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꽤 됩니다.
오신지 얼마 안됐는데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죠.
원래 계시던 분이 돌아가신 방에 새로 입주하신 분도 며칠 안가서 돌아가신 것을 봐서는 그 방에서 돌아가신 분이 혼자 가시기 심심하니 “동무 삼아서”데리고 가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병동에는 부부가 함께 들어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요양원에 입주를 하면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 요양원에 사는 다른 입주민과 인맥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안하죠.
- 요양원내에서 하는 어떠한 행사(두뇌운동, 만들기 등등)에서 참석하지 않습니다.
- 날씨가 좋은 날 (거동이 가능하시면) 은 두분이 조용히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십니다.
한국은 안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노부부는 정말 “베스트 프랜드”입니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붙어있으면 “베프”가 맞는 거죠?
부부가 방 안에서 하루종일 같이 보내기는 하는데..
그것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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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온 노부부의 사진들.
여러 쌍의 부부중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부는 두쌍.
H부부는 할배가 할매를 너무 끔찍하게 챙기십니다.
할배는 젊으실 때 기계에 팔이 잘려서 한 손이 없으십니다.
보물섬에 나오는 후크선장처럼 한손에 갈고리를 끼시죠.
한 손만 있으시지만 할배는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할매를 직접 다 간병하십니다.
할매가 일어나시면 화장실에 같이 가서 씻겨드리고, 궁디도 닦아드리고, (기저귀)팬티도 입혀드리고, 간병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배가 다 하시죠.
피부염을 앓으시는 할매는 발라야 하는 연고도 다양하게 많은데, 그걸 할배가 직접 다하셨습니다.
왠만한 직원 몫을 하시는 분이셨죠.
처음에는 다른 부부에 비해서 할매를 끔찍하게 챙기는 할배가 참 좋아 보였습니다.
마눌이 거동이 불편하다고 이렇게 까지 챙기는 남편이 세상에 있을까요?
마눌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거기에 연고나 약까지 꼼꼼하게 챙겨서 발라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편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그런 남편입니다.
처음에는 참 좋아보였던 커플인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할매가 할배에게는 “인형”같은 존재로 보였습니다.
직원이 도와드리겠다고 방을 찾아가도 “도움이 필요없다”하시고는..
뭐든지 당신 맘대로 할매를 입히시고, 먹이시고 하시는 거죠.
할매 발라 드리라는 연고도 잘 안 발라주시는 거 같고, 할매는 가슴 아래에 피부가 맞닿는 부분이 커서 매일 확인하고 중간에 오일을 바르고 붕대 같은 것을 대줘야 하는데 그것도 신경을 안 쓰시고!
어떤 식으로든 직접 다 하시면 직원들이야 편하지만, 할매의 몸이 더 편찮아지시면서는 할배는 심한 우울증을 앓으셨습니다. 아무래도 할매가 거동을 더 못하시니 할배가 하셔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진신거죠.
오며가며 그 방에 들려서 할배께 매번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호출벨을 누르세요. 그럼 제가 올께요. 할매를 간병하는 일은 여기서 하는 제 일이고, 또 제가 하면 당신이 직접 하시는 거보다 더 수월하고 쉽게 끝낼 수 있어요.”
할배는 한손으로 할매를 간병하시니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할배도 연세가 있으시니 뭘해도 느리고 신체적으로도 힘이 들죠.
몇 번을 말씀드려도, 할배가 심한 우울증으로 힘드셔도 매번 직접 하시는 할배.
한번은 제가 할매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침대위에 달려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세요. 그럼 제가 오니까...”
할배는 말씀드려도 못 들은 체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할매께 말씀을 드렸는데..
그날 할매는 호출벨을 두어번 누르셨습니다.
한번은 “정말 오나” 확인차 누르셨고, 그 다음은 할배가 힘들어 하시는 거 같아서 누르셨죠.
방에 들어가니 도움이 필요없다고 하시는 할배.
나랑 같이 그 방에 들어갔던 선배 직원이 할배께 말했습니다.
직원이 이렇게 말해도 할배는 “됐다”고 했지만, 선배직원은 할배께 매몰차게 말했습니다.
“뒤로 물러나 계세요. 지금은 당신 때문에 이방에 들어온 것이 아니니..”
그리곤 동료직원은 할매께 바로 가서 물었습니다.
“H부인, 지금 호출 벨 누르셨는데 도움이 필요하세요?”
할매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셨고, 또 다른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걸 다 해 드리고 그 방을 나온 직원이 하는 말.
“내가 저 부부의 상태를 알아. 우리 아빠가 그러셨거든. 한마디로 할배가 보스야.
다 자기 맘대로 하려는 거야. 자기가 원하는 상태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못 참지.”
"사이가 좋은 것이 아니였어?“
“네 눈에 할매가 좋아보이디? 마치 인형처럼 할배가 해 주는거만 받고 자기만의 자유가 하나도 없어 보였잖아.”
아내 위에 군림하려는 남편들인 것은 알지만, 조금은 다른 종류여서 조금 좋아보였던 모양입니다.
또 다른 부부는 G씨 할배,할매.
낼모래 90을 바라보시는 연세로 요양원에 들어오셨죠.
할매는 작는 덩치에 몸무게도 40kg가 안되시고 항상 주눅이 들어계시고 눈치를 보십니다.
반면에 할배는 항상 당당하시죠.
1주일에 한번 목욕하는 날!
할배를 목욕탕에 모셔가려고 방에 들어가면 할매는 항상 각 잡아서 접어놓은 할배의 옷을 준비 해 두시곤 했습니다. 속옷,(기저귀)팬츠, 와이셔츠에 정장바지까지.
어떻게 연세가 들어도 이리 깍뜻하게 남편 것을 준비 해 놓는지 참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직원들에게 들었습니다.
할배가 끊임없이 할매에게 인신공격을 한다는 사실.
“멍청하고, 둔하고, 어쩌고 저쩌고~~등신 같은 것이...”
이건 약한 수준이고, 쌍욕도 직원들 보는 앞에서 자주 하신다고 합니다.
둘이 있을 때도 하면 안 되는 것을, 남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욕을 하다니요?
두 분은 항상 방에만 계시니 두 분의 관계도 보이는 것처럼 좋은 줄 알았는데..
할매는 평생을 할배께 학대받고 사신거죠.
이 부부는 할배가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할배가 돌아가시고, 장의사가 와서 할배의 시신을 모려가려는 찰나.
할매가 저에게 가방을 하나 주십니다.
“이거 우리 영감이 (하늘나라 갈 때) 입을 거...”
목욕할 때 항상 그러셨던 것처럼 할매는 마지막 가시는 할배의 옷을 챙겨주십니다.
깨끗한 속옷, 와이셔츠, 정장바지에 정장 자켓까지!
그것을 받으면서 할매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일단은 평생을 함께 하셨던 할배가 돌아가셨으니 슬프시겠지만, 평생 할매를 괴롭히던 할배의 그 언어학대(모르죠, 젊어서는 육체적 학대도 당하셨는지-어르신들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 이곳에도 맞고 산 아내들이 괘 많습니다.)에서 벗어났으니 한편으로는 시원하시지 않을까?
평생 할매를 지배하셨던 할배는 가셨습니다.
H부부와는 조금 다른 종류였지만 G부부도 할배가 할매 위에 군림 하신 건 맞습니다.
단지, G할배는 G할매를 하녀 다루듯이 마구 다루면서 지배를 하신 것이고, H할배는 H할매에게 타인과는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당신 맘대로 결정하는 군림을 하신거죠.
G할매를 학대하던 G할배가 먼저 돌아가셨고,
H할배가 독점하고, 지배하던 H할매가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혼자된 G할매는 마음이 편해 보이십니다.
혼자 방에 계시는 시간이 많기는 하지만, 시시때때로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시고, 요양원 내에 소소한 행사에도 참석하시고, 무엇보다 할매를 항상 주눅들게하던 할배가 안 계셔서 그런지 얼굴에 항상 미소를 띄고 계시죠.^^
제가 지난면 근무 할 때 H할매가 병원으로 이송됐었습니다.
정말 할매가 돌아가시면 큰일날것 같았던 H 할배.
1주일 만에 근무를 들어가니 근무일지에 “H할매가 돌아가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층은 아니지만 시간을 내서 H할배를 뵈려 갔습니다.할매가 돌아가시고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을지 걱정도 되고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말이죠.
방에 들어가니 H할배는 외출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슈퍼마켓에 장보러 간다”고 말이죠.
“마눌이 죽고 3일 만에 슈퍼에 먹거리 쇼핑가는 남편.”
H할배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셨습니다.
혼자된 H할배도 편안 해 보였습니다. 할매가 먼저 가신 건 슬픈 일이지만, 더 이상 아내를 돌보는 힘든 일을 안 해도 되니 이는 또 “시원한 일이고..
H할배도 G할매처럼 “시원섭섭”하시겠다 싶었습니다.
H할배가 H할매께 보였던 것이 선배직원의 말처럼 “군림”인지 “지배”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내 눈에는 G할배가 G할매를 학대하던 그런 종류는 “군림”이나 "지배“가 아닌 ”아내를 끔찍하게 챙기는 남편의 사랑“으로 보였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참 다양한 인간관계를 봅니다.
몇십년을 함께 사신 부부들을 보면서 나와 남편 사이를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죠.
내 남편도 세상의 모든 남편들과 마찬가지로 마눌을 이겨보려고 하고, 마눌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마눌을 조종 해 보려고 시시때때로 시도를 하고, 저 또한 그러는 경향이 없는건 아닌 거 같습니다.
“마눌이 하라는 것은 좀 하고, 왠만하면 마눌 (잔심부름) 시키지 말고 직접 하지!”
이런 마음이 서로를 조종하려는 마음이겠죠? 그저 옆에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안정이 되고, 편안해지는 그런 부부관계는 없는 것인지..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저세상으로 갔는데,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면 왠지 슬플 거 같습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부부가 살아가면서 평생 풀어야할 숙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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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인거 같아서 가벼운(?) 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얼마전에 남편이랑 마당에 심은 허브들입니다.
크레세는 이미 싹이 나온지 꽤 됐죠.
물은 제가 시간이 날때 주고 있습니다.
며칠 비가 오고 있으니 당분간 물은 안줘도 될거 같습니다.
린츠는 며칠때 비가 오고, 해가 안뜨니 겨울(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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