드리는 것이 싫다고 한거죠.

 

목욕시켜드릴 분은 보통 하루에 4명.

오늘도 4명.

 

할매는 3번째로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목욕탕에 모시고 가기 전에 목욕용품이랑

목욕 후 갈아입을 옷들을 다 챙깁니다.

 

 

 

 혈전용 압박스타킹-인터넷에서 캡처

 

팬티, 바지, 속옷 셔츠(일면 런닝구), 티셔츠,

양말 K할매 같은 경우는 혈전 때문에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스타킹에

팬티 안에 작은 (요실금용)패드까지 준비해야 하죠.

 

목욕하는 날은 입었던 옷들도

다 세탁통에 넣어버리고,

 

목욕 후에는 새 옷을 입는데..

 

목욕탕에서 할매가 입고계신 잠옷을 벗겨드리고

그 옷을 목욕탕 바닥에 놨더니만,

 

할매가 마구 성질을 내십니다.

 

“그거 이틀밖에 안 입었는데...”

“목욕하시고 오늘 저녁에는 다른 잠옷 입으세요.”

“다른 잠옷이 없다구!”

 

나보고 항상 천사라고 하시더니만,

지금 천사에게 마구 역정을 내십니다.

 

“어르신, 내가 새 옷 꺼내면서 옷장에서 새 잠옷 봤어요.
그거 찾아드릴께요.”
“나는 옷이 없다고!”

 

할매는 역정+짜증에

소리까지 지르셨습니다.

 

할매의 성격이 이리 변화무쌍 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지난 번에 “내가 69살 인줄 알아?

나 96살이야!“ 한 이후 두 번째입니다.

 

 

당신 옷을 내가 목욕탕 바닥에

놓아서 빈정이 상하신 모양인데..

 

세탁 망에 넣어 보내질 것을 바닥에

놓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일하는 중이라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

따로 어디에 보관하고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목욕 후 할매등에 연고를 발라드려야 해서

방에 연고를 가지러 간 김에

 

옷장에 있는 할매의 새 잠옷을 꺼내다가

할매 눈앞에 보여드렸습니다.

 

여기 새 잠옷 보셨죠?
여기 옷 있네요.”

 

새 잠옷을 보여드리니 할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만 조용합니다.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짜증을 냈는지 할매께 여쭤봤습니다.

 

왜 소리를 지르셨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그랬더니만 할매가 갑자기 우십니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았을 겁니다.^^;)

 

왜 우시냐고 여쭤보니 하시는 말씀.

 

“나는 아무도 없어.”

 

당신은 요양원에 사는 “불쌍한 늙은이”

라는 걸 말씀하시고 싶은 거 같으신데..

 

불쌍으로 따지면 할매보다

제가 더 불쌍하죠.

“어르신, 어르신은 여기에
남편도 계시고 딸도 있잖아요. 

저는 외국인이고,
우리 집은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가야해요. 

저야말로 아무도 없죠.”

 

표면적으로 보면

내가 더 불쌍한거죠.

 

집에서 멀리 떠나와서는 하는 일도

남들은 안 하려고 하는 3D에 해당하는 직종이죠.

 

일도 힘들고, 냄새도 나고

이 나라 사람들도 안 하려고 하는 일.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할매는

안 들린다는 식으로 제스처를 하십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특징입니다.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귀가 어두워서) 당신 말 안 들려”

혹은 “당신이 말하는 (외국인이 하는)독일어 못 알아들어.”

 

목욕하는 동안 할매는 우셨고,

그 다음에는 내 눈치를 보셨습니다.

 

내가 화가 난거 같으니

눈치를 살피신거죠.

 

목욕을 하고, 어깨에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 드리고, 등에 연고를 발라드리고,

 

압박스타킹을 신겨드리고 하는 동안에도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목욕을 다 끝내고 방에 모셔다 드리니

배시시 웃으시면서 한마디.

 

“고마워요.”

 

오늘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라고 해야 하나요?

 

내가 항상 웃으니 그렇게 짜증을

맘대로 내도된다고 생각하신 것인지..

 

내가 웃지 않고 일만하니 그때부터는

내 눈치를 살피시는 것이 더 짜증났습니다.

 

집에서도 내 기분이 좋아 보이면 시시때때로

날 약 올리는 남편 때문에 피곤한데,

 

직장에서도 내 기분을 봐가면서

이렇게 심리전을 펼치는 고객이 계시다니..

 

 

 

요양보호사가 고객의 짜증까지

받아줘야 하는 그런 직업은 아닌데..

 

당분간 K할매 방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사람을 데리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또 연세가 그만큼 드신 분이

그러신다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나서요.

 

이제 하늘가는 길목에 사시는 분들은

마음을 다 내려놓고 착하게 살 거라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합니다.

 

“천당”과 “지옥”의 개념이

이곳에는 없는 것인지..

 

이제 “하늘 가는 길목이니 조금 더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런 생각은 없는 것인지..

 

죽을 때까지 이기적인 것이 인간인거 같습니다.

참 씁쓸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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