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독일어학원이 종강을 했습니다.
“한동안 끊었던 독일어 공부를 이번 기회에 다시 시작 해 보자!“
뭐 이런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종강을 해도 집에서 꾸준하게 공부를 하는 계기를 삼고 싶어서 말이죠.
어디나 마찬가지만 그룹에서 머리가 되어 보려고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곳도 참 잘난 사람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가나에서 온 아낙이 날린 한마디.
“마지막 강의에는 각자의 나라 음식들을 해 와서 같이 먹죠.”
에궁^^; 난 요리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먹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래서 하는 건 짜증이 납니다.
내가 한국음식을 해서 어디를 가야한다면..
그건 내 마음이 동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내가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종강 날에는 뭔가를 들고 가야 합니다.
그냥 “초콜릿이나 과자를 사갈까?“ 했었지만, 성의 없게 싸구려를 사갈수도 없고,
비싼 제품을 사갈만큼 애정이 가지 않는 곳인지라, 과하게 돈을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슈퍼를 한 바퀴 돌다가 발견한 Blaetterteig 블래터타익 (패스츄리 반죽)
여러 가지 파이를 가장 쉽게 만드는 방법이죠.^^
얼른 2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마침 세일도 하는지라 2개에 1유로.
만들어놓으면 나름 폼도 나는데, 재료비는 단돈 1유로.^^
집에 있는 계피가루에 설탕을 섞어서 계피설탕(시나몬슈거)를 만들었습니다.
계피설탕을 반죽 위에 다 부은 다음에 조금씩 털어가면서 전체에 묻혔습니다.
이걸 썰어서 트위스트로 틀어주면 준비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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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을 만들고 남은 나머지 반위에는 건포도를 뿌려준 후에..
김밥 싸듯이 말아서 썰어주면 준비 끝입니다.
원래 제과에 쓰이는 건포도는 럼에 담아서 불린 것을 사용하지만..
내가 매일 케이크를 굽는 아낙이 아닌지라, 럼에 불려놓은 건포도는 없습니다.
그냥 바짝 마른 건포도를 사용한지라, 깊은(?) 맛은 안 나겠지만..
속성으로 해치워야 하는지라 맛은 잠시 접어둡니다.^^;
오븐에서 20분간 구운 시나몬스틱과 시나몬 롤입니다.
길이가 짧아서였는지 트위스트로 틀었는데, 다 풀렸습니다.^^;
패스츄리 반죽 하나로 했으니 50센트(650원?)로 만들어낸 푸짐한 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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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반죽 하나로는 후렌치파이를 했습니다.
반죽을 썰어서 중간을 눌러주고, 포크로 중간을 찌른 후에 쨈을 중간에 넣었습니다.
수저로 중간을 눌러줄 때는 물기가 있어야 했던지라 우유를 발라가면서 했습니다.
쨈이 삐져나오고, 넘치고 모양은 별로 예쁘지 않지만 먹을 만 합니다.
적당히 달달해서 옆에 있으면 계속 먹게 되는 마력이 있습니다.
전날 저녁에 구워놓으면 눅눅해지고 맛이 없을까봐..
파이는 종강 날 당일 아침 일찍 한 시간 이상을 준비해서 구었습니다.
재료비는 단돈 1유로지만, 정성은 그 백배가 들어갑니다.^^
종강 날 대충의 강의를 끝내고 아낙들이 싸온 음식들을 꺼내놓고 먹는 시간.
“각자의 나라 음식”을 싸오라고 했던 아낙은 웬 코코아가 들어간 빵을 구워왔고,
나머지 아낙들은 슈퍼에서 과자나 빵을 사들고 왔습니다.
나는 내나라 음식은 아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파이를 굽는 정성을 들였는데..
나머지 아낙들은 아침에 오면서 슈퍼에서 사온 정성을 들였네요.^^;
강의는 잘 끝났고, 종강파티도 잘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아낙과는 친해진 적도 없기 때문에 연락처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지만,
혹시나 거리에서 마주친다면 그저 인사하는 정도는 만들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알았습니다.
세가지중 시나몬스틱이 가장 무난하고, 쉽고, 인기가 있는 파이라는 걸 말이죠.
설탕을 듬뿍 무쳤음에도 그리 달지고 않고, 바삭해서 아낙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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