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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경험한 요양원 철야근무

by 프라우지니 20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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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업교육은 끝났지만 저의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경험한 “철야근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요양원의 철야근무라도 해도 요양원마다 조금씩 시간이 다르지 싶습니다만,

제가 실습한 요양원의 철야 근무 시간은 저녁 7:45~ 아침 7:15입니다.

 

 

한밤의 요양원 풍경

 

시간당으로는 11시간 30분의 근무시간인데..

실제로는 저녁 7시 30분에 출근하고, 근무인계를 하고 나면 7시 15분이 넘어 30분입니다.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은 12시간이죠.

철야근무시간에 맞춰 출근하면 낮 근무자에게 낮 동안 어르신들께 있었던 상황을 전해 듣습니다.

 

1층,2층,3층 총 5~60여분의 어르신들 중에서 건강이 안 좋아지신 분이나, 치매 같은 경우는 어떤 일이 생겼었고, 어느 분이 병원에 다녀오셨고, 어느 분이 낙상을 하셨고.. 등등등

그렇게 근무인계가 끝나고는 철야근무자는 저녁 8시경 전 병실을 한 번씩 돌아봅니다.

 

밤에 문을 잠그고 주무시는 분 같은 경우는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잘 주무시고 계신지 확인을 합니다.

 

이때 저녁 약을 드시는 분들께는 약을 먹여드리고, 소변을 못 가리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이불을 거둬내고 기저귀가 젖었는지 확인한 후에 새 기저귀로 갈아드립니다.

 

계시는 분들이 많으니 이렇게 한 바퀴 돌면 두어 시간이 훌쩍입니다.

이때는 그나마 실습생인 제가 함께 있어서 철야근무자가 조금 수월하다고 했습니다.

 

각방을 순회 중에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출단추”를 누르시는 방을 찾아다니는 일도 합니다.

 

혼자서는 못 일어나시는데 화장실이 가시고 싶다는 분들은 침대에서 일으켜서 휠체어로 이동한 후에 화장실까지 모시고 가서 다시 휠체어에서 변기 위에 앉혀드리고, 볼일이 끝나면 소변 같은 경우는 그냥 기저귀를 다시 채워드리지만, 큰일 같은 경우는 궁디를 닦아드리고, 다시 침대로 모셔다 드립니다.

 

나보다 덩치가 더 크신 분을 내가 옮기는 일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제가 실습한 이때는 다른 병동의 어르신 한분이 낙상하셨다고 “호출”이 와서 그쪽으로 뛰어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병동 2개로 총 110~120여명의 어르신이 계신데, 야간 근무자는 병동 당 한 명, 두 명이 근무하는지라, 낙상한 어르신을 다시 침대위로 올려드리는 일을 할 때면 다른 병동의 근무자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 2명이서 120여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을 돌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자정까지 오락, 가락하며 바쁘게 각방을 확인한 후에는 약간의 휴식시간.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는 조금 자도 된다고 합니다.

 

실습생인 저는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는 방에서 편히 누워서 자고,

철야근무자인 안드레아는 복도의 소파에서 잤습니다.

 

새벽 3시에 날 깨우러 온 안드레아.

나는 두 다리 뻗고 편히 자는 동안에도 그녀는 호출하는 방이 몇 번 깼다고 합니다.

 

그렇게 3시에 다시 각방을 한번 돕니다.

이때도 문을 잠그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방에 문을 따고 들어가서 확인을 합니다.

 

요양원이라고 해도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씻으시고, 혼자서 드시는 분들이 꽤 계신데,

이런 분들도 철야근무자는 순회시간마다 잘 주무시고 계신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우리 반 아낙이 실습하던 요양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평소에 혼자서 다 하시던 어르신인지라,

밤에 문을 잠그고 주무셔도 확인을 안 했던 모양인데..

 

아침에 문을 따보니 그 어르신이 바닥에 옆으로 누운 채 돌아가셔있더라는..

 

물론 그 어르신의 자식들은 요양원을 고소했습니다.

 

요양원에서는 그곳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보호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이죠.

 

직접 철야근무를 하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철야근무란..

 

이미 잠자리에 들어간 어르신들을 정해진 시간에 잘 주무시고 있는지 돌아보고,  호출을 하시는 어르신 방에 찾아가서 그분이 원하시는 서비스(화장실에 간다던가..)를 하는 정도인줄만 알았습니다.

 

사실 시간 맞춰서 병실을 돌아도, 이불까지 거둬보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저 어르신들이 잘 주무시고 있는 것만 확인하고, 정말로 호출한 경우만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안드레아는 소변을 못 가리시는 분 같은 경우는 일부러 이불을 거둬내고 기저귀를 확인하고,

기저귀가 젖어있음 새 기저귀로 갈아드리고, 침대보까지 젖어있음 침대보까지 갈아드립니다.

 

말로는 참 쉬운 “갈아드린다.”인데, 이것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침대의 한쪽에 서서 나보다 더 덩치가 크신 분을 내 쪽으로 당긴 다음에 젖은 기저귀를 빼고,

다시 새 걸 넣어준 후, 다시 반대편으로 어르신을 밀어서 밑에 있는 지저귀를 제대로 몸에 맞춥니다.

 

침대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르신을 침대와 좌, 우로 밀어서 새것을 바꾸는데..

덩치가 산만한 어르신을 이리 저리 밀어내고, 당기고 하다보면..

이것이 생각보다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고, 육체적으로 지칩니다.

 

철야근무를 혼자서 하게 되면 “갈아드리기”를 혼자서 다해야 하니..

아무리 허리운동을 하고, 의학적으로 허리에 자극이 덜 가게 한다고 해도...

무리는 있는지라 허리도 아프고, 지칩니다.^^;

 

순회를 할 때마다 갈아드리니 밤새 세 번 정도 기저귀를 갈아드립니다.

 

밤에 어르신이 주무시면 그냥 둬도 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매번 가는지라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난, 밤에 근무를 하면 그냥 잘 주무시는가 확인하고, 호출하시면 가는 정도인줄 알았어.

이렇게 너처럼 매번 이부자리를 확인하고 기저귀를 갈아드리는지는 몰랐어.

다른 근무자들도 이래?”

“다른 근무자들은 모르지.”

 

“밤에 꼭 기저귀를 새 걸로 갈아드려라“ 는 규정은 없지만..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습 초반에 저에게 소냐가 해준 말이 생각이 납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니가 당사자인 어르신이라고!”

 

내가 침대에 누워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라면..

“나는 과연 젖은 침대에서 밤새 잠을 자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내 몸이 조금 고달프더라도..

어르신께 마른 잠자리로 마련 해 드리는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저와 파트너가 되어서 철야근무를 한 안드레아는 항상 저에게 좋은 선생님입니다.

그녀 덕에 “제대로 된” 철야근무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철야근무를 하게 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철야근무 수당 30유로가 탐이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저처럼 덩치도 크지 않는 여직원이 혼자서 근무를 하기에는 정. 말. 로 중노동이거든요.

 

혹시나 체계가 바꿔서 2인 1조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생각 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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