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물고 있던 백패커의 주인가족이 친척의 결혼식이 있다고 몽땅 오클랜드로 갔습니다.
자신들이 집을 비우는 이틀동안 백패커를 봐줄 사람들이 온다고 했지만, 백패커에 머문 기간이 제일 긴 우리부부에게도 그들을 도와서 백패커 관리를 부탁하고 갔습니다.
키위남과 영국녀 커플은 2011년에 호키티카의 백패커에서 만나 살고 있는 커플도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머무는 백패커 주인과 맺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부부가 책임지고 백패커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돈에 얽히면 추접해지고, 우리야 양심적으로 일을 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우리를 의심하면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 또한 없는 거죠. “우리는 아니다”라고 속을 까보일수도 없으니 말이죠.
아무리 CCTV가 설치되어있다고 해도 속이려고 하면 속일 방법이 없는 건 아닐 테고..
우리를 믿고 맡긴다고 해놓고도 자신들이 없는 이틀간의 영업수익이 평소보다 더 적다면 의심을 하수도 있는 일이고..
그래서 돈이 오가는 카운터를 맡는 건 가능한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 키위남, 영국녀 커플은 오자마자 카운터를 꽉쥐었습니다.
덕분에 돈에 관련된 일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죠.
그렇게 주인이 자리를 비운 이틀 동안 (관광)객만 남은 백패커가 됐습니다.
주인이 불러서 온 커플(키위남/영국녀)는 객이 아닌 주인의 지인이지만,
일단 주인은 아니니 객인 거죠.
우리부부도 주인 없는 백패커의 “임시 일꾼”인 것을 알고 있던 키위남/영국녀 커플이 우리부부에게 하라고 부탁했던 일은 방(침대)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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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침대는 1박에 13불인 싸구려 숙소인지라 도미토리 방에 들어가 보면 배낭을 놓을 자리는 기본적으로 없고, 침대는 삐그덕 소리가 나고 매트리스는 싸구려 스펀지여서 좋은 침대에서 자야하는 여행자는 절대 오면 안 되는 곳입니다.
하루나 이틀 머문 여행자들이 떠난 방은 이렇게 개판이죠.
우리가 맡은 일은 이렇게 개판된 침대정리를 하는 겁니다.
사진의 좌측의 개판을 우측처럼 정리 해 놓는 거죠.
처음에는 백패커 관리인줄 알았던 일이 단순노동인 침대정리인 것을 알고 남편은 굳이 뭔가를 해서 숙박비를 절약하는 것보다는 돈을 내는 쪽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일단 주인이 없으니 일손이 비는 부분은 책임져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이틀 동안 백패커의 방들을 다니면서 침대보를 갈았습니다.
다른 백패커는 따로 침대보/이불보를 제공하면 추가요금을 내야하지만.
이곳은 저렴한 숙소임에도 침대보를 제공하는 장점은 있는지라 나름 매력적인 숙소이죠.
백패커 주인의 가족들이 있을 때는 온가족이 일을 하는 덕에 무료숙박을 원하는 여행자 몇몇만 아침에 몇 개의 화장실&욕실 청소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지금은 주인가족이 없는지라, 우리부부가 방마다 다니면서 침대보를 갈아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백패커를 관리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관리해줄 커플이 온다고 해서 우리는 빠지려고 했습니다. 관리하러 온 커플에게도 우리는 뒤로 빠진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전에 무료인터넷 찾아서 도서관으로 간 우리부부에게 문자까지 보내온 영국녀.
백패커에서 일하는 대신에 무료숙박(16불짜리)을 제공받는 영국남자 알렉스는 30분 청소기 돌리는 일만 하고, 화장실 청소하는 아이는 하루 1시간 일하고 무료숙박(15불짜리)을 제공받는데..
우리부부는 둘이서 하루에 1시간 45분(둘이 합하면 3시간이 넘죠) 일하는데 달랑 우리의 캠핑비 (20불)이 무료라니..
“남편, 이거 계산이 이상해. 우리는 비싼 방도 아니고 밖에서 캠핑하는데 누구는 15분 청소하고 1박 무료이고, 누구는 1시간 일하고 무료인데, 왜 우리는 3시간 일하고 1박 캠핑이 무료(20불)인거야?"
마눌의 계산이 어찌됐건 간에 주인이 셈하는 방법이 맞는 것일 테니.. 부부는 이틀 동안 둘이서 각각 3시간씩(총 6시간)일하고 이틀 동안의 캠핑비(40불)를 면제 받았습니다.
시간당 10불이라고 쳐도 6시간이면 60불 그러면 3일치로 계산하는 것이 옳지만..
주는 놈이 주기 싫다는데 자꾸 달라고 하는 것도 그렇죠.
싫으면 우리가 안하면 그만인 것을!!
주인이 없는 이틀 동안은 주인의 부탁으로 일을 했던 것인데, 주인이 돌아온 후에도 우리부부에게 은근히 계속해서 침대정리를 시키려는 듯이 보여서 남편이 딱 잘라서 거절했습니다.
사실 일해주고 무료숙박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손님이 아니라 그냥 일꾼으로 추락하는 거죠.
보기도 아까운 아내와 매일 침대보 36개를 가는 것도 원치 않는 남편이고, 일한 시간에 대한 계산도 영 아리송한 이곳의 계산법도 맞지 않는지라 우리는 돈을 내는 손님으로 다시 자리이동을 했습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도와줬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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