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그녀가 갔다,

by 프라우지니 2019. 1. 6.
반응형

 

 

그녀가 갔습니다.

처음에는 제 착각인줄 알았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그녀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냉장고에 그녀의 음식이 하나도 없고, 혹시나 싶어서 지하실에 내려가 봤더니 그녀의 옷이 걸려있던 행거도 다 정리가 됐고, 집 앞 거리에 주차 해 놓는 그녀의 차가 없습니다.

 

그녀는 2019년 1월1일 저녁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날 정오쯤에 스키타러 나가는 우리부부는 새해파티를 하고 들어오는 그녀를 문 앞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은 했었는데..그때 아무 말도 없더니만!!!

 

저녁에 들어와 보니 그녀는 없습니다. 혹시나 날밤 새우는 다른 파티에 갔다 싶어서 그 다음날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정말 갔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일은 빨래!!!

 

 

 

우리 지하실에 그녀가 빨래가 널어놔서 나는 빨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하실의 다른 쪽에 우리 것을 널어도 되지만..

“당분간 하지 마라”는 남편의 지시가 있었던지라 참았죠.^^

 

그렇게 그녀의 빨래가 마르길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행거를 치우면 우리 빨래를 해서 널 생각이었는데...

 

또 세탁기를 돌려대는 그녀.

아니, 가끔씩 다니러 오는 집에 할 빨래가 얼마나 있다고 또 돌려대는 것인지...

 

크리스마스 연휴 전에 10여일 정도 독감으로 고생을 했다고 해서 그 휴우증으로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나부다..하고는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며칠 동안 우리 둘이 벗어대는 옷들은 그녀의 두 배여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습니다.

 

 

 

올 크리스마스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고..

이때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녀가 독감을 앓다가 끝나가는 시점이었고, 엄마도 한동안 감기 때문에 몸이 않 좋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한 집에 살아도 엄마네 가지 않으면 마당에서 만난 아빠한테 듣습니다.) 이때쯤에는 엄마도 그냥저냥 많이 나으신 상태였죠.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렇게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캐롤송을 부르고 선물교환까지 잘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빠가 독감에 걸리셨습니다.

 

아빠가 독감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에게 대뜸 말했었습니다.

 

“너가 잘못 한거야!(=너가 아빠한테 감기를 옮긴 거야.)”

“아니야, 아빠는 엄마한테 옮은 거야!”

 

엄마도 독감이 지나가는 상태였는데..

누구한테 인지는 모르지만, 아픈 두 사람 옆에 있다가 아빠가 독감이 옳은 건 사실.

 

여기서 잠깐!!

혹시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아시나요?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에 기침, 두통, 몸살, 사지가 다 아프고, 오한이 나고

일반감기는 기침, 두통, 목이 아프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정도입니다.

 

남편이 일 년에 한두 번 독감(감기)을 심하게 앓는데 뭐 그리 유난을 떠나 했었는데..

내가 독감에 한번 걸려본 후에야 정말 대단한 “독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2~3일 동안 열이 40도 올라가고, 온몸이 다 아프고, 온 세상이 빙빙 돕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잠을 자는 듯이 정신을 놓고 누워만 있죠.

 

먹지도 못하고, 누워서 사경(???)을 헤매는 마눌을 남편이 2박 3일 동안 간호하고, 먹이면서 마눌을 살려낸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네 집에 감기 걸린 사람들만 있다 보니 아들부부에게는 출입금지령이 떨어졌습니다.

특히나 며느리는 어르신들이 계신 요양원에서 일하니 더 조심해야죠.

 

그래서 엄마가 하신 음식도 함께 먹지 못하고 아들내외는 따로 먹어야 했습니다.

점심준비가 끝나신 엄마가 아들내외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너희는 같이 먹지 못하니 와서 해놓은 음식 가지고 가라.”

 

엄마네 가서 해놓으신 음식을 챙겨왔습니다

.

음식을 들고 주방을 나서는 아들내외의 뒤에서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너희 섭섭한 거 아니지? 너희한테 감기가 옮을까봐 그러는 거야.”

 

압니다. 아들내외는 독감에서 자유롭게 해주시고 싶으신 마음을!!

 

 

 

아들내외는 엄마가 챙겨주신 음식을 접시에 세팅해서는 둘이 마주앉아서 먹었습니다.

따로 음식을 먹으니 며느리는 사실 좋았습니다.

 

시부모님, 시누이와 같이 점심을 먹게 되면 두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게임을 해야 하는데..

따로 먹으니 게임을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있어 무지하게 좋았습니다.^^

 

 

혼자 새해맞이 불꽃놀이중인 남편.

 

시아버지는 독감중이시고, 시어머니는 독감 끝을 앓으시느라 두 분은 조용히 2018년을 보내셨습니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고 동네방네서 폭죽을 터뜨릴 때 마당에 구경나갔더니 시어머니가 잠시 문을 열고 “새해인사”를 하셨지만, 멀찌감치 떨어지셔서 아들내외의 손만 살짝 잡으셔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시삼촌, 시고모님들이 우리 집에 오셔서 자정을 보내시고 새해의 불꽃놀이를 보고가셨는데, 올해는 그걸 주관하시는 시아버지가 아프신 관계로 조용해 새해를 맞이하셨습니다.

 

마당에서 10유로짜리 폭죽을 터뜨리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남편입니다.

 

남들이 터뜨리는 거 구경하면 공짜인데, 꼭 이런 걸 샀어야 했냐고 마눌의 구박을 받았지만.. 가끔 나오는 남편의 초딩 짓인지라 그냥 옆에서 구경했습니다.

 

그렇게 헌 해도 새해도 따로국밥처럼 지낸 우리 가족.

 

1월 첫째 주까지 휴가이니 주말에 떠날 줄 알았던 시누이는 새해첫날 돌아갔습니다.

 

왜 이리 일찍 떠난 것인지 곰곰이 생각 해 보니..

 

시부모님은 두 분 다 아프시고, 거기가서 식사를 하게 되면 시누이가 또 독감이 걸릴지 모르니.. 시부모님이 시누이를 일찍 가라고 하셨거나, 시누이가 알아서 간 거 같습니다.

 

오빠내외가 사는 이집보다는 넓고 넓은 집을 혼자 쓰는 비엔나가 더 편 할 테니 말이죠.

 

 

 

그녀가 집을 떠난 지 (안 들어온지) 이틀.

 

혹시나 싶어서 시누이의 거실 문을 잠깐 열어보니 역시 그녀가 간 것은 맞습니다.

돌아오는 올케의 생일선물이 있는걸 보니 그녀는 정말 갔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간다면 얼굴 봤을 때 갈 거라고 말을 하지..

 

오게 되면 오기 전에 미리 문자 한통 해 달라고 그래야 미리 청소를 한다고 이야기했었음에도 내말을 이해 못하신 것인지 아님 씹어 드신 것인지 온다는 소식은 매번 시부모님께 듣게 하더니만..

 

갈 때도 올 때도 말 한마디 없는 그녀는 내 시누이입니다.

 

내가 손위 사람이라, 시누이를 챙기려고 노력을 해 보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오는 시누이가 참 꼴통 같습니다.

 

시부모님 돌아가시면 노처녀 시누이가 의지할 사람은 하나뿐인 오빠(내외)일텐데..

올해는 그녀가 조금 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