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병원 실습 160시간을 내과에서 마치고,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로 김밥을 만들어 갔었습니다. 간호사중 몇몇은 정말 감사한 마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귀걸이를 선물로 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그냥 김밥으로 꾸욱 ~눌렀었죠.
외국인인 나를 차별 없이 받아주었던 간호사들. 그중에 자신들도 외국인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아일라와 리디아. 그들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음에도 당당하게 “보스니아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그들의 뿌리밝히면서 외국인 실습생을 따뜻하게 맞아주었었습니다.
우리학교에도 20살짜리 보스니아 아가씨가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너는 국적도 오스트리아 인데, 왜 보스니아 사람이라고 하느냐?”냐는 다른 학생에 질문에 이 친구가 기가 막힌 대답을 했었습니다.
“돼지가 개 우리에 산다고 개가 되지는 않잖아. 돼지는 돼지 일뿐!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고, 오스트리아에 산다고 해도 난 보스니아 사람이야.”
그녀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음에도 당당하게 보스니아사람이라고 밝히는 것이 무슬림이여서 그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대부분의 보스니아의 후손들은 이런 거 같습니다.
제 마지막 근무 날에는 아일라도 리디아도 휴무날인지라 그녀들을 못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그날 병동의 관리자와 상담이 있었는지 사복차림으로 병동에 들러서 일하는 절을 보고는 리디아가 한마디를 하면서 뭔가를 내밉니다.
“지니, 너 오늘 마지막 날이지.
내가 널 주려고 어제 선물을 가지고 왔었는데, 주는 걸 깜빡 했다.”
실습을 끝내고 떠나는 내가 선물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지금 이 간호사가 이곳을 거쳐 가는 수많은 실습생 중에 한명인 저에게 선물을 준비했었다고 내밀고 있습니다.
그녀가 주는 선물을 얼떨결에 받으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어떻게, 난 선물을 준비 한 것이 없는데...”
이쯤 되니 우리병동의 도우미로 일하는 크리스틴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너도 선물로 김밥 해왔잖아. 아일라랑 리디아도 그걸 먹으면 되겠네.”
그렇게 두 명을 데리고 휴게실로 가서 휴식시간에 먹다가 남았던 김밥을 그녀들에게 내밀었습니다.
무슬림일지도 모르는 그녀들인지라 칠면조햄 김밥이랑 치즈김밥을 권했더니 다행히 먹으면서 맛있다고 칭찬까지 합니다.
상담을 끝내고 가면서 아일라와 리디아는 저를 꼭 앉아주고 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니가 가슴으로 사람(환자)들을 대하는 모습은 변치 않길 바래!”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두렵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상처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사랑을 가진 사람들도 만나는지라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되는 직업교육이고, 실습입니다.
리디아가 저에게 준 선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만 보세요.^^
이 소박한 선물이 한 실습생에게는 눈물 나게 감사하고 감동스럽습니다.
저 또한 그녀들에게 기억이 남을 실습생이기에 이런 선물을 받은 거 같아서 자랑스럽기도 하구요.
저는 이렇게 오스트리아 속으로, 오스트리아 사람들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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