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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자정에 준비한 김밥

by 프라우지니 2015.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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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간다고 마눌에게 공식적으로 공표한 적이 없지만, 남편이 슬로베니아 고속도로 통행증을 사오고, 슬슬 이삿짐을 싸듯이 휴가갈 준비를 하니 이제 휴가를 가기는 가는 모양인데, 남편이 휴가에 가져갈 짐을 싸는 동안 저는 저대로 바빴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확인하고, 시아버지가 마당에 심어놓은 야채들을 색깔을 맞춰가면서 준비했습니다. 남편이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안 먹고 출발한다고 하니,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먹을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무지하게 중요했습니다.

 

저는 배가 고프면 헐크 되는 인간형이거든요.^^;

 

 

 

 

제가 쌀 김밥준비를 살짝 했습니다.

 

냉장고에 말라빠진 당근을 채 썰어 볶고, 시아버지가 올해 심으신 아주 매운 파프리카도 빨강, 초록 두 가지로 준비했습니다. 이왕이면 매콤한 김밥을 만들고 싶어서요.^^

 

마당 한쪽에서 부추도 뜯었고..

냉동실에 있는 맛살과 햄까지 준비 해 놓으니 일단 색은 아주 예쁜 김밥이 될 거 같습니다.^^

 

 

 

 

늦은 오후에 준비한 김밥재료들은 일단 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니 언제든 김밥을 쌀 수 있게 준비 완료입니다.^^

 

밥도 해 놨으니 아무 때나 김밥을 쌀 준비 완료~^^

 

 

 

 

남편이 출발하겠다는 시간은 새벽 5시.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쌀 수는 없으니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일단 김밥을 쌌습니다.

콜라비로 만든 매운 피클도 노란카레를 넣었더니만, 은근히 단무지 느낌이 나죠?^^

 

저는 김밥천국의 아주 날씬한 김밥이 아닌, 김가네 김밥 같은 그 뚱뚱이를 4개나 만들었습니다.

남편은 안 먹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설마, 지가 안 먹겠어?”뭐 이런 똥배짱으로 말이죠.^^

 

이번에 김밥 싸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낮에 해놨던 밥을 하루 종일 나뒀다가 자정쯤에 다 식어빠진 밥으로 김밥을 싸놓고 보니..

김밥이 그냥 배째라~로 안 붙습니다.^^;

 

전에는 몰랐습니다. 찬밥으로 김밥을 싸면 김밥이 안 붙는다는 사실을!

 

모르죠! 제가 가지고 있는 밥과 김이 보통의 것과 다른 것인지는...^^;

 

휴가를 떠나겠다는 시간은 새벽 5시였는데, 부부는 나란히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어서 겨우 2시간자고는 정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5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크로아티아 가는 길 위에서 남편은 전날 사뒀던 빵과 햄으로 끼니를 먹었지만 마눌은 찬밥으로 싸서 자꾸만 벌어지는 김밥을 입이 터져라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

역시 한국사람 입맛에는 한국음식이 왔다인거 같습니다.

 

전에는 저도 남편과 나란히 빵과 햄을 먹었었는데, 이제는 빵보다는 밥이 더 땡깁니다.^^

전에는 1년을 가도 한번 먹을까 말까했던 김밥 이였는데, 이제는 어디를 간다고 하면 일단 ‘김밥’부터 준비하게 됩니다.^^ 여행이나 소풍 길에는 역시 김밥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제가 준비한 김밥 4줄 중에 3줄은 크로아티아 가는 날 마눌의 하루 세끼로 먹었습니다.

나머지 한 줄을 안 먹겠다고 그리 입이 닿도록 이야기하던 남편이 드셨습니다.

 

딱 한입만 먹겠다는 말과는 달리 남편은 김밥 한 줄을 다 없어질 때까지 마눌이 주는 김밥을 넙죽넙죽 받아먹었습니다.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눌은 압니다.

김밥이 매콤,새콤해서 아주 맛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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