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살고 있는 아시안들은 그들의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입니다.
동양인들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서양인의 눈에 그렇게 비친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제 얼굴이 동안(Baby face 베이비 페이스)은 절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내 나이를 그대로 보니 말이죠.^^;
믿기시는지 모르겠지만..
서양인도 동안(Baby face 베이비 페이스)이 있습니다.
그것도 90대 노인들에게서 말이죠.
자! 여기서 질문 들어갑니다.
여러분은 어르신의 나이를 어떻게 가늠하시나요?
대부분은 얼굴에 깊게 페인 주름으로 그분의 나이를 추측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저 나름대로의 방법이 틀릴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살이 아닌 20년 이상의 연령을 말이죠.
퇴근무렵에 조용한 요양원 내부
우리 요양원에 94세 되신 할매가 계십니다.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으신지라 많아봐야 70대 라고 생각했었는데, 20살이나 더 많다고 하셔서 절 놀래켰던 어르신 이었죠.
이 어르신은 방에서는 점심때만 잠시 나오십니다.
워낙 대화를 안 하고 방에 짱 박혀계신지라,
처음에는 친해지기가 힘이 들었었죠.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양원 입주를 하면서 “우울증”이 생긴 지라,
다른 어르신들과 대화도 안하고 하루 종일 방에만 계신다고 하셨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요양원의 입주 하신 어르신들은 “자식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을 하십니다. 서양인들은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생활을 하니, 늙으면 당연히 부모님들이 스스로 요양원에 가신다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혼자 사셨던 어르신들이라고 해도 “요양원 입주“는 자식들의 ”동의”가 필수입니다.
부모들이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시고 요양원 입주시기가 되면 빈털터리가 되시는 경우라고 해도, 자식의 동의를 받으셔야 요양원으로 입장을 하실 수 있습니다.
부모의 재산이 많은 경우는 자식들이 일부러 요양원에 보내지 않으려는 경우도 생기죠.
부모님의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 주정부에서 부모님의 재산에 (일종의) 가압류를 걸거든요.
돌아가실 때까지의 비용과 여러 가지를 계산해서 압류를 걸고는 나중에 팔거나 뭐 이러는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자식들이 부모님의 재산에 손대고 싶어도 손대지 못하게 됩니다.
(대충 주어들은 정보들)
삼천포는 여기까지만...
처음에는 신체 건강하시면서도 하루 종일 침대에서 지내시던 어르신 이였는데..
제가 직업교육 받는 동안(2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매일 (최소한이라도) 온몸을 움직여야 온몸의 근육들이 제대로 기능하건만,
몇 년을 하루 종일 침대에 삐치니 멀쩡했던 온몸의 기능들이 다 쇠퇴를 한거죠.
이제 어르신은 화장실에 갈 때도 혼자서는 불가능하십니다.
침대에 누울 때도 다리를 스스로 못 올리시는지라,
직원이 두 다리를 들어서 침대에 올려드려야 하죠.
정신은 온전하신데, 힘이 없어서 80kg 육박하시는 당신 몸을 컨트롤 하시지 못하십니다.
새벽에 화장실 가시겠다고 호출을 하셨는데, 휴대용 변기에 볼일을 보시는 건 싫으시고,
굳이 화장실에 가셔서 변기 위에 앉겠다는 어르신.
당신이 어느 정도 몸을 컨트롤하시면, 옆에서 약간의 보조만 해도 되는데..
당신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시고 침대에 앉혀놓으니 당신 스스로 못 일어나시니,
직원보고 당신을 안아서 휠체어에 앉히라고 하셨답니다.
당시 남자직원이 철야근무를 했지만..
80kg이 넘는 거구 할머니를 안아서 휠체어에 옮기는 건 무리가 있죠.
“어르신, 최소한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건 당신이 하셔야죠. 나보고 다하라는 건 무리가 있죠.
제가 어르신 들어 올렸다가 내 허리가 나가는 건 누가 책임질껀데요?”
“내 허리는 이미 나갔는 걸?”
“내 허리는 아직 안 나갔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남직원은 분개했었습니다.
“우리가 몸종도 아니고, 도움을 주는 직원인데, 마치 몸종 부리듯이 날 들어 올려라, 니 허리가 디스크에 걸리던 말든.. 이건 아니지 않아? 그 어르신은 남을 배려하실 줄 모른다니깐..”
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이 어르신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직원들의 도움으로만 해결하시려고 하시니..
하. 지. 만.
이 어르신은 요양원에 처음 온 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우울증”에 시달리시고 계십니다.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시는 까닭에 말이죠.
엊그제 어르신의 저녁 잠자리는 제가 봐드리러 갔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틀니를 닦고 침대로 가는 일이죠.
이 어르신을 보니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았습니다.
94살이시고, 이제는 하늘나라 가실 날이 많이 가까우신 분인데 항상 우울하시고,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사시니 말이죠.
“어르신은 뭐가 불만이세요?”
“여기는 내 고향이 아니야. 내 고향은 XX 거든.”
“거기는 여기서 5분도 안 걸리잖아요. 내 고향은 한국이에요.
얼마나 먼지 아세요? 그래도 난 우울해 하지 않아요.”
“나는 아들이나 손자를 6개월에 한번 밖에 못 봐.”
“어르신은 그래도 1년에 2번은 아드님이나 손자를 보실 수 있잖아요. 다른 어르신은 아들이 있어도 1년에 한 번도 안 오고, ”당신 어머니 여름용 신발이 필요하다“고 이멜을 보내도 1년이 넘어가도록 답장을 안 해요. 그리고 어르신 아드님은 살아계시잖아요. 내 아들이 아직 살아있고, 1년에 2번이나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아세요?”
“지니(접니다)은 자식이 있어요?”
“전 자식이 없어요.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아요.”
“...”
“전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어디에 살던 지금 가지고 있는 조건에 만족해야 한다고요.
어르신 오늘 화장실에 가서 볼일(큰거) 봤죠?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변비가 심해서 똥고가 아프도록 힘을 줘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으시잖아요.”
“....”
“오늘 화장실도 오고 싶을 때 오시고, 하루 세끼도 먹었고, 필요할 때 호출하면 달려오는 직원이 있고.”
“...”
“어르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은 전혀 우울해할 필요가 없어요.
요양원에 오고 싶어도 조건이 안돼서 도움도 못 받고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거기에 비하면 어르신은 호강이에요.”
“...”
“저 하루 10시간 일하거든요. 지금은 여름이라 하루 종일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 일하는데,
제가 이렇게 일하면서도 즐거워서 복도를 다니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세요?
힘든 근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하루를 달리살수 있어요.
제가 힘들다고 인상 박박 쓰면서 어르신한테 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직원이 얼굴로 ”나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아요“을 이야기 하면 도움을 받으시면서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직원들이 힘들게 근무 하는 건 내가 알지.”
“내가 가진 삶이 조금 힘들고, 불만족스러워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내가 가진 조건이 얼마나 감사한지 아신답니다.”
인생을 반밖에 살지 못한 외국인 아낙이 90을 넘어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실 날을 기다리시는 어르신께 충고를 해 드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얼마 남지 않는 짧은 기간임에도 매일매일을 마지못해 억지로 사는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그랬습니다.
제 조언이 어르신의 “우울증”에 치료는 되지 않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 조건에 맞춰서 살아가다보면 “감사”도 “행복”도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씀드렸습니다.
항상 웃으면서 근무하는 직원의 웃음이 사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만족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란 걸 아셨음 하는 마음에 해드린 건방진 충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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