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국제소포를 보내왔었습니다.
남편이 전에 주문했던 것과 더불어
언니가 나에게 보내주고 싶은 것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남편은 남에게 신세를 지는 스탈의 인간형도 아니고,
한국인 마눌에게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도 있다.”라는것을
뇌세 당해서 인지 우리네 삶이
“주고 받는”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언니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눌이 언니랑 카톡으로
전화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뒤에서 중얼거리듯이 은근슬쩍
언니가 보내줘야 할 것들을 주문했었습니다.
“언니야, 뒤에서 느그 매제가
코코넛 오일 다 떨어졌으니까,
몇 병사서 보내면 좋겠고, 말린 망고도
몇 개 보내주면 고맙겠다네!”
언니와 카톡을 할 때, 남편이 뒤에서
하는 말을 그래도 전했었는데..
언니는 남편이 원하는 것 + 동생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을 바리바리 보냈습니다.
사실 남편은 농담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사서 보내면 돈을 송금 해 주겠다는..”
뭐 이런 식의 계산을 생각했지만,
이건 한국식이 아닌 거죠.
손 위 사람이 손 아래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한국인이라, 저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이제는 늙어가고 있음에도 시시때때로
언니에게 용돈을 받습니다.
(남편 또한 언니에게는 손 아래 사람이니..
언니는 남편에게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소포 내용을 다 꺼내놓고 보니
남편이 부탁했던 코코넛오일과 망고말린 것 외에
제가 부탁한 선크림, 샤워타월과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녹차와 견과류,
칫솔 등등이 함께 왔습니다.
언니는 멀리 살고 있는 동생에게 주고 싶고,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소포의 밑바닥에 누워있던 견과 봉지들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울 언니가 중년이 되어가는 동생도 매일
견과류를 먹었음 하는 마음에 보낸 모양이네..”
25g이라는 소포장의 내용물 답게
안에 그리 많이 들어있지는 않습니다.
호도, 아몬드, 캐슈너트,
마카다미아와 함께 말린 크랜베리.
처음에 소포 받은 기념으로 남편도 한 봉지,
나도 한 봉지 나란히 까서 먹었는데..
내가 먹을 때 마다 매번 남편에게도 주다보니,
소포 받은 지 얼마 안 되서 견과류 봉지가
거의 반이나 줄어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먹던 것도 남편이 먹겠다고
달려들면 그냥 주는 마눌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나란히 사서 먹다보면
남편은 항상 마눌보다 먼저 해 치우고는
아직 반도 안 먹은 마눌의 아이스크림을
아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본답니다.
그럼 마눌은 미련 없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남편에게 건네줍니다.
평소에는 남편이 먹겠다고 하면
입에 있던 것도 주던 마눌인데...
(아들 키우는 엄마 마음?)
어찌 이 견과류만은 포기가 안 됩니다.
"언니가 “나”먹으라고 보내준 것인데..
나이가 들수록 견과류가 여성에게
좋다니 챙겨준 모양인데..
보내준 사람은 부부가 나란히
먹으라고 보냈을 수도 있는데..
받은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보내준 사람의 마음을 해석합니다.^^;
이곳에서 내가 산 견과류라면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 남편이 아무리
퍼 먹어도 상관이 없겠는데,
울 언니가 보내준 “내 선물”이여서
남편 주기가 아까운 모양입니다.
지금은 남편이 없을 때만
견과류를 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몇 개 남지 않아서
먹을 때마다 아쉽지만,
그래도 언니가 보내준 사랑을
먹는 느낌이라 매번 행복합니다.
제가 남편에게 주기가 아까운 것은
어쩌면 견과류 봉지가 아닌
언니의 사랑인지 모르겠습니다.
온전히 나만 차지하고 싶은 울 언니의 사랑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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