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가끔씩 자전거 여행자를 만납니다.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지만, 때때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만나죠.
아히파라에 자전거 여행자가 오셨습니다.
그것도 Tandem 탄뎀(2인용 자전거)으로 말이죠.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은 각각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의 앞바퀴 좌우로 가방을 장착하고,
핸들 앞에 또 작은 가방.
그리고 뒷바퀴 좌우로도 가방2개를 장착해서
여행 중 필요한 것들을 다 싣게 되는데..
이렇게 자전거에 모든 짐을 싣게 되면 그 무게가 꽤 되죠.
2인용 자전거인 탄뎀도 바퀴는 2개밖에 없는지라
짐을 싣을 곳도 앞과 뒤뿐입니다.
그래서 싣을 수 있는 짐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1인용 자전거에 비해 힘이 더 든지라,
자전거 탄뎀 여행자들은 아주 드문 편입니다.
탄뎀이 관심이 있어서 말을 걸었는데,
이 탄뎀 여행자들은 연세가 꽤 드신 분들 이였습니다.
이야기 하는 중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남편, 빨리 와 봐.
이분들 오스트리아에서 오셨대!"
(남편도 오스트리아 사람이죠.^^)
그렇게 오스트리아에서 오신 자전거여행자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분들의 연세가 제 시부모님과 연배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할배는 65세, 할매는 63세.
60대 초중반의 어르신 부부가 탄뎀 자전거를 가지고
뉴질랜드 전국 일주를 하시고 계신 거죠.
12 년 전에 남편도 자전거로
뉴질랜드를 여행하려고 시도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매일 비가 오는 날씨에
지쳐서 결국 렌터카로 여행을 했었죠.
제 생각으로는..
그 당시 남편은 자전거 여행을 할 용기와
체력도 조금 부족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체력이 좋은 젊은 청년 쉽지 않는 것이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인데,
노부부가 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신 거죠.
거기에 두 분의 영어실력은 바디랭기지를
약간 곁들여야 사람들과 대화가 되는 수준 이였습니다.
영어도 딸리는 노부부가 그것도 자전거로
여행을 하신다니 존경스러웠습니다.
물론 간만에 만난 오스트리아 사람인 남편과는
그 지역 사투리를 써가면서 대화를 했지요.
신기하게도 이 분들은 사시는 곳이
시댁이 있는 동네 바로 옆 동네라고 하셨습니다.
그 동네 슈퍼마켓 근처에 사신다고
위치도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연세도 있으신 분들이 자전거 여행을,
그것도 탄뎀으로 하신다니 애로는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할매가 이렇게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각자 자전거를 타면 하나는 앞서가고,
하나는 뒤에 쳐져서,
둘이 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사실 따지고 보면 둘이 하는 건 아니거든.
그런데 탄뎀이 (각자 타는 자전거에 비해서) 더 많이 힘들고,
더 더디지만,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여서 좋다오."
저녁 무렵에 노부부는 아히파라 해변의
멋진 석양을 보러 간다면서 산책을 가셨습니다.
그날 저희도 해변에 나간지라,
그분들이 보시는 석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 우리도 20년 후에 저렇게 사랑하면서
다정하게 지낼 수 있을까?
둘이 해서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지.."
어떻게 결혼생활을 하면 60대의 나이에도
"같이 페달을 밟아서 하는 여행이라 좋다."
할 수 있으려는지
우리도 20년이 지난 후에도 그분들처럼
사이좋게 여행을 하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부부가 60대 중반에 자전거로
어딘가를 여행 하고 있으려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야채나 가꾸는 것보다는
조금 더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길 바래보고,
또 20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부부는 변함없이 함께 하고 있길,
탄뎀을 타고 오신 노부부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부부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베푸는 사람들을 만나면 베푸는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운지를 배우고,
인색한 사람들을 만나면
왜 인색하면 안 되는 지를 배우고,
오늘처럼 결혼한 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랑하시는 노부부를 만나면,
우리도 더 노력하고, 더 사랑해서 항상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의지도 생깁니다.
탄뎀 자전거를 타고 오신 노부부는
하루는 버스로 하는 케이프레잉카 투어를 하신 후에
그 다음 날 다시 길을 떠나셨습니다.
오실 때와는 달리 날씨가 꾸물꾸물한지라
걱정을 했지만 괜찮다고 하시면서 가셨습니다.
"우리는 은퇴자여서 시간이 많잖아.
가다가 비가 오면 또 하룻밤 머물 곳을 찾아서
쉬어 가고,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또 쉬어가면 돼!
중요한건 둘이 있다는 것이지.
하루에 얼마를 달리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두 분만의 추억을 만드시는 노부부를 보고
참 생각이 많은 날입니다.
함께 있어서 행복 하다는 걸
평소에는 몰랐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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