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짜리 직업교육의 3학기가
시작됐지만 지금은 한 달간
학교 수업 없이 온전히 병원실습만
받고 있어서, 풀타임(주 40시간)으로
병원에서 일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처음에는 무섭기까지 했던
병원 실습 이였는데,
첫 번째 실습장인 내과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실습장인 비뇨기과&종양학과.
첫 주는 그렇게 날 떨게 했던
간호사들이였는데,
첫 주를 잘 넘기고(겁나 열심히 일하고) 나니
저를 긍정적으로 보는 느낌이
팍팍 드는 것이 아직 완벽치 않은
독일어(하긴 평생해도 완벽해질
거 같지 않는 독일어입니다.^^;)지만
자주 물어보는 실습생인
저의 질문에 대답을 신경 써서 해 주고,
휴식시간없이 돌아다니는 실습생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네, 저는 지금 공부와 시험에서
벗어난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은 해야 하지만,
병원에서 날 예쁘게 봐주는 동료에,
날 인정 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시험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
매일 매일이 편안한 저녁입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래서 외국인들은 자기의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구나!”
그 직업이 “청소부”가 됐건,
“주방보조”가 됐던,
아님 “사무직”이 됐건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뿐이지,
그곳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동료애”가 생기고 나면 그것보다
편안한 관계는 없죠!
저도 그랬습니다.
안 되는 독일어로 처음 취직했던
레스토랑 새벽 청소!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사람들인데,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친해지니 나중에는
그곳을 떠나서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났던 외국인들은
처음 그 직장을 떠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브라질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던
아낙은 오스트리아에 와서
“대형세탁업체”에서 하루 종일
기계 앞에 서서 빨랫감을 넣고
빼는 단순작업을 4년째 하고 있다면서
항상 투덜거렸습니다.
브라질에 비해서 날씨도 춥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맘에 안 드니
당연히 오스트리아가 마음에
들어올 리가 없겠죠.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어때?
그렇게 대형세탁기 앞에서
늙어 갈수는 없잖아.
어차피 네가 남편이랑 이혼하지
않는 한은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이곳생활에 만족 못하면
너만 힘들잖아.”
저의 이 제안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
참 많이도 투덜거렸습니다.
아마도 그녀에게
용기가 부족했지 싶습니다.
조금 친해지면 버벅이는
독일어도 대충 서로 이해하게 되는데,
새로운 사람들은 그것이 조금 힘들거든요.
말이 통하는 한도 내에서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떨면서
일을 하고, 근무가 끝나면
집에 와서 남은 하루를 마감하는
일은 생각보다 편안한 일상입니다.
이런 편안한 일상이라면
내 조국을 떠나서 사는 삶이지만
별로 힘들지 않고 말이죠.
제 마지막 직장이던 그라츠의
수제 세라믹(타일) 난로회사!
거기서 주 20시간, 하루 4시간씩
근무할 때 저는 완전 편안했었습니다.
물론 1주일에 2번
독일어학원도 가야하고,
틈틈이 블로그에 글도
올리느라 바쁘기는 했지만,
회사생활이 너무 편안했던지라
그곳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희가 오스트리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그만둘 수밖에는
없었지만 말이죠.
1년 8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너무 친해진지라 모두 저를 동생같이
챙겨주시던 동료들이였죠.
그분들과 헤어질 때의 이야기를
아래를 클릭하시면 살짝
엿보실 수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596
그때 우리가 오스트리아를
안 떠났다면 저는 아마 지금까지도
그곳에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편안한 일상이여서 말이죠.
지금 제가 병원실습을
하는 실습생임에도 그때의
그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동료들도 친절하게 대해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마음 같아서야 지금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저는 지금 직업교육의
중간쯤에 있는지라 남은 1년
또 다시 저를 채찍질해야 하지 싶습니다.
타국에서의 직장살이도
나를 인정해주는 동료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면 할 만한 생활이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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