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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14- 끝까지 미운털을 박고 가는 로스할매

by 프라우지니 2017.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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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히파라 홀리데이 파크에서 항상 우리주변을 맴돌던 로스할매가 드디어 떠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2주 일정으로 왔다고 하더니만,

리에게 얻어먹는 것이 편해서였는지 “며칠 더, 며칠 더” 하시더니만 드디어 가신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빨리 이곳을 떠나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내 돈 주고 지내는 홀리데이 파크인데 이 할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서 말이죠.

 

그렇게 시시때때로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시어머니 같은 행동을 하시더니만 드디어 가신답니다.

 

가끔 고기를 사다가 데리고 다니는 개 먹이를 주방에서 요리하기도 하셨고, 가끔 당신이 드신다고 뭔 요리를 하기도 하셨던 지라 할매가 사다놓은 음식재료가 조금 있었던 모양인지 어제는 로스할매가 약간 맛이 간 스테이크 두 조각을 내 앞에 내밀었습니다.

 

“나 내일 떠나는데, 이거 너희 먹을래?”

 

고기 색을 봐서는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은 지 꽤 된 거 같은 상태.

고기를 받아서 해먹기도 그런지라 한마디 했습니다.

 

“이 고기는 저희가 내일 저희 고기 바비큐 할 때 같이 구워 드릴게요.

같이 식사 하시면 되겠네요.”

 

할매는 이런 대답을 원했는지 활짝 웃으면서 그러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로스할매는 다시 우리식탁에 초대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마지막이라고 잘해드리고 싶었고요.

 

남편이 우리 고기 2개와 로스할매 고기 2개를 양념해서 바비큐를 하는 동안에,

마눌은 주방에서 고기에 곁들일 야채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감자를 썰어서 삶아서 양념해서 오븐이 굽고, 또 다른 감자는 통째로 삶아서 프라이팬에 굴리니 감자 하나로 두 가지 감자가 완성됐습니다.

 

식탁에 곁들이는 음료는 레몬을 조금 짜서 물을 준비했습니다.

거기에 샐러드도 준비하니 식탁 완성!

 

 

 

우리의 초대를 받은 로스할매는 이미 준비가 됐다고 연락을 했음에도 늦어집니다.

 

사실 초대라고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저 할매의 고기를 구워주겠다고 했을 뿐..

 

할매는 식사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셔서 고기가 식어 가는데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도 할매는 점심을 다 먹고 테이블을 치우는 저는 거들떠도 안보고 남편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치우기 싫다는 무언의 표현인거죠.

 

하긴 항상 이런 태도를 취한지라,

할매가 날 도와서 설거지를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습니다.

 

설거지를 대충 하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이번에는 로스할매가 조개 리조또 이야기를 합니다.

말을 꺼낸 것을 봐서는 그것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죠.

 

어차피 내일 간다고 하니..

 

“그럼 저녁에는 조개 리조또를 해 드릴게요.”

 

그렇게 로스할매와 점심에 이어서 저녁까지 함께 먹는 날이 됐습니다.^^;

 

 

 

이날은 점심에 이어서 저녁을 하느라 다른 날보다 주방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저녁도 점심때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해놓고 로스할매를 기다려야했습니다.^^;

 

리조또를 다 먹은 할매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식사 후에 남편과 수다를 떨어대는지라 빈 그릇을 챙겨서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갑자기 주방에 들어온 로스 할매가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네가 내 메이드(식모)도 아닌데 다(설거지) 했네!”

 

헉^^; 이때 주방에 있던 모든 여행자들의 눈길이 나에게 집중했습니다.

지금 내가 졸지에 로스할매의 메이드로 둔갑이 된 거죠.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네가 날 다 망친다(버릇 잘못 들인다.)”

 

지금까지 음식을 얻어먹어도 한 번도 설거지 할 의지를 보인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서 왜 이런 말씀을 하시나?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해주는 걸 당연한 듯이 얻어먹어놓고는 마지막에서야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하신 거 같습니다.

 

메.이.드(식모).

 

그렇다고 내가 한 요리에 대가를 지불한 것도 없고,

그저 얻어먹기만 하셔놓고도 날 정말 메이드로 생각하신 것인지..

 

그랬다고 해도 정말로 사람들 앞에서 날 그렇게 망신을 주고 싶으셨는지..

정말로 끝까지 미운털을 제대로 박고 가십니다.

 

다음 날 떠날 때도 로스할매는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방 열쇠 반납하면서 몇몇에게는 간다고 인사를 하면서도 우리는 찾지 않다가,

나중에 차를 앉아서 “빵빵~”크락션을 울려서 우리부부를 차로 불렀습니다.

 

그렇게 차안에 앉아서 작별인사를 하시고는 가셨습니다.

로스할매는 끝까지 우리에게 고자세를 유지하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저는 어쩌다 로스할매에게 끝까지 만만한 상대가 된는지 아직도 그것이 의문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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