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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23- 아내가 뿔났다

by 프라우지니 2017.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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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바꿀 만큼 엄청난 힘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따지면 제 남편은 “천 냥 빚”에 해당사항이 전혀 없는 인간형입니다.

 

말 한마디로 마눌 속을 훌러덩 뒤집는 특기를 가지고 계시걸랑요.

잔소리를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잔소리 대마왕”이십니다.^^;

(세상의 모은 남편이 다 제 남편 같지는 안겠죠?)

 

입만 열면 속을 뒤집는지라 가끔씩은 “그 입 다물라!”로 남편의 입을 막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손으로 남편의 입을 막기도 합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지니 말이죠.

 

사실 남편의 잔소리는 스트레스에서 오는 증상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별일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죠.

 

낚시할 때는 고기가 안 잡힐 때 그리 심술을 내더니만..

지금은 하고 있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이 안 풀리면 또 심술을 내고..^^;

 

(남편이 웹 프로그램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혼자서 책, 인터넷 등등을 봐가면서 독학으로 터득한 후 만들고 있는 중인지라 어디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남편이 심술만 안 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마눌에게 꼬리를 내려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때는 남편이 “웹사이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앉아있는지라, 마눌이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이날도 남편을 위해 작은 잡곡빵을 만들고, 스콘을 구웠습니다.

빈둥거리면서 노는 것 같아도, 해야 할 일도 하고,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도 하는 일상이었죠.

 

점심을 남편 것만 먼저 챙겨줬는데, 매번 남편은 차려준 마눌에게 먹어보라는 말도 없이,

그냥 먹어치우고는 다시 제자리로 가서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물론 “ 잘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 이런 인사 한마디도 없이 말이죠.

 

이것이 매번 반복되다 보니 슬슬 머리에서 뿔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하면 남편이 하는 일에 방해될까봐 군소리 안하고 지냈는데,

어느 샌가 나는 “밥이나 해 주는 밥순이”가 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이죠.

 

차려놓은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 다시 자기 일을 하러 가시는 남편님!

 

이때를 기다려 한바탕 했습니다.

 

“내가 밥순이로 보이남? 차려놓은 밥 먹을 때 그걸 차려놓으신 마눌님이 안 보이는 모양이지?

촌구석에 짱 박혀있어도 군소리 안하고 가만히 살고 있으니 내가 가마니로 보이남?

“같이 먹어보자!”, “고맙다.” 한마디 해 주면 어디가 덧나남?“

 

갑자기 마눌이 성질을 내니 남편이 당황했습니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 놀고, 짜증을 내도 잘 받아주던 마눌인디..

이럴 때 남편은 “자신이 해야 할 조치”을 제대로 알고 있는 처세술에 강한 인간형이죠.

 

마눌의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기 전에 납작 엎드립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요새 프로그램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미처 당신을 챙기지 못했어.”

 

평소에도 별로 친절하지 않는 남편이라서 마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술은 젬병이지만,

그래도 뿔난 마눌에게 납작 엎드리는 눈치는 백단인 남편입니다.

 

이기적인 남편인지라..

시시때때로 마눌의 마음을 섭섭하게 하고,

 

감사하다는 말에도 인색한 남편인지라..

가끔씩은 마눌이 이렇게 뿔이 나줘야 마눌의 존재를 인식하고,

“못 챙겨서 미안하다.”라는 말도 들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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