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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몰아준 내 한표

by 프라우지니 201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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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거를 하고 왔습니다.

오스트리아의 Arbeitskammer 알바이츠캄머의 대표 자리를 뽑는 선거였죠.

 

줄여서 AK라고 부르는 이 단체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입니다.

나는 내맘대로 “노동청”이라고 부르지만 말이죠.

 

나는 다 노동에 관련된 것이니 노동청으로 통일해서 부르지만..

오스트리아는 두 종류의 노동자 관련 단체가 있습니다.

 

실업자들이 직업을 찾을 때 가는 AMS (Arbietsmarktservice 알바이츠막서비스)

실업자들에게 직업을 알선하고, 실업수당을 주고, 직업교육을 주선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하는 AK (Arbeitskammer)

여기서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다 관리합니다.

(아마도 AMS도 AK가 관리하는 한 부서겠죠.)

 

내가 업주에게 부당한 취급을 당했다거나 월급을 못받으면 AK에 가죠.

이곳의 변호사가 바로 업주와 연락을 취해서 노동자의 억울한 부분을 풀어주고!

 

제가 지난번 독일어 교육 받을 때 냈던 수가요의 40%를 돌려주는 곳도 바로 이 AK.

 

한국에서는 노동자 관련은 다 “노동청”에서 하니..

나는 앞으로도 AMS(실업 관련)도, AK(권익 관련)도 다 노동청이라 부르지 싶습니다.^^

 

신문에서 “노동청(AK)의 대표 자리를 뽑는다는 선거는 우리동네 쇼핑몰에서도 특별 부스 하나가 들어와서 거기서도 선거가 가능하다고 홍보를 하니 알고는 있었고!

 

나도 선거를 하러 가가는 가야 하는데...

누구를 뽑아야 할지는 몰랐습니다.

 

솔직히 나는 후보가 누가 나왔는지도 몰랐거든요.^^;

 

어제 볼일을 보러 나가려고 준비했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 짱박혀서 하루를 보냈는데..

저녁 무렵에 요양원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나를 울게 만들었던 그녀가 왠일로 나에게 전화를 했었나 했는데..

친근한 목소리로 그녀가 남긴 한마디.

 

“내일 선거하러 올꺼지?”

 

그녀는 우리 요양원 직원들이 뽑은 4인중에 한명으로 노조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노조가 힘을 가지려면 위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선거는 우리 동네 쇼핑몰에 들어선 선거 부스에 가서 해도 됐지만..

 

우리 요양원에 직원들을 위해 선거부스가 차려진다고 해서 요양원에 가서 할 예정이기는 했습니다만, 내가 선거하러 안 왔다고 그날 저녁에 전화를 해 올지는 몰랐습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도 AK 대표를 뽑는 선거를 했는지!

 

남편은 회사가 다른 주에 있어서 선거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전혀 모르는걸 보니 말이죠.

 

선거를 가기는 가야하는데..

아는 것이 있어야 선거를 하죠.^^;

 

“남편, 나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 사실은 후보는 누가 있는지도 몰라.”

“인터넷 검색 해 보면 되잖아.”

“그냥 우리 요양원 노조가 밀어주는 사람을 찍으려고!”

“....”

 

인터넷 검색까지 해서 후보들의 선거홍보들을 읽을 의지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은 다 거짓말쟁이이니 말이죠.

 

나는 정치나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중년아낙이고, 내 나라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남의 나라 정치는 더 관심이 없죠.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거를 오라니 일단 갔습니다.

요양원에 들어서니 구석에서 누가 나를 살며시 부릅니다.

 

 

 

불러서 가니 나에게 선거 선물이라고 2개의 물건을 건내는 그녀.

 

지금은 조금 된 사건이지만 내가 그녀 때문에 운적이 있었죠.

같이 일하면 사람을 심히 불편하게 하는 그녀입니다.

 

나뿐 아니라 동료 외국인직원에게 물어보면 다 같은 반응입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온 남자동료랑은 사무실에서 회의 중에 소리까지 지르며 싸운적이 있죠.

 

그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상대죠.

저에게도 편치않는 상대인 그녀입니다.^^;

 

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게 좋은 감정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어제 일부러 나에게 전화해서 선거를 오라고 한건 나의 한 표가 소중하다는 의미죠.^^

 

그녀에게 선거를 오기는 왔는데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목청 좋은 우리 요양원 노조가 미는 후보는 당연히 있을 테니 거기에 힘을 보태야죠.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에게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선거법상 누구를 뽑으라고는 우리는 말 할 수 없어.”

 

하면서 그녀는 나에게 준 2개의 선물중 하나를 뒤집어서 보여줍니다.

우리 요양원에서는 1번 후보를 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요양원 직원들의 권익을 위해서 힘쓰는 노조가 힘을 보태달라고 하면 보태야죠.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선거를 하고 나왔습니다.

 

우리요양원 노조가 힘쓴 덕에 2019년부터 우리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39시간 일을 합니다.

 

풀타임으로 일해도 주 38,5시간만 일하는 다른 직업군도 있지만,

우리는 주 40시간은 해야했는데, 올해부터는 39시간으로 줄었죠.

 

이것도 다 노조들이 힘써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거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길목에 있는 선거 포스터를 봤습니다.

 

선거 포스터가 그곳에 붙어있는지는 꽤 됐을 텐데..

오늘 선거하면서 봤던 그 얼굴이여서 그런가 오늘은 내 눈에 쏙들어옵니다.

 

이 양반은 새로 나온 후보가 아니라 이미 AK 대장을 하셨던 분이네요.

연임을 노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름 앞에 Dr 라는 타이틀이 있는 것을 봐서는 “박사학위자”네요.

 

한국에서야 박사라고 해도 이름앞에 타이틀이 붙는 경우는 없지만..

오스트리아는 석사 이상이면 이름앞에 타이틀이 붙습니다.

 

병원에서 이름을 부를 때 그냥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DI (디플롬 엔지니어, 김씨)-석사

Mg(막이스터, 김씨)-석사

Dr,(독토, 김씨)-박사

 

이름 앞에 있는 타이틀까지 다 불러줍니다.

 

예를 들어서 의사가 다음 환자를 부를때 그냥 "김씨"하고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독토(박사) 김씨 들어오세요~"

 

아, 제 남편보니 여권에도 이름 앞에 타이틀이 붙어서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학위(석사이상)가 있다는 걸 본인도 자랑스러워하지만,

주변에서도 학위를 가진 사람을 우러러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자, 이제 화제를 돌려서 정주행 합니다~~)

 

 

 

선거하고 내가 받아온 선물은 두가지입니다.

 

1번 후보가 준 것은 머리띠용 후레쉬.

쉐이크통은 AK에서 홍보물로 만든 제품인 모양입니다.

 

우리 동네 쇼핑몰의 선거부스에 보니 이런 쉐이크 통은 없고,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거 밖에 없던데..

 

요양원에 가서 내 한표를 동료들에게 몰아주고 선물까지 받아오니..

괜히 뿌듯하고 기분 좋습니다.^^

(뭘 받아서 좋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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