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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 집 바다 밥상

by 프라우지니 201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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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간만에 쇼핑을 갔습니다. 동네 슈퍼야 한 달에 두어 번 같이 가지만, 이번에 간 쇼핑은 동네가 아닌 곳이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살수가 있었습니다.

 

동네가 아니면 어디를 갔었냐구요?

Metro 메트로 라고 불리는 슈퍼마켓은 일반인의 입장이 불가능한 업소용 슈퍼마켓입니다.

 

써놓고 보니 “입반인의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조금 걸립니다.

일반인도 이 “메트로” 회원카드만 있음 가능하니 말이죠.

 

시아버지가 개인사업을 하실 때 만드신 (사업자용)회원카드로 매년 30유로(인가?)를 내면 이곳의 입장이 가능한 회원카드 소지자가 됩니다. 한 회원에게 회원카드가 한 장 이상 발급이 되는지라, 남편 또한 이곳의 회원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저희는 가끔 갑니다.

 

가격 면으로 따지면 일반 슈퍼에 비해서 절대 싸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일반 슈퍼에서 구할 수 없는 품목들이 꽤 많은지라, 한번 가면 눈독을 들이게 되는 것들이 쪼매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먹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오징어 볶음”

 

하지만 제가 원하는 통 오징어는 생물이나 냉동이나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만 품고 있었는디..

 

메트로에 간 김에 1kg짜리 냉동 통오징어 한 봉지를 냉큼 집었습니다.오징어는 남편도 먹어본 음식인지라 거부감이 없어서 마누라가 사는데 수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간만에 오징어볶음을 했습니다. 순전히 제가 먹고 싶어서 말이죠.

 

오징어 볶음을 하는 김에 함께 먹을 반찬도 조금 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왔던 잔멸치도 캐슈너트와 함께 고추장 넣고 볶았고.

마른 미역도 불려서 맛살을 넣고 새콤하게 무치고.

 

김칫국에는 냉동 하얀 생선살을 넣어서 김치 동태국을 하고.

밥은 하얀 쌀이 조금 가미된 현미밥을 했습니다.

 

거기에 완성한 오징어 볶음까지!

차려놓고 보니 완전 바다 한 상입니다.

 

이렇게 상을 차려서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간만에 한식을 먹었습니다.

 

사실 남편은 밥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밥보다는 감자를, 감자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서양인 식성이지만..

다른 선택이 불가능 할 경우에는 밥을 먹습니다.^^;

 

남편이 먹어봤던 오징어볶음은 한국의 식당에서 전문인(?)의 손을 거쳤던 것인지라, 남편이 제 오징어볶음을 좋아할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만, 사실 오징어볶음은 제거 먹고 싶었던 것이고, 저를 위한 것인지라 남편의 반응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맛있다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뭐 이런 마음이었죠.^^;

 

 

 

 

남편은 생각보다 김치동태국에 오징어볶음을 아주 잘 먹었습니다.

보이시죠? 다 비웠습니다.^^

 

잔멸치 볶음은 남편이 한국의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걸 잘 먹었던 터라 잘 먹을 줄 알았지만, 마른미역을 불려서 맛살 넣고 새콤하게 무친 미역초무침은 남편이 안 먹을 줄 알았었는데..

의외로 남편이 모든 것을 아주 잘 먹습니다.^^

 

아주 맛있게 식사를 마친 남편이 한마디를 합니다.

 

“남은 것은 다 냉동실에 넣어!”

 

아하! 남편에게 아주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맛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반응은 맛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얼른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다음에 먹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식사를 마친 남편은 자신의 지시(?)대로 마눌이 모든 음식들을 다 냉동실에 넣는지 확인합니다.

일단 남편이 보고 있으니 오징어볶음과 남은 밥을 용기에 담았습니다.

 

남편은 밥, 오징어 볶음, 멸치볶음, 미역초무침을 다 냉동실에 넣길 원했지만..

다 냉동실에 넣는다고 다음번에 다 신선하게 먹는 건 아닌 거죠!

 

“남편, 반찬들은 냉동실에 넣는 것이 아니야, 반찬은 냉장고에 넣고 먹는 거야.”

“아니야, 다 냉동실에 넣어야 다음번에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

“멸치볶음은 냉장고에 넣어도 안 상하는 것이고, 미역초무침은 빨리 먹고 다음번에 먹을 때 새로 해서 먹으면 돼!”

 

마눌의 설명에 남편은 밥과 오징어볶음을 담은 통을 냉동고가 있는 지하실로 가지고 갔습니다.

다음번에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요령으로 말이죠.

 

남편은 사실 한식을 아주 좋아하는 외국인 남편은 아닙니다.

마눌에게 먼저 “어떤 한국 요리를 해 줘!”하는 법은 절대 없거든요.

 

가끔씩 마눌이 뜬금없이 내미는 매운 비빔국수도 잘 먹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식을 먹게 되는 상황이면 거부하지 않고 잘 먹기는 해도 본인이 먼저 찾을 만큼 맛있어 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남편이 먼저 다음번에 먹겠다고 챙기는걸 보면 오징어볶음이 정말 맛있었거나..

아님, 남편이 한식의 매력에 점점 더 빠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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