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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5 -나는 탐욕스러운 아내,

by 프라우지니 2016.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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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삶을 사는 우리부부는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눌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는 하루 세끼 남편의 끼니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장 볼 때 하는 지출은 남편이 하고, 낚시한 고기도 남편이 요리를 하지만,

그 외는 다 마눌이 해야 합니다.

 

특히나 이동 중이 아닌 지금처럼 한 곳에 살고 있을 때는 남편의 세끼 식사가 더 신경 쓰이는 때이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요리를 해야 하니 말이죠.

 

그리고 가끔은 마눌이 탐욕스럽다고 하는 남편의 잔소리를 듣는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 마눌이 탐욕스러워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들 때문입니다.

 

이곳을 떠나는 여행자가 놓고 간 물건을 들고 왔다는 이유로.. 남편은 마눌을 또 탐욕스런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물건을 놓고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배낭이 너무 무거워서 놓고 가는 경우도 있고, 여행을 마쳐서 놓고 가는 경우도 있고, 이유가 어떻든 간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무료로 사용해도 되는 물건들이라는 거죠.

 

 

 

 

주방에 들어가면 보이는 “무료상자” 제가 이곳에 물건을 놓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들고 온 물건이 더 많았죠.

 

남편이 탐욕스럽다고 하는 아낙이라고 해도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다 들고 오지는 않았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들만 살짝 집어왔었죠.^^;

 

내가 갖다가 우리집인 차안에 여기저기에 감춰놔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남편은 항상 같은 말을 합니다.

 

“이거 빨리 제 자리에 갖다놔!”

“왜? 어차피 필요한 사람이 갖다 쓰라고 하는 건데.. 나 필요하거든..”
“얼른 갖다놔. 우리는 사면되잖아.”

“언제 장보러 갈 건데? 언제 갈지도 모르잖아? 우리 지금 없는 거 많거든.

내가 들고 온 것은 내가 정말 필요해서 들고 온 거야..”

 

뭐 이렇게 서로 핏발을 올리면서 소리치다 보면 먼저 지친 남편이 사라졌습니다.

항상 마눌의 승리지만 이럴 때마다 속이 상했습니다.

 

“우쒸, 요리 해 놓으면 먹는 건 자기면서 왜 맨날 나만 탐욕스러워야 하는 겨?^^;

 

 

 

 

홀리데이 파크의 무료음식은 전자레인지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안에도 존재합니다.

 

요거트, 우유 같은 유제품이나 햄 종류들은 냉장고에 넣어둔 상태로 “Free"라고 써있을 때도 있는지라, 여행객들이 빠져나가고 다음 여행객들이 들어오는 시간에 이것을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보통은 냉장고 안에 여행자들의 제품들이 이렇게 있습니다.

각자의 비닐봉투에 이름을 쓰고, 떠날 날짜를 써서 보관을 하죠.

 

사진의 냉장고 문 쪽에 있는 유제품들은 다 로스 할매의 것입니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한꺼번에 담아서 보관하면 보기 좋을 것을 저렇게 우유통도 열어놓은 상태로 두시죠.

 

만날 때마다 나의 신경을 건드는 말을 자주 하시는지라..

저는 자주 마주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을 했습니다.

 

날 보는 눈빛도 신경 쓰이고, 입 꼬리를 삐죽거리면서 말씀하시는 것도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남편에게는 우호적인데 왜 그리 나에게는 적대적이신지...^^;

 

 

 

 

어슬렁거리고 들어갔던 주방에서 누군가가 놓고 간 식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른 남편에게 들고 뛰어가면 또 “탐욕”운운할 테니 얼른 요리에 들어갔습니다.

 

마늘은 넉넉하니 마늘을 기름에 볶고,

화단에 파슬리도 다져서 마늘빵 만들 준비 완료!^^

 

 

 

 

식빵의 앞뒤로 마늘기름을 바르고, 설탕도 살살 뿌리고,

파슬리도 뿌려서 나름 맛있는 군것질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마늘과 설탕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주방에 있던 무료식빵으로 만들었으니 여럿이 나눠먹을 생각으로 말이죠.^^

 

 

 

 

이렇게 만든 마늘빵은 남편을 포함해서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앞에 몇 개씩 접시에 담아서 내놨습니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주인장 청년의 어머니도 드렸죠.

 

남편이 작업하는 옆에 마늘빵 접시를 살짝 내려놓으니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어디서 났어?”

 

하얀 식빵을 먹지 않으니 사지도 않는데 갑자기 하얀 식빵이 등장하니

우리 것이 아닌 줄 아는 거죠.

 

남편의 반응은 항상 같으니 물어도 대답 해 주지 않습니다.

 

“알면 다쳐! 그냥 먹어”

 

남편도 알고 있습니다.

마눌이 또 어디선가 주운(?) 물건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남편이 ‘탐욕스럽다“고 하는 건 참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무료“를 볼 때마다 참지 못하고 들고 오게 되는 것은 나의 본능이고, 하도 ”탐욕”이란 단어를 들으니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나는 정말 탐욕스러운 건가?”

 

 

하지만 매번 나의 변명은 같습니다.

 

“아니야, 나는 가난한 여행자일 뿐이야. 가진 것이 얼마 없으니 누군가가 놓고 가는 걸로 요리를 할뿐이야.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보다는 뭔가를 만들어서 함께 먹는 것이 더 좋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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