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형제가 10남매라고 하시니 그분들의 자제분들이 꽤 될 테고..

남편에게는 꽤 많은 외사촌들이 있을 텐데, 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형제분중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오빠 장례식에서 누가 누군지 모르고 인사한 것이 전부인지라, 그분들의 자제분들은 그때 만났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시어머니에게는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남아공에서 사신 오빠가 한분 계십니다.

그곳에서 반평생 일을 하신지라, 결혼도 그곳에서 만난 남아공(백인)여자와 하셨죠.

 

그렇게 그분은 1남1녀를 두고서 사시다가,

은퇴하면서 다시 오스트리아로 들어오신 모양입니다.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란 2명(1남1녀)의 자식들도 들어오실 때 함께 왔죠.

 

내가 시집 올 당시에 남편의 친가쪽에 외국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온가족이 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인데, 저만 한국인이었죠.

 

반면에 남편의 외가쪽에는 시집온 외국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시어머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하셨었죠.

 

“남아공에서 살았던 우리 오빠가 일본 며느리를 들였다.”

 

남아공에 어학연수를 왔던 일본인 아가씨가 오스트리아계 남아공 청년을 만나서 정착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본 며느리는 삼촌이 오스트리아에 오실때 함께 온 아들의 배우자인지라, 함께 들어와서 사는 듯 했습니다.

 

대충 주어들은 이야기로는 남아공 삼촌의 딸은 린츠 근처에서 살고, 일본아내를 가지고 있는 아들은 비엔나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으며, 그의 일본아내는 비엔나에 있는 일본(인)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고 했었습니다.

 

남편이 어릴 때는 외사촌들이랑 왕래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남아공 삼촌의 아이들과 독일어로 소통을 했다고 하니 말이죠.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거의 만난 적이 없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왕래가 없는 남편의 (여)외사촌 중에 2명이 남편을 타고 넘어와,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해왔었죠.

 

내가 모르는 대부분의 친구신청은 다 남자들인지라 그냥 거절을 하는데,

때 아닌 여자가 신청을 해온지라 남편에게 물어야했습니다.

 

“남편, 이 사람 누구야? 난 모르는데 친구신청을 했네?.”

“내 외사촌인데 당신이랑 연락하고 싶다고 해서..”

 

남편의 외사촌인데 거절하기는 그래서 그냥 승인을 했었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남편의 외사촌의 얼떨결에 페이스북 친구가 됐습니다.

 

그들과 페이스북 친구가 됐다고 해서 난 그들의 시엄마의 몇 번째 오빠 혹은 몇 번째 동생의 자식인지 모릅니다. 그저 “남편의 외사촌”으로만 알고 있죠.^^

 

평소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좋아요”만 눌러주는 사이인 남편의 외사촌인데..

그중 하나가 나에게 쪽지를 보내왔습니다.

 

“내 동생이 이혼을 하려고 하는데,XX(시누이 이름)가 법을 전공했다고 들어서..”

“법을 전공한 것은 맞는데,..”

“그럼 XX연락처 좀 ...”

 

아니, 남편의 여동생은 남편의 페이스북 친구목록에도 있는데 왜 나한테???

 

“그럼, 내가 XX한테 물어보고..”

 

그사이에 얼른 시누이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 한 번 보내면 무반응이 보통인 시누이가 이때는 또 재빠르게 대답을 곧잘 해줬습니다.

 

“내 동생이 이혼을 당하게 된 상황이라, 엄청 불리하고 지금 거의 절망 상태라..”

 

 

 

법을 전공(석사학위)한지라 함께 공부한 친구들 중에 이혼 쪽으로 일하고 있는 동창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시누이는 웹사이트 하나를 링크해서 보내줬습니다.

 

이혼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상담하는 시간에 따라 돈을 내는지라 금액도 엄청 내야하는데, 시누이는 노동인권(회사소속)담당인지라 이혼 쪽은 모른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외사촌이 원하면 시누이 전화번호를 줘도 되지만,

자신도 도움은 못될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날 저녁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 당신 외사촌 중에 일본여자랑 결혼한 외사촌 있잖아,

비엔나에 산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럴걸? (시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인지라..)

“그 외사촌 이혼한다네.”

“왜?”

“몰라, 그냥 남동생 이혼한다고 시누이가 혹시 변호사 아는 사람 있는지 물어왔어.”

“그래서?”

“그래서 시누이는 모른다고 이혼상담 웹사이트 하나 링크 걸어서 보냈더라.”

“...”

“엄마한테 이야기 할까?”

“하지마, 엄마가 또 동네방네 이야기 할라.”

 

남편이 생각하는 엄마는 수다스러운 모양입니다.

시어머니에게 이야기가 들어가면 형제분들께 빠른 소식을 전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 시누이가 다니러 왔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시누이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외사촌이 시누이에게 직접 연락을 해 왔었는지..

이쯤 되니 궁금한 건 못 참는 시어머니께 시누이가 대답을 해줍니다.

 

“응, 외사촌이 일본여자랑 이혼을 한다는데,

아는 변호사가 없다고 해서 내가 상담 가능한 웹사이트 알려줬어.”

“응, 그 일본 여자가 바람이 났단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 남편도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새로 사귄 이집트 남친 이랑 스키여행을 갔단다.”

 

남편은 엄마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한 소식인데, 시어머니도 이미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시누이와 시어머니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아니, 뭐 그런 일이..”

“일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조금 받은 모양인데,

유산 받은 다음부터 완전 딴 사람이 됐단다.”

“돈이 생겼다고 그러면 쓰남?”

“이혼 진행하면서 아이 둘도 데리고 가고, 살던 아파트를 살 때 일본서 가져온 돈을 보탠지라, 이혼하면서 아파트도 다 가져갈 모양이더라.”

“그럼 이혼당하면서 아이들도 뺏기고, 아파트로 뺏기는 상황이네.”

“그렇지, 완전히 불쌍한 상황이 된 거 같다. 그래서 뭐라도 챙기고 싶은데 힘든 모양이다.”

“아니 뭘 그리 잘못해서 이혼을 당해?”

“아무래도 친구를 잘못 사귄 거 같아. 같이 다니는 (일본)친구들이 다 이혼녀라고 하더니만..같이 다니면서 못된 것만 배운 거지, 같이 남자나 사귀고!“

 

시어머니가 형제분께 들은 이야기는 다 그 일본여자의 잘못이었습니다.

 

하긴 이혼을 당하는 쪽이 시어머니의 조카이고,

여자에게 다 뺏기게 될 상황이니 억울한 쪽이긴 하죠.

 

정말 친구를 잘못 사귄지라 어울려 함께 놀러 다니다가 돈 많은 남친이랑 바람이 났고,

때 맞춰 고국의 부모님은 돌아가시면서 유산까지 넉넉하게 남겨준지라 인생을 즐기려고 이혼을 한다?

 

나도 며느리지만 내 자식 망친 며느리는 곱지 않죠.

살던 아파트도 가져가고 아이들도 데려가면 내 자식은 어디서 자고, 누구와 살라고!!

 

시어머니는 그 일본며느리가 잘못한 점만 콕콕 끄집어서 말씀하셨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 부부관계인거죠.

 

나는 한 번도 만나지도 못한 그 외사촌의 일본인 아내가 부부관계가 좋고, 아이들과도 행복하게 사는 가정주부이면서 이혼녀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다가 바람이 났고, 유산도 넉넉하게 받았다면서 남편을 버리고 아파트까지 뺏어간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동안 부부사이에 꾸준히 문제가 있었고, 이혼할 마음도 있었던 차에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많이 남겨준 것이고, 남편이랑 이혼수속을 준비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다가 남친을 만났을 수도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남편이 먼저 바람이 난지라, 마음고생 심하게 하다가 각방을 쓰고, 이혼수속을 하는 중에 남친이 생겼을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러니 아직 이혼 전인데 당당하게 “남친이랑 스키여행”을 갔을 수도 있고 말이죠.

 

그 외사촌이 이혼을 아직 수속중인지, 아님 이미 끝냈는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인 아내를 가진 남편의 외사촌과 비엔나에서 부부동반해서 한번쯤은 만나고 싶었는데..

앞으로 그럴 기회는 영영 없을 거 같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라고 하지만, 오랜 기간 서로를 향해 휘두른 칼날에 너무 깊게 패인 상처는 치료가 불가능한 모양입니다.

 

서로 쳐다보기 너무 아파서 돌아설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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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4.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