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사람(일본인과 비슷한 민족성)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도, 남이 자신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편의 성격을 한마디로 쉽게 말하면..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말이죠.
주기도 잘하고, 받기도 잘하는 마눌과는 상반된 성격이죠.
이런 저는 때때로 남편에게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불립니다.
주는 거 다 받았다고 날 탐욕스런 인간으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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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8-나는 탐욕스러운 인간?
무료로 가져가라고 내놓은 거 다 챙겼다고 탐욕스럽다고 하고..^^;
http://jinny1970.tistory.com/1959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5 -나는 탐욕스러운 아내,
남편이 정말로 “탐욕”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걸까요?
보통 때의 저는 짠돌이 남편이랑 장을 보러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뭐든지 아끼려고 하는 남편인지라, 내가 원하는 제품을 못 살 때가 꽤, 자주, 종종 있었습니다.
내가 사고 싶었는데 못 샀던 물건들을 여행자들이 놓고 갈 때는 얼른 챙겼지만,
그때마다 남편의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냥 놔두지. 다른 사람들 가져가게. 우리는 사면되잖아!”
말이나 못하면!
사자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못 사게 하면서..
이럴 때면 “사면 된다” 고 하는 남편~^^
남편은 마눌이 어디서 뭐라도 챙겨오면 질색을 하죠.
하지만 알뜰한 마눌은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건 챙기고,
돈이 안 드는 재료는 활용에 활용을 합니다.
동네에서 얻어온 레몬으로는 레몬차도 마실 요량으로 껍질을 설탕에 절이기도 합니다.
잘 절여놨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차로 마시고, 나머지는 또 스콘에 넣어도 될 거 같고.
뭐 이런저런 생각으로 뭐 한 가지가 생기면 이런저런 실험을 합니다.
만두 만들고 남은 반죽으로는 피자도 만듭니다.
고기 좋아하는 남편은 햄을 듬뿍, 야채를 좋아하는 저는 감자를 올린 것으로..
이런 요리들을 할 때 갑자기 안 보이던 재료가 등장했다면..
그건 마눌이 주방에서 누군가가 놓고 가거나, 잊고 간 것 혹은 주고 간 것을 썼다는 이야기죠.
매번 새로운 재료가 보일 때마다 날 째려보듯이 보던 남편,
은연중에 마눌의 행동이 맘에 안 든다는 표현인거죠.
그랬는데.. 가끔씩은 남편에게 뜻밖의 질문들을 받습니다.
마눌이 챙길 때마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는 표현을 하더니만..
사실은 알뜰하게 챙겨서 음식을 하는 마늘을 보며 속으로 흐뭇했던 걸까요?
남편은 충청도 양반처럼 “나는 점잖은 사람이오.” 하고 폼 잡고,
그 옆에 있는 마눌만 여기저기서 생기는 무료식품들을 챙겨 가면서도 충청도 양반을 챙기고..
어쨌든 남편도 마눌이 챙기는 무료 식품들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걸 알았는지,
남편도 대놓고 챙기지는 않지만, 마눌이 챙긴다고 째려보는 눈길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주방에서 뭘 하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떠나는 여행자가 ‘달걀과 거의 새것인 우유 한 통“을 들고 건물로 들어서서 하는 말!
“이거 필요한 사람!”
제가 그 옆에 있었다면 손을 번쩍 들었겠지만, 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나 줘!” 하면서 손을 번쩍 들고 뛰어갈 상황은 아닌지라 잠시 상황을 보니..
한 박자 쉬고 프랑스청년 마크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거 나 줘!”
사실 그 질문을 할 때 건물 안에는 남편과 마크 뿐이었습니다.
남편은 성격상 준다는 것도 손을 내밀어 받지 못 하고..
마크도 알뜰한지라 준다니 얼른 챙긴 거죠.
오호 통재라~
우유에 달걀이면 맛있는 오믈렛도 되겠고..
스콘에 넣어서 조금 영양이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 수도 있겠고..
지금 우유가 떨어져가는 우리 식탁에 아침으로 올려도 좋겠고..
나중에 남편을 따로 불러서 물었습니다.
“왜 달걀이랑 우유 준다고 할 때 대답 안했어?”
“.....”
“우리 우유 다 떨어져 가는 거 알지?”
“응”
“그럼 우리도 우유 필요한 거 알고 있었네?”
“응”
“근데 왜 달라고 안했어. 창피해?”
“...”
“준다는 거 받는 건 창피한 것이 아니야.”
“...”
“마눌이 아무거나 챙긴다고 탐욕스럽다고 하면서 당신은 왜 준다는 것도 못 받아?”
“...”
“잘 좀 해봐. 아끼자며? 주는 것은 감사하게 받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야. 그리고 준다는데 안 받는 것도 실례야. 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어서 주겠다는 걸 안 받으면 그 사람은 그걸 버리고 가남? 아깝지 않아?”
“...”
“그리고 나도 사람들에게 퍼주잖아. 내가 남들이 놓고 가는 식료품 다 가져온다고 해도 항상 그걸로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잖아. 탐욕스러운 사람이 그런 짓 하나?”
“...”
나만 악바리처럼 사는 것 같아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싸움을 걸어보지만,
남편이 대답을 안 하니 싸움 같지 않은 싸움은 쉽게 끝이 납니다.
남편은 마눌과 사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죠.
마눌이 화났을 때는 그냥 입 다물고 “나죽었소~”
“앞으로 좀 잘하자. 응?”
이런 말을 해도 남편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겉과 속이 다른 남편의 점잔을 위장한 위선적인 태도가 가끔은 날 짜증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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