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는 나처럼 외모만 봐도“외국인”티가 나는 직원이 하나 있습니다.
나보다 피부는 어둡고, 덩치는 엄청 큰 아낙이죠.
그녀는 내가 다른 병동에서 근무하는지라,
그녀와 개인적으로 별로 이야기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녀의 출신국가와 그녀의 나이 그리고 그녀의 이름정도는 알게 됐죠.
그녀는 사모아에서 온 아낙입니다.
저처럼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서 오스트리아로 시집왔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요양보호사 10년차” 라고 했었으니, 지금은 13년차가 되겠네요.
저는 요양보호사 1년차이지만, 실습 2년을 이곳에서 보낸지라 요양원은 이미 3년째입니다.
우리나라는 “머리에 꽃을 꽃은 여자”라고 하면 “정신병원”을 생각하지만,
의외로 정신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머리에 꽃을 꼽고 다니는 나라들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나 남 태평양쪽의 섬에서는 머리에 꽃을 달아줘야 패션이 완성되는 듯도 보였습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본 페나가 가진 꽃은 엄청나게 다양한 색과 크기가 있었습니다.
옷차림에 따라 다양하게 바꿔달 수 있게 말이죠.
이런 저런 곳에서 사진으로 봐서 익숙한 페나의 남편입니다.
잘생긴 청년이 사모아 여행 갔다가 원주민 처녀에게 반했던 모양입니다.
페나의 남편은 요양원의 행사 사진에, 페나의 페이스북 사진에서 자주 봅니다.
페나의 남편을 우리 동네 쇼핑몰에서 실제로 만났는데..
너무 반가워서 아는 척 할 뻔했습니다.
상대는 저를 모르는데 말이죠.^^;
내가 부러워하는 페나의 취미가 바로 “라인 댄스”입니다.
미국에서 단체로 추는 춤인 듯 한데,
그녀가 이 댄스를 추는 단체에 속한지라 이곳저곳에서 자주 행사를 다닙니다.
사모아 원주민인 그녀가 백인들 아낙들 틈에서 춤을 추니 튀기는 하지만,
함께 어울려서 춤을 추니 참 잘 어울립니다.
저도 이 춤을 딱 한번 춰본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지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영어선생님 따라서 들어 가 봤던 용산의 미군부대.
학생 여럿이 선생님을 따라가서 영화도 보고, 피자도 먹고, 그곳의 클럽에 간 거 같은데..
거기서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대충 보며 엉성하게 따라 췄던 거 같기도 하고.
처음임에도 옆에서 추는 사람들 따라서 대충 추면되는 나름 쉬운 춤이었습니다.
1년에 한번 우리 요양원이 포함된 열 댓개의 요양원 직원들이 모여서 축구를 합니다.
페나는 당당하게 우리 요양원의 축구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긴 13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직원들이랑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당연하고, 이제는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독일어도 별 문제없이 잘 하겠지, 이제 1년차인 나하고는 다르겠지..”
열심히 일하고, 취미 생활도 열심히 즐기면서 사는 그녀.
그녀는 이곳에서의 삶에 아무 문제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외국인이라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간병관리자가 우리 병동에 와서는 기록 제대로 안 했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페나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어.”
페나가 근무하는 날 어르신께 무슨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문제가 될 만한 피부 변화나 신체 변화 등을 기록 해 놨어야 다음 근무자가 다음 조치를 취했을 텐데.. 근무 중에 발견한 사항을 기록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커졌던 모양입니다.
요양보호사는 근무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변화사항을 문서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으니 기록에 소홀하게 되죠.
하긴, 현지인직원들도 독일어 문법이 완벽하지 않는지라,
기록 하는 걸 잘 안하려고 합니다.^^;
직장생활도 취미생활도 너무 잘해서 그녀는 독일어는 이제 별 문제없는 줄 알고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처럼 “라인댄스”를 추느라 밖으로 나가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죠.)
그녀가 독일어 때문에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녀도 나와 다를 거 없는 여전히 독일어 딸리는 외국인 아낙이고, 전과는 또 다른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근무 중에 가끔 마주치는 서로 다른 병동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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