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얼떨결에 만든 월남쌈

by 프라우지니 2018. 4. 28.
반응형

 

남편은 여자인 나보다 아주, 더, 많이, 꼼꼼합니다.

그래서 마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평일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퇴근하면 잘 때까지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인지라..

주말에만 시간이 널널하게 남습니다.

 

주말에는 아침 알람을 꺼놓고 잠을 푹 잔 남편.

늦은 아침을 먹고 나면 슬슬 마눌의 아지트인 주방에 올라옵니다.

 

 

 

그리고선 마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들을 시작하죠.

 

서랍 중에 자기 식료품이 담긴 것은 그냥 지나치고,

마눌의 식료품이 들어있는 서랍만 꺼내놓고는 “유효기간 지정”을 실시합니다.

 

어떻게?

 

각각의 식료품을 들고는 마눌에게 묻죠.

 

“이건 언제까지 먹을 거야?”

 

마눌 에게는 참 짜증나는 시간인데, 남편은 은근히 즐기는 거 같습니다.

 

스티커에 펜까지 들고 올라와서는 취미생활 즐기듯이 하나하나 스티커를 부칩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활짝 웃는 남편입니다.

자신에게 즐거운 시간임을 얼굴로 말해주네요.^^;

 

빨리 먹어야 하는 식료품은 6월1일을 지정하고,

천천히 먹을 것들은 9월1일로 지정했습니다.

 

지정한 날짜를 넘기게 되면 마눌에게는 벌금형이 떨어지죠.

벌금이라고 해서 살이 떨리는 금액은 아니고, 단돈 1유로입니다.

 

남편은 마눌이 싸다고 한 번에 너무 많은 식료품을 사다가 쌓아놓는 것을 경고하는 차원이지만, 세일할 때 사다놔야 조금 더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눌인지라,

남편이 이럴때마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편의 “유통기한 스티커”붙이기가 끝난 후에는..

한 개 이상의 식료품은 목록까지 만들어서 프린트 해 왔습니다.

 

잠시 깜빡 했다가는 벌금폭격을 받을 수도 있는지라, (그래봤자 항목당 1유로)

목록에 올라온 식료품을 집중해서 먹어 치우기로 했습니다.

 

라이스페이퍼는 6월1일 전에 먹어치워야 할 품목 중에 하나입니다.

 

사다놓고 가끔씩 얼굴에 팩하느라 사용했었는데..

이것도 2봉지나 사다놨으니 봤을 때 해 치우기로 했습니다.^^

 

 

 

라이스페이퍼 팩은 유투브에서 보고 해 봤는데, 완전 대박입니다.

 

우유에 적셔서 해 보고, 와인에 적셔서도 합니다.

마음에 맞는 재료에 담가놨다가 얼굴에만 척 붙이면 끝!

 

특히나 찬 우유에 담갔던 라이스페이퍼를 사용하면..

20분후에 탱탱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완전 저렴한 아이템입니다.

 

매일 팩을 해도 두 봉지면 너무 양이 많으니..

 

봤을 때 월남쌈을 한번 하기로 했습니다.

 

 

 

월남쌈을 한다고 따로 재료를 산 것은 없습니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걸 다 꺼냈죠.^^

 

양상추 채 썰고, 당근, 빨간 파프리카에 저기 누렇게 보이는 것은..

사놓고 안 먹어서 유효기간이 살짝 가신 말린 망고 물에 불린 것.

 

남편이 사다놓은 치즈도 살짝 썰어두고, 바나나도 보이길레 썰었습니다.

 

내가 만드는 음식이 항상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재료는 총 출동합니다.

 

재료를 준비하다 보니 햄이나 고기류는 안 보이지만..

일단 라이스페이퍼를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니 일단 만듭니다.

 

 

 

이날 엄청나게 많은 월남쌈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의 요리가 아니면 쳐다보지 않습니다.

 

월남쌈이라며 왜 새우는 안 들어갔으며, 뜬금없는 바나나의 왜 등장을 한 것인지..

레시피 대로 한 것은 맞는지.. 궁시렁~궁시렁~

 

요리 라는 것이 꼭 레시피를 따라할 필요가 없는 것이거늘..^^

 

궁시렁거리면서도 마눌이 접시에 담아준 월남쌈을 싹 먹어치운 남편!

 

월남쌈이야 그렇다고 치고, 넉넉하게 준 소스까지 싹 비워서는 빈 그릇입니다.

 

소스는 다 마시라고 보낸 것이 아니라,

월남쌈에 살짝 뿌려서 먹고 나머지는 남기라고 보낸 것인데..

.

소스까지 다 비운 것을 보니 일단 남편 입맛에는 맞는 간단한 간식이 됐던 모양입니다.

 

이날 넉넉하게 한 월남쌈으로 점심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것이 한번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으니 나중에 꺼내먹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한 끼가 되더라구요.

 

남편이 표시해둔 라이스페이퍼 2봉지는 이렇게 해치웠으니..

목록에서 살짝 지워야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