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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47- 당신은 낚시를, 나는 산책을

by 프라우지니 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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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큰길로 쌩하게 달려갈 길이지만,

낚시꾼인 남편은 남들은 안 가는 좁은 길, 때로는 비포장도로를 달립니다.

 

알려지지 않는 강이나, 냇가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 날도 큰 길 놔 두고, 강을 따라서 가는 좁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마눌에게 미리 “오늘의 여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만도 한데, 웬만하면 그런 일도 없죠.

낚시를 할 예정이라고 알린다고 해서 “결사반대”를 할 마눌도 아닌데 말이죠.

 

남편이 낚시하는 동안에 마눌도 나름의 꺼리를 찾아서 노는지라..

남편이 “몇 시간 동안 낚시를 할 예정”이라고 말해주면 오히려 편합니다.

 

언제 올지 모를 남편 때문에 차를 떠나지 못하고 내내 있는 불편함도 있거든요.

 

 

 

뉴질랜드의 비싼 캠핑장이죠.

Top 10 Holiday Park 탑텐 홀리데이파크.

 

홀리데이파크의 간판에는 Kauri 카우리(나무)가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카우라 숲에서 쪼매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보다는 저희가 머물렀던 20불짜리 카우리 숲에 있었던 캠핑장이 더 좋을 거 같은데..

의외로 탑텐 홀리데이에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뜬금없이 홀리데이파크 에 온 이유는..

물론 낚시 때문입니다.

 

남편이 차를 세워놓고는 그냥 사라지는 바람에..

이곳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차를 세워놓고, 낚싯대만 챙기면 그냥 사라집니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근처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눌이 남겨집니다.

 

남편이 사라지면 마눌은 언제 올지 모르는 낚시꾼 남편을 기다리는 모드로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차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주변탐문에 들어갑니다.

 

 

 

남편이 사라지고 한 시간 남짓 시간이 흐른 후에 남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출발하나?“ 했더니만, 얼굴만 보이고는 다시 강 아래로 사라집니다.

 

강 위쪽에서는 별 볼일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낚시를 나서면 마눌의 바람은 오직 하나입니다.

 

“남편이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다시 강 아래쪽으로 가는 남편의 뒤통수에 마눌이 외치는 한마디.

 

“남편,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시간을 즐기다가 와~~화이팅!!”

 

 

 

남편이 다시 왔다 사라진 정오쯤, 이 동네 아낙이 아이를 데리고 냇가에 수영을 나왔습니다.

 

전에 본적이 없는 외국인 아낙이 나타나면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 닭 보듯이 멀뚱거리면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아낙은 후자인지라 서로 몇 번 눈길이 마주쳤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동안 한가한 오후시간을 즐기는 그들을 봐라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낚시하는 남편은 정신이 팔린 상태라 배가 하나도 안 고프겠지만,

남편만 기다리고 있는 아낙의 배꼽시계는 정확한 시간이 되면 확실하게 신호를 합니다.

 

끼니때가 되면 차 안을 뒤져서 먹을 만한 것으로 한 끼를 해결합니다.

 

영국인들이 아침메뉴로 잘 먹는다는 Baked Beans 베이크트 빈스, 메주콩을 삶아서 토마토소스에 버무려 놓은 것으로 영양 면에서는 “완벽한 한 끼”인지 모르겠지만 제 입맛에는 짭니다.^^;

 

슈퍼에서 세일한다고 1불에 샀던 콩조림, 사놓고 안 먹는다고 남편이 구박했었는데..

이럴 때 한 끼로 해결하면서 없애버립니다.^^

점심을 먹고도 안 나타나는 남편!

밥도 먹었겠다. 이제는 차에서 조금 멀리 산책을 나갑니다.

 

 

 

그저 길을 따라 걷다보니 교회가 보입니다.

동네도 작고, 집도 몇 채 없는데도 교회는 있다니 신기한 동네입니다.

 

얼른 교회를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성 아그네스’라는 가톨릭교회, 즉 성당입니다.

 

여기까지 한 바퀴 훅~ 둘러보고는 얼른 다시 차로 돌아갑니다.

 

남편이 언제올 지 모르니, 왔다가 마눌이 없어서 기다리면 안 되니 말이죠.

 

 

 

나중에 이 동네에 대한 정보를 책자에서 찾았습니다.

 

“Kaihu 카이우“ 카우리 나무를 잘라서 운반하던 19,20세기에는 뉴질랜드 북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곳에 카우리 나무를 적제 한 후에 남쪽의 도시인 다가빌로 보내서 그곳에서 목재의 목적지인 곳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별로 볼 것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로, 예술품을 만들어 파는 갤러리가 있습니다.

 

아! 아래쪽으로 사라졌던 남편은 어떻게 됐나구요?

2시간 후에 1인용 식사로 적당한 무지개 송어 2마리를 잡아서 나타났습니다.

 

낚시 갔던 남편에게도, 기다린 마눌에게도 송어 2마리는 참 감사한 선물입니다.

물론 자기 명대로 살지 못하고 남편에게 잡힌 두 녀석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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