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항상 생각만 했던 일을 드디어 했습니다.
꼭 해야 한다고 밑줄 긋고 별표까지 몇 개 해놨던 숙제를 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포스팅은 이제야 하지만, 이 비빔밥은 지난 연말에 제가 울 식구를 위해 준비했던 요리였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매년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해 첫 주까지 거의 2주 동안 휴가를 즐깁니다.
이 기간에는 저희부부도 집에 있지만,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도 2주동안 와서 사는 기간이고, 가족들이 모두 집에 모이는 연휴에는 항상 그렇듯이 시어머니는 매일 점심을 하셨습니다.
말이 쉬워서 매일 점심이지, 하는 사람은 절대 쉽지 않는 2주 동안의 요리죠! 어떤 요리를 할 것인지 신경이 쓰이고, 5인분을 매일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 꽤 커다란 지출입니다.
여기서 잠시 제가 전에 포스팅한것을 보시면 도움이 되실거 같습니다.^^
서양에도 명절증후군이 있다.
이때쯤 시어머니가 매일 요리를 하시는 부담을 조금 덜어드릴 마음으로 제가 점심 한 끼를 준비했었습니다. 한국인 올케를 두고 있는 시누이에게 한국 음식도 맛보이고, 시부모님께 제대로 비빔밥을 해드리고 싶어서 말이죠!
사실 비빔밥은 제가 뉴질랜드 남편의 지인네서 잠시 살 때 몇번했었던 요리입니다.
남의 식구들을 위해 손목이 아프도록 채를 썰면서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이구~ 내가 시집와서 내 시부모님께도 해 드린 적이 없는 비빔밥을 여기에서 하네.
나중에 돌아가면 시부모님께 정말로 맛있게 비빔밥을 제대로 해 드려야지!”
그때 했던 그 생각이 제게는 숙제처럼 남아있었고, 시누이까지 와 있는 때가 딱이라고 생각을 했죠!
이 날은 아침부터 무지하게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고기를 양념하고, 야채를 다듬고, 볶고, 무치고!!
시어머니는 간만에 하루 쉬는 요리인지라 즐거워하셨고,
며느리는 모든 식구에게 비빔밥이 맛있는 요리가 되길 바라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후다닥 준비 한다고 했는데, 예상외로 시간은 2시간이 걸렸습니다.^^;
밥에는 국이 있어야 하는지라 된장국도 끊여서 밥이랑 함께 먹을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비빔밥이지만 반찬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김치랑 시금치를 잔뜩 넣은 달걀말이를 했습니다.
달걀말이는 에피타이져 용도로도 준비한 것이 아니였음에도..
가족들에게는 에피타이져가 되었습니다.^^;
이왕에 선보이는 비빔밥, 종류대로 다 선보이자 싶어서 돌솥 비빔밥도 만들었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다음에 며느리는 고추장을 한 수저 떠서 밥에 슥슥 비볐습니다.
남편은 이미 비빕밥을 여러 번 먹었던지라 마눌을 따라서 고추장을 넣어 슥슥 비비는데, 어째 다른 식구들은 선뜻 고추장을 넣고 비비지 못합니다.^^;
시아버지는 밥 위에 고추장을 올린 후에 서양인들이 비빔밥 먹는 방법으로 드셨습니다.
어떻게 먹는 방법이냐구요?
밥 위에 있는 여러 가지 비빕밥 재료들 중에 약간과 아래의 밥을 먹습니다.
비비지 않고,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방법이죠! 그럼에도 고추장은 함께 드시구요.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비비는것을 보고 비비기는 하셨는데, 고추장없이 비비셨습니다.^^;
시누이는 고추장을 넣기는 했는데, 조금 허연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식구들은 말없이 식사를 했습니다.
한국인 며늘은 조금 담는다고 담은 밥이였지만,(사실 두 주걱이면 작은 양도 아닌디..^^;)
밥 위에 비빔밥 토핑까지 포함하면 절대 작은 양이 아니죠!
아무도 맛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몫으로 주어진 비빔밥들은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된장국도 깨끗하게 비우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식구들의 성격을 보시고..^^
내가 한 요리에 아무말씀 안 하시는 시부모님
식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가족들은 배가 너무 부르다고 하셨지만..
“다음에 또 해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배가 너무 불러서 금방 같은 메뉴를 드시고 싶지 않아서 였을거라는 것이 긍정적인 조리사의 생각입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마력을 부립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좌우충돌 문화충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열 받게 한 점수 (16) | 2015.06.04 |
---|---|
마침내 알게 된 진실 (12) | 2015.05.15 |
울어야 젖 준다 (12) | 2015.05.14 |
나는 몰랐던 오스트리아식 거절 (14) | 2015.05.10 |
우리와는 다른 서양인들의 이해력 혹은 말귀 (40) | 2015.05.01 |
아무데서나 옷 벗는 유럽인 (6) | 2015.02.10 |
나는 똘똘이 만능 한국인 며느리? (21) | 2015.02.05 |
남편이 말하는 오스트리아 인맥 (9) | 2015.02.02 |
우리집 골동품 열쇠 (8) | 2015.01.20 |
할매속옷 입는 아내 (12) | 2015.01.15 |
댓글