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의 의료인
(저도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의료인)들은
법적으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선물(팁)을 받을 수 없습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면?
커피 한잔이나 초콜릿 한 두 상자까지만 허용이 됩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5유로) 선으로 제한을 한다는 이야기죠.
사실 법적으로 제재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줄 사람은 주고, 받을 사람은 받죠.
제가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에도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끊임없이 퇴원하면서
고맙다고 팁을 주고, 저는 그걸 받아서
열심히 병동 사무실에 가지고 갔었답니다.
“팁을 사양해도 자꾸 권하면 그냥
받으라는 것이 병동의 지침”이었고,
그렇게 모은 돈들은 병동 직원들의
간식(햄, 치즈 같은)을 사는데 사용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도 가끔
어르신들의 보호자가 초콜릿,
케잌 같은 걸 들고 오기도 하고,
가끔은 제법 목돈 (50유로?)을 주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면 우리 병동 책임자가 우리들의
간식 시간에 먹으라고 빵을 사오곤 했었습니다.
“이 빵은 XX어르신의 딸이 50유로 준걸로 샀어.”
이런 식으로 멘트를 날리는지라
법적으로는 받을 수 없는 선물이지만
실제로는 받는걸 알았습니다.
한두 번 거절해도 자꾸 권하면 받았을 수도 있고,
실제로 병동에는 일종의 "팁 박스"가 있죠.
지금까지 저는 보호자들에게
선물을 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가끔씩 어르신들에게 초콜릿 한두 개,
사탕 한두 개 혹은 과일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말이죠.
그랬었는데 제가 어르신의 보호자한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받으면 안 되는 선물인데 왜 받았냐구요?
아주 작은 선물이었거든요.^^
가끔 직원들이 간식을 먹는 사무실에
보호자들로부터 받은 초콜릿 박스들이
있는 건 많이 봐왔고,
전 직원들이 먹을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받은 건 처음입니다.^^
바쁘게 일하러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부르시는 분이 계십니다.
“지니~”
“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아니, 이거 당신한테 우리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예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건 직원들이랑 같이 나눠먹을께요.”
“아니야, 이건 지니한테 우리가 개인적으로 주는 거야.”
“저에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에게 체리 초콜릿 두박스를 주십니다.
초콜릿 안에 체리, 그 안에 위스키 같은
알코올이 들어있어 저는 먹지 않지만..
이걸 가져가면 완전 좋아라 할
남편을 생각해서 잘 챙겨서 왔습니다.
나중에 보니 두 어르신이 고맙다고 생각하는
직원들 개개인한테 초콜릿을 주신 듯 했습니다.
누구는 두 박스, 조금 덜 예쁜 사람은 한 박스.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이렇게 챙겨주신
두 분은 우리 요양원에 매일 오시는 분이십니다.
이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649
처음에는 “참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식도 매일 오는 것이 힘이 든데,
동생 부부가 언니를 찾아서 매일 오다니..
그러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두 분은 매일 저녁을 먹는
시간 (오후 5시) 쯤에 오십니다.
딱 저녁 먹을 시간에 오시니 저녁을 배분하고
남는 음식이 있는 경우는 두 분께 권합니다.
보통의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면
권해도 사양하는 것이 보통인데,
부부 동반으로 오셔서는 남편 분은
직원이 권하는 항상 저녁을 드십니다.
나중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저분들은 여기에 저녁을 드시러 오시나부다..”
오셨다고 해서 우리 요양원에 머무시는
M 할매랑 이야기를 도란도란 마주 앉아서
말씀을 나누시는 것도 아니고,
딱 저녁시간에 오셔서 저녁을 드시고,
한 30분 지나면 다시 가시거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분들을 대하는
직원의 태도도 두부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 부류는..
“저 인간들은 여기에 저녁 먹으러 오는 거야.”
이런 부류들은 음식이 남아도
두 분께 권하지도 않습니다.
어찌 보면 대놓고 거지 취급하는 듯 하고,
음식이 남아서 버려도 두 분께는 주지 않습니다.
두 번째 부류는..
“어차피 남는 음식이니 권해서 드시겠다고 하면 드려라!”
이런 부류는 음식을 배분하고
남으면 두 분께 권합니다.
실습생일 때부터 봐왔던 두 상황인지라
직원들에게 물어봤었습니다.
나는 두 분께 음식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실습생인 때는 마음대로 나설 수가 없었거든요.
배분하는 직원이 첫 번째 부류면 그날
두 분은 저녁을 드시지 못하고 가셔야 하고,
배분하는 직원이 두 번째 부류면
그날 두 분은 뭔가를 드실 수 있습니다.
음식이 남으면 두 분께 줘도 좋다는
병동 책임자의 승인이 있었다고 했었지만..
음식을 배분하는 직원 마음이니
두 분은 음식을 드시는 날도 있고
못 드시는 날도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날은 딴사람이 배분해도
배분이 끝나고 음식이 남으면
항상 두 분께 묻습니다.
두 분뿐 아니라 그 시간에 어르신들을
찾아온 다른 보호자들께도 묻습니다.
“오늘 저녁은 햄과 빵, 혹은
밀크라이스(우유, 설탕 넣고 끓인 죽) ,
어떤 거 드실래요?”
M 할매의 동생분 부부는
음식을 권하면 항상 드시고,
다른 보호자들 같은 경우는
드실 때도 있고, 안 드실 때도 있지만,
안 드셔도 권해서 고맙다는 인사는 하십니다.
남으면 어차피 주방으로 내려가서
하룻밤 있다가 다음날 버려질 음식들.
(모르죠, 다음날 다시 재활용한다고
어디로 가져가는지...)
음식이 따듯하고, 신선한 상태일 때
나눠먹으면 좋은 거죠.
내 음식은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선심을 쓰면서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이렇게 매일 저녁을 드시러 오셨던 두 분이
크리스마스라고 초콜릿을 가지고
오셔서 나눠주셨습니다.
일 년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두 분께 저녁을 권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초콜릿 한 박스 혹은 아무것도
주시지 않으셨을 거 같고,
나처럼 두 분께 저녁을 자주 권한 직원들에게는
초콜릿 두 박스씩을 나눠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0여명이 넘는 직원들 일일이 챙기시려면
아무리 상표 없는 싸구려 초콜릿이라고 해도
꽤 많은 지출을 하셔야 했을 텐데,
두 분은 이렇게 작은 초콜릿으로
두 분의 마음을 전해오셨습니다.
음식이 많이 남았을 때야
두 분께 마음 편히 드렸지만,
음식이 부족할 때는 (두 분께 드릴 것이 없으니)
두 분이 오신 것이 괜히 짜증이 나는 날도 있었고,
그런 마음을 드러낸 적도 있었을 텐데..
두 분은 그저 감사하다고
이렇게 선물을 주십니다.
사양해도 두 손에 쥐어주시니
들고 올 수밖에 없었던 초콜릿 두상자.
앞으로 “1년을 잘 부탁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나의 죄송한 마음을 다스릴수가
있을거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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