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인 저는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면 한국 음식들을 준비하게 됩니다.
밥하고 이런저런 반찬을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죠.
일품요리(잡채, 불고기 같은?)도 한두 가지 준비하게 되면 좋고 말이죠.
제 시누이는 일 년에 대여섯번 정도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취미로 검도(가 2단이나..)인데, 함께 검도하는 사람들과 대학 친구들, 뭐 이런 사람들을 초대하는데 한 번 초대할 때 열댓 명이 오는 거 같습니다.
여름에 하는 초대는 마당에서 바비큐를 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을 양념된 고기들을 챙겨와서 이미 피워놓은 불 위에 올리고, 나름 샐러드나 디저트 같은 것도 챙겨오는지라, 바비큐 파티라고 해도 사실 초대하는 사람은 별로 부담이 없는 그런 파티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아주 많이 시끄러울 뿐이죠.^^
(아! 집안의 화장실을 사용하느라 사람들이 오가기는 합니다.)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사람들을 초대한 시누이는 어떤 요리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일단 열댓 명이 온다면 준비해야하는 것들도 꽤 있을듯한데 시누이는 나름 여유를 부려서,이곳에서는 어떤 음식들을 준비해서 사람들을 초대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시누이에게 살짝 부탁을 했습니다.
어떤 음식들로 사람들을 초대하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시누이는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기니 초대된 사람들이 다 주류를 즐기는 사람들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일단 마시기 전에 배는 채워야 하니 뭔가를 준비해야하기는 하는 거죠!^^
열댓 명이 온다고 하는데, 사실 시누이의 주방이나 거실 용도로 사용하는 공간이 절대 넓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음식들을 준비하고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까 궁금했는데..
일단 먼저 온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시누이의 거실. 좁게 붙어 앉으면 7명까지는 가능할거 같기는 한데, 사실 이곳 사람들이 덩치가 있는지라 사실 7명은 무리고, 5명까지는 앉을 거 같습니다.
시누이는 전기 그릴판을 테이블 중간에 떡하니 놓았습니다.
그리고 구운 것을 긁어 먹을 수 있는 쪼맨한 나무주걱!
“여기에는 뭘 구워 먹으려고?”
나의 물음에 시누이는 구석에 준비 해 놓은 재료들을 손가락질 합니다.
일단 시누이는 고기를 구워먹을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재료들은 이렇습니다.
삶아서 썰어놓은 감자 잔뜩에, Speck 슈펙 (베이컨처럼 보이고, 실제로 베이컨이지만 이곳에서 불리는 이름)으로 싼 양젖치즈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마늘소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에는 야채들이 쌓여있습니다.
애호박, 토마토, 양송이, 파프리카 그리고 파인애플까지 일단 준비는 완료한 거 같습니다.
“이게 다야? 사람들이 오면 여기에 다 못 앉을 텐데?”
나의 질문에 시누이는 주방 테이블 쪽을 가리킵니다.
“치즈퐁듀 하게? 여기에는 뭘 넣어서 먹으려고?“
시누이가 손가락질 하는 곳을 보이 대충 준비는 된 상태입니다.
썰어놓은 빵과, 파인애플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뭐 대충 이렇게 구워먹고 녹여먹는 것들로 사람들과 파티를 하나부다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어떤 식으로 구워서 어떻게 먹는지는 상상만 했죠!
자정이 넘고 새벽까지 2층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하는지라 시누이와 같은 건물을 쓰는 저희부부는 1층 침실에 짱 박혀서 없는 듯이 지냈습니다.
화장실도 옆 건물인 시부모님 댁으로 갔고 말이죠.^^;
그리고 다음날!
시누이는 파티에서 남은 재료 시부모님과 저희부부를 초대했습니다.
어제 제가 봤던 그 그릴판이 테이블 한복판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눈으로만 봤던 그 음식들을 제가 먹어볼 기회가 왔네요.^^
시누이가 준비한 두 가지 소스, 카레소스와 마늘소스를 일단 접시에 덜어놓고 그릴 판 위에 올려진 것들이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시누이는 기름에 담가놓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조각을 그릴판 위에 올리고, 야채들도 종류대로 올렸습니다. 다 익으면 갖다가 소스에 찍어먹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요리입니다.
그릴판 위에 올린 재료들이 익으면서 마구 망가지고 있습니다.
치즈는 녹아내려서 옆에 있는 재료들과 사이좋게 누웠습니다.^^
익은 고기나 야채를 갖다가 접시에 있는 소스에 찍어서 먹었는데...
한국인 입맛인 저에게는 영~아니었습니다.
고기나 야채에 간이 하나도 안 된 상태라 그냥 소스만 찍어서 먹는 요리는 니맛도 내맛도 아닌 요리였습니다. 그나마 녹은 치즈에 빵을 찍어먹는 것이 저에게는 최고였습니다.^^;
그릴판 위에 양념된 불고기나 갈비를 구웠음 좋았겠구먼...
아님, 고기에 소금, 후추라고 뿌려서 구웠음 먹을만 했겠구먼..
이런저런 생각음 많았지만, 입 꾹 다물고 끝까지 음식은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서는 식사를 초대해 준 시누이에게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시누이, 맛있는 식사에 초대해줘서 고마워!”
서양에는 그렇습니다.
맛없어도 맛없다 하면 안 되죠.
난 요리비평가가 아닌 초대된 손님이니 말이죠.
맛없어도 맛있다고 하고, 맛있으면 더 호들갑을 떨어서 맛있었다고 과장을 조금 해 주는 것이 좋죠. 어떻게 만드는지 조리법까지 물어봐준다면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 대한 최고의 칭찬과 관심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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