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병원실습은 320시간이며 두 개의 다른 곳에서 160시간씩 진행하게 됩니다.
제 첫 번째 실습장은 내과 (심장질환 관련) 이었습니다.
내과이고 심장에 관련된 곳이어서 그런지, 마치 제 실습요양원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자분들이 거의 대부분은 어르신 이였습니다.
연령대로 보자면...
젊으신 분은 60대, 보통은 7~80대, 90이 넘으신 분들도 두서너 분이 계셨죠.
그래서 그런지 도움이 필요한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하루 종일 분주하게 병실들을 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찾아다니다보면 정말 하루 10시간이 금방도 갔습니다.
직원 수로 보자면 거의 40여명이 다 되어 가고, 매일 근무하는 직원들이(의사 샘들을 빼고도) 15명 내외임에도 직원은 턱없이 부족한지라 항상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근무였습니다.
병원 실습 전에 어느 분이 하시던 말씀을 흘려들었었는데...
"내과가 제일 바빠!“
정말로 젤 바쁜 곳이 맞는 거 같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어느 병실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벨을 누르면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서 그분이 원하시는 일을 해 드리다 보면...
내가 어디(화장실?)를 가려고 했는지도 까먹을 때가 있었을 정도로 이곳은 정말로 바쁜 곳이었지만, 직원들과의 사이는 정말 좋았습니다.
물어보는 말은 조금 더 쉽게 가르쳐주려고 하고, 항상 저를 배려해주는 직원들(물론 전부 다는 아니지만..)이였던지라 실습을 끝나는 날 그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는 보통 감사의 선물로 케이크를 구워가는 일들이 자주 있습니다.
실습이 끝나는 날, 실습생은 그동안 고마웠다는 의미로 케이크를 구워서 직원들과 나눠먹는 거죠!
물론 이 선물로 케이크를 준비하는 일을 모든 실습생이 다 하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의 괄시와 천대로 하나도 감사하지 않았던 실습생활이고, 실습이 끝나는 것이 눈물 나게 감사할 지경인데, 뭐가 좋다고 자기를 미워한 사람들을 위해서 케이크를 준비할까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고마운 것이 사실입니다.
실습 첫날 날 데리고 다니면서 자세하게 설명 해 주고, 내시경과에 보내서 1시간 반 동안 구경을 시켜준 아일라한테도 고맙고, 실습의 중간과 마지막에 내 평가서를 긍정적으로 써준 슈테피도 고맙고, 그 외 내가 묻는 말에 자신이 모르면 인터넷까지 뒤져서 알려준 슈테판도 고맙고, “직업교육이 끝나면 언제든지 와서 함께 일하자!“고 해주는 직원들도 감사하고!
실습 마지막 날을 앞두고 2박 3일 동안 고민을 했었습니다.
나도 남들처럼 아무 케이크나 하나 구워갈 것인지,
아님 우리나라 음식 하나를 준비할 것인지..
사실 케이크는 우리나라에서는 제과점에서나 살 수 있는 것이지 일반 가정집에서 굽는 것은 아니죠!
약간의 고민을 한 끝에 내게 너무나도 고마웠던 사람들이니 그냥 제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뭔가 한국 음식을 하고 싶었고, 그중에 선택한 것이 김밥입니다.^^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 당일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했고, 전날 저녁은 김밥 준비를 하느라 주방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래도 그들이 만난 첫 번째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한국인으로서 그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김밥은 가장 단순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간 고기를 사다가 불고기 양념해서 프라이팬에 구운 후에 잘라놨고, 당근, 달걀은 냉장고에 있는 걸 준비했고, 시금치는 터키인 가게까지 가서 싱싱한 겨울 시금치로 준비했습니다.
단무지는 내가 만들어 먹는 매운 양배추 피클 방법에 노란 쿠쿠마(카레)가루를 넣었더니만 나름 단무지 비슷한 모양은 내는 매콤한 무피클이 됐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658
매운 양배추 피클
무만 먹으면 매콤한데 김밥 안에 들어간 무 피클은 전혀 매운맛이 안 나더라구요.
아마도 여러 재료와 조화를 이룬 듯 보였습니다.^^
그 외 고기류를 안 먹는 무슬림들도 있는지라 치즈와 칠면조 햄을 넣으려고 준비했습니다.
전날 준비를 다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재료들을 전자레인지에 하나씩 다 데운 후에 김밥을 쌌습니다. 밥과 더불어 모든 재료들을 따끈하게 데운 후에 식혀서 김밥 6줄을 만들었습니다.
고기김밥 2줄, 치즈김밥 2줄, 칠면조 햄 김밥2줄.
김밥을 썰어 싸면서 꽁지는 일부러 뺐습니다.
뭐든지 모자란 듯이 해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밥을 다 김밥을 싼지라 ..
저녁에 내가 먹을 김밥이 없어서리 꽁지는 일부러 저를 위해서 뺐습니다.^^
내과의 오전 간식시간은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아침에 일단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낸 후에,
그날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앉아서 간식 혹은 늦은 아침을 먹습니다.
그곳에 휴식시간에 앞서서 제가 만들어간 김밥을 담은 접시를 두었습니다.
"내 이름은 김밥, 나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다들 내가 한국인인지 알고 있으니,
누군가 말을 안 해도 제가 해 왔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죠.
휴식시간 조금 전에 김밥을 두 접시에 덜어서 식탁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이날 근무한 직원들이 다 내가 고마워하는 직원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는 다 선생님 같은 존재였던지라, 내가 하는 감사인사를 받을만한 자격은 충분한 사람들이니 말이죠.
김밥은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남자 간호사는 “너 무슬림이냐?”는 나의 질문에 “아빠가 무슬림이다.”는 동문서답으로 자신도 무슬림일지도 모를 가능성을 보였었는데..
고기를 먹지 않는 그 친구에게 “치즈김밥도 있다”했더니만, 자기 앞쪽의 접시에 있던 치즈김밥을 몽땅 다 먹어서리 절 기쁘게 했었습니다.^^
제가 해 간 김밥을 거의 모든 직원은 신기해하면서 먹어보고 ‘맛있다.“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금방 만든 신선한 스시(김밥)은 처음이다.”하는 직원은 저에게 “스시는 날생선이 들어있고, 일본 것이며, 김밥은 날생선이 없이 야채와 다른 재료들과 맛과 색으로 어우러진 한국산이다.”하는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제 김밥에 하는 칭찬인지라 감사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김밥을 만 보람은 있었죠.
그중에 단 한명, 우리 병동의 창구에 앉아서 안내 일을 하는 마가렛.
평소에도 새침한 얼굴로 내가 받은 개인팁을 갖다 줘도 고맙다는 말없이 싹 챙겼었는데..
(사실 그 돈들이 다 팁 통에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팁 통을 관리하는 사람만 알뿐..^^;)
다른 직원들은 다 먹는 김밥을 새침한 얼굴로 쳐다보고는 한마디 합니다.
김밥을 먹어본 다른 직원이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나도 처음 먹어보는데 이건 정말 맛있어. 이것 봐. 야채도 듬뿍 이잖아!”
다 개인취향이니 할 수 없는 것이고..
앞으로도 마가렛은 평생 한국 사람이 만든 김밥은 먹어보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김밥”이였는데 말이죠.
저는 이렇게 내과의 실습을 마치고 그들의 아쉬운 환송을 받으면서 퇴장했습니다.^^
아! 제가 김밥선물만 한 것이 아니라 저도 내과에서 퇴장하면서 받은 선물이 있습니다.
그건 조금만 기다리시면 아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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