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쯤에 시고모부님이 돌아가시고..
새해에 그분의 장례식에 다녀왔었습니다.
시아버지의 형제분인 3남2녀 중 제일 먼저 배우자를 잃으신 시고모님.
시고모부께서 오랫동안 혈액 암으로 투병을 하신지라 항상 작별을 준비하셔서인지..
장례식장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시고모부님이 먼저 가시고 혼자 남으신 시고모님이 외로워 어쩌실까?”
이런 걱정을 조금 했었는데, 시고모님의 사시는걸 보고는 안심했습니다.
같은 동네에 큰 딸이 살고 있고, 막내딸은 시고모님의 윗 층에 사는지라, 어린 손녀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와서는 시고모님께 재롱을 떠는지라 외로울 시간은 없으신 듯 합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2주가 지날 무렵에,
시고모님의 큰딸(남편의 사촌누나)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의 아빠가 가신 후에도 엄마는 잘 계시다는 안부를 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고모님의 큰딸에게는 마눌의 전화번호를 줬습니다.
“빨리 당신 전화번호를 사촌누나에게 줘, 혹시나 연락할일이 있으면 하라고!”
“왜 내 전화번호를 줘?“
“내 것은 왓츠앱이 안되잖아.”
그렇게 장례식에서 처음본 남편의 사촌누나에게 전화번호를 줬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친척들의 전화번호로 엄마의 안부를 전해왔습니다.
시고모님이 사시는 동네가 겨울에는 노르딕스키를 타기 좋은 곳이라고 했었는데..
시고모님은 노르딕스키 슬로프를 따라서 산책중이셨나 봅니다.
시고모부님이 돌아가시고 갑자기 많이 늙어 보이시지만 그래도 건강하십니다.
시고모님의 사진을 받고나서 내가 몇 년 전에 찍었던 시고모부님의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남편, 2년 전에 우리 Mondsee 몬세에 갔을 때, 그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당신 사촌누나한테 보내줄까?”
“그걸 뭐 하러 보내? 지금 돌아가신 분 사진보면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시고모부님이 살아계실 때 사진이니 보면 새로울 거 아니야.”
“그래도 안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보내고 싶은데..”
몬세에 시부모님이 형제분(큰형 내외분과, 여동생 내외분)을 만나러 가신 적이 있습니다.
여름에 그곳에서 만나서 하루를 보내고 오시는 “하루나들이”였죠.
마침 우리도 보트를 타러 호수로 갈 예정 이였던지라,
시부모님이 계신다는 그곳으로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호수의 반대편에 차를 세우고 호수 반대편에 계신 시부모님이 형제분들과 시간을 보내시는 곳을 (남편 혼자) 열심히 노저어 갔습니다.
그때 그곳의 풍경과 함께 게임을 하시는 사진을 몇 장 찍었었는데..
그때 찍었던 시고모님 내외분의 사진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사진 중에 시고모부님이 나온 사진을 골라서 보냈습니다.
사진을 받은 남편의 사촌누나에게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 소중한 아빠 사진일 테니 말이지.
사진속의 고모부는 암투병중이신지라 많이 마르신 상태셨지만,
정상인과 다름없는 모습이셨습니다.
사진을 보내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남편의 사촌누나에게 바로 답변이 왔습니다.
아빠 살아생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소중한 사진을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
남편 말대로 보내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그녀의 아빠지만, 아빠와 엄마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던 그 순간을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을 테니 말이죠.
너무 늦게 보내서 미안하지만, 안 보낸 것 보다는 좋은 결과입니다.
역시나 그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낸 것은 참 잘한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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