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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눈물 나는 날

by 프라우지니 201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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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봤습니다.

(오늘은 2016년 2월 4일^^ 따끈한 글임)

 

한 학기 동안에 몇 개의 레포트를 제출했었고, 19번의 시험을 봤었습니다.

말이 쉬워서 19번의 시험이지 사실 시험이 닥칠때마다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였습니다.

 

 

 

 

영양학 선생님이 만점 받은 시험지 옆에 따로 써주신 필기체!

 

제가 해독(?)하기는 불가능한지라 남편에게 뭐라고 썼냐고 물어보니...

 

“20점 만점, 아주 정확한 답변이예요.”

 

남편도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 마눌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책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는 사실과, 책의 내용을 A4용지 2장반에 걸쳐서 풀어놓은 답변은 당연히 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 그렇습니다.

 

단어도 문법도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처럼 대충 이렇게 저렇게 말을 이어서 답변을 쓰면 문법도 단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답이 되는지라, 외국인들은 그냥 통째로 외워서 답을 쓰는 것이 어설프게 말을 잇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쉬운 방법입니다.

 

(다 외우는 것이 쉽다고?)

 

 

 

 

이번 학기가 끝나려면 아직 1주일이 남아있지만,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니 오늘이 마치 2학기를 끝내는 날인 기분도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남편,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나 2학기 19개 시험을 성공적으로 해치웠어.

근데...나 울고 싶어.“

 

그리고 집으로 오는 전차 안에서 정말로 찔끔거리면서 울었습니다.

슬픈 것도 아니고, 내가 너무 자랑스러운 감격의 눈물도 아닌 것이 자꾸만 나왔습니다.

 

제가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항상 앞에 넘어야 할 산이 버티고 있으니 그 산을 넘기 위해 바둥거리면서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한 고개 넘고 두 고개를 넘어보니 이제야 힘든 것을 안걸까요?

 

학기중에는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TV보는 일상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혹은 10시간의 요양원 실습을 마치고 내 공부방인 주방으로 퇴근해서 그때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해서 항상 자정까지 노트북 앞에 고개를 묻고 강의시간에 정리한 것을 다시 필기하던가, 시험이 다가올때면 시험봐야하는 부분을 머릿속에 넣는 작업을 하느라 아주 바쁘게 보냈죠.

 

지난 1년동안 거의 고3 모드로 살았습니다.

 

문제는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강의가 없는 날에는 직업교육중에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실습(사실은 일하러)을 받으러 가야했고, 의무 실습기간이 없는 기간에는 제에게 한 달에 200유로라는 금액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제 실습요양원으로 일을 하러 가야했습니다.

 

문제는 항상 공부로 일로 지친 몸으로 매일저녁 자정까지 주방에서 공부까지 해야하니 몸도, 마음도, 머리도 많이 지쳤던 모양입니다.^^;

 

원래는 참 씩씩한 편인데..

제가 아주 가끔(은 아닌거 같은디.. 자주 움시롱!)은 울어야 합니다.

 

그냥 눈물이 날 때는 한바탕 울어줘야 다시 앞으로 나갈 새 힘이 생기죠!^^

 

저녁 무렵에는 오늘 마지막으로 봤던 “간호계획” 과목에서 제가 만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는 통보메일을 받았습니다. 2학기 마지막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도 그리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퇴근한 남편가슴에 안겨서 울었습니다.

남편도 가끔씩 마눌이 우는 걸 아는지라 그냥 조용히 앉아주기만 합니다.

 

남편도 알고 있죠.

 

말 설고 물선 나라에 와서 절대 정이 안 들거 같은 사람들과 한 반에서 배우고, 실습이라고 시시때때로 다른 곳(실습장-지금까지 요양원 ,데이센터, 요양방문, 지금은 병원) 에 가서 안 되는 독일어로 견뎌보겠다고 항상 웃으면서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마눌인걸 알기에 더 많이 이뻐하고, 더 많이 사랑 해 주고, 더 많이 자랑스러워 하지만, 마눌이 울어야 하는 날에는 그냥 울게 가만히 내버려둡니다.^^

 

이제 울었으니 저는 다시 내일을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왜 우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대답은 불가능합니다. 가끔씩은 그냥 울어줘야 합니다.

 

나름 힘든 혹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푸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에 대한 나의 생각입니다.

 

사실 2월말에 3학기가 시작을 하기는 하지만, 개강후 한 달 동안은 저희가 다 실습병원에서 풀타임으로 실습을 받는 기간인지라, 아마도 3월말쯤에 다시 학교를 가야할 거 같고, 그 전까지는 주 40시간을 일하는 간호조무사 실습생으로 병원을 누비게 되지 싶습니다.

물론 3학기에 다가올 시험들도 슬슬 준비하면서 말이죠.

 

제 2학기 성적표가 나오면 여러분께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등급도 있고, 2등급도 있고, 3등급은 있으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성적이 어떴든 저는 지난 6개월 죽을 힘을 다해서 달리면서 낸 점수인지라 저는 만족합니다.^^

 

오늘은 왠지 제가 힘들다고 하소연 혹은 엄살을 피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오늘은 머리도 아프고, 상태가 영 아닙니다.

 

낼 병원에 출근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하니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거 같습니다. 시험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말이죠.

 

저는 이제 자러갈 시간이지만,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침을 맞으실테니..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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