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 20시간 일하는 아낙인지라, 대부분의 날은 시간이 남아도는 일상이지만..
혼자서도 워낙 잘 노는 타입인지라..
그렇다고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지는 않습니다.
드물게 바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3가지 일을 소화하는 날은 없었는데..
지난 일요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제일 바쁘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자! 여러분을 저의 지난 일요일로 안내합니다.^^
지난 주말은 토요일 10시간(총 11시간) 근무를 했고, 일요일은 오전 근무(6시간)만 있었던지라,
그날 저녁에 하는 오페라 공연은 하나 예약했었습니다.
오전근무 끝내고 1시에 퇴근하니 집에 있다가..
저녁에 다시 시내에 나가서 오페라를 볼 예정이었죠.
그랬었는데..
남편이 뜬금없이 물어왔습니다.
“당신 일요일에 뭐해?”
“나? 오전근무 있는데.”
“그럼 오후에 노르딕 스키 타러 가면 되겠다.”
“나 저녁에 오페라 보러 가야하는데.. 왜?”
“그날 날씨도 맑고 올해 스키를 타는 마지막 날이 될 거 같아서..”
여기서 잠깐!
마눌의 근무 날은 마눌의 달력에만 표시를 해놓은지라 남편은 알지 못합니다.
마눌은 자신이 근무하는 날을 달력을 봐야만 알 때도 있는지라 남편이 모르는 건 당연하죠.^^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데 거절은 못하겠습니다.
“근디, 나는 오후 1시에 퇴근하는데 Gosau 고사우까지 왕복 하는 건 너무 멀지 않아?
난 저녁에 오페라 보러 가야해서 늦어도 집에 오후 6시에는 와야 하는데.”
대충 이렇게 대화는 끝냈습니다.
남편에게 스키를 타러 가려면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오라고 했죠.
일요일은 요양원 쪽으로 가는 전차가 20분에 한 대씩 오고,
전차를 타게 되면 출근시간보다 30분씩이나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지라,
남편이 자다 말고 눈비비고 일어나서는 마눌을 요양원에 데려다줬습니다.
그렇게 요양원에 7시에 출근해서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는 오후 1시에 정말 남편이 요양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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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에 일단 고사우로 출발은 하는데..
고사우까지는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무난한 노르딕 스키장은 이곳뿐입니다.
이곳보다 더 가까운 곳도 있기는 하지만, 자주 가본 곳 보다는 새로운 곳을 선호하는지라,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이곳도 몇 번 와서 익숙해지면 또 다른 곳을 찾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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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녁 6시에는 집에 도착해야 하는데.. 고사우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저녁에 오페라 스케줄이 없었음 조금 더 여유롭고 오래 탈수 있었겠지만,
캔슬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한지라 일단 시간을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남편 또한 마눌이 집에 도착해야하는 시간을 맞춰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합니다.
“1시간 타고 갔다가 다시 1시간 돌아오자!”
왕복 3시간 걸리는 스키장에 와서 차타는 시간보다 짧은 2시간 스키를 타게 됩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타는 스키일지도 모르니 짧은 시간이나마 즐겨야지요.
집으로 오는 동안 남편이 약속한 6시가 약간 넘을 거 같으니 마눌에게 당부를 합니다.
“일단 집에 도착하면 당신은 얼른 내려서 샤워하고, 머리감고 시내 갈 준비를 해!”
시간도 없는데 웬 샤워냐? 싶으시겠지만..
노르딕 스키가 두 팔을 휘저어가면서 타는 스키인지라,
타는 동안 땀으로 목욕을 하니, 집에 오면 샤워는 꼭 해야 합니다.
남편 말대로 집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씻고, 머리까지 후딱 말리고 20분 만에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극장에 도착했는데...
마이 피곤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6시간 중노동을 했었고,
3시간 차를 탔고, 2시간 온몸을 휘저어 가면서 스키를 탄 하루.
오페라라도 조금 재미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난이도가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
의자에 앉아서 졸기 딱 좋은 오페라였습니다.
육체운동(일하고 스키타고)을 심하게 한 날인지라 많이 피곤했었거든요.
이날은 린츠의 유명한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오페라여서 연주는 더 웅장했지만..
덕분에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게 들리는 단점은 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 오페라는 저녁 10시 30분경에 끝이 났습니다.
남들은 편안하게 보내는 일요일 하루 일 텐데..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나와서는 저녁 11시가 넘어서 다시 집에 갔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나름 바쁘게 산거 같아서 괜히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이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니..
또 다시 예정에 없던 스키 때문에 몇 가지 일을 하루에 해내야 하는 일은 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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