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사는 우리부부가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아침에 홀리데이파크에서 나올 때 미리 만들어 나오는 경우도 있고.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곳이라면, 햄버거나 피자를 사먹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 낚시하러 사라져서 마눌 혼자 있는 경우라면..
차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먹습니다.
캔 참치, 빵, 과일류 등 배고플 때 눈앞에 보이는 건 다 먹어치우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길 위에서 요리를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차들이 섰다가 가는 휴게소에서 요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여러 개 있고, 바로 옆에는 남편이 “완전정복”에 나선 와이오에카 강도 있는지라 음식을 해 먹고, 물을 떠다가 설거지하기도 쉽습니다.^^
보통 낚시할 때 남편은 배고픈 것도 못 느끼는데..
오늘은 예외인 모양입니다.
배가 고프니 방금 잡은 송어를 해 먹자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보다는 이곳이 낫겠다 싶어서 휴게소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지붕 아래서 요리를 했습니다.
차에서 가스통도 꺼내고, 프라이팬도 꺼내고..
열악한 환경임에도 샐러드까지 만들어 한 끼를 거나하게 준비 중입니다.
빨간 대야에는 강물을 떠다가 설거지 할 준비까지 완료했습니다.
남편은 송어를 굽고, 마눌은 야채와 옥수수 통조림 넣어서 샐러드를 준비했습니다.
길 위에서 살다보니 있는 곳이 어디든 후다닥 한 끼를 만들어내는 순발력을 보이는 부부네요.
우리가 요리하는 동안에 트럭을 세우고 바로 아래 강으로 수영을 하러 갔던 운전사 아저씨.몸에 물기를 닦으면서 우리 옆에 와서 아는 체 한 덕에 싱싱한 송어구이 한 점 얻어먹고 갔습니다.
수영하기에는 물이 차갑지 않느냐는 질문에 “잠 깨는 데는 왔다.”라고 씩 웃던 마오리 아저씨.
시설이 꽤 훌륭한 휴게소이다 싶었더니만..
이곳은 털어갈 돈이 있는 캠핑장도 아닌데, 감시 카메라 설치 안내문이 보입니다.
훌륭한 시설을 훼손할까봐 감시하는 것인지, 아님 강에서 뭔 짓을 할까봐 감시하는 것인지..
북섬이 남섬에 비해서 치안이 이리 불안한 것인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순간 이였습니다.
감시카메라 뒤로는 이렇게 맑은 와이오에카 강이 버티고 있습니다.
트럭 아저씨가 수영한 곳이 저곳이죠.
수영하기에는 너무나 차가워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송어구이를 후딱 해치운 남편이 또 저렇게 강물을 거슬러 사라집니다.
송어를 잡은 건 잡은 것이고, 낚시는 낚시이니 또 다시 탐험을 나섭니다.
아래서 강을 헤매고 다니는 남편을 마눌은 항상 위에서 봅니다.
이번에는 조금만 더 빨리 오기를 바라며 말이죠.^^
우리가 잠시 쉬면서 요리를 해 먹은 곳은 오포티키에서 기스본으로 가는 길에 있는,
꽤 괜찮은 휴게소, Hine Rae Historic 히네 래 히스토릭.
남편이 정복중인 와이오에카 강의 1번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지라,
어차피 우리는 이곳을 들려야 했던 곳입니다.
이 주변에 대한 뭔가 역사적인 것들을 많이 전시 해 놓기는 했지만..
이곳을 살짝궁 지나가는 여행자는 관심이 없어서 패스~^^
이곳에서 한 끼를 해 먹은 기념으로, 사람들이 돌 안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날짜를 적어놓고 왔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적을 때는 대부분 비어있는 돌들 이였는데..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면 빽빽하게 들어찬 여행자들의 이름들을 볼 수 있겠죠.
그때쯤 이곳을 우리의 이름을 찾을 수 있으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 해 보니..
우리부부가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우리의 이름을 기념으로 적어놓은 곳이 이곳입니다.
어디나라에서 왔는지는 적지 않았지만, 우리부부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적어두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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